시詩집

산책객 16. 거울이 사납게 떨어지던 겨울밤

혓바닥은 밝고 눈이 부신 관계로

2023.08.15 | 조회 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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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객 선보연

매주 화요일 시와 편지

안녕하세요. 선보연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을 다녀왔는데요. 늦은 아침이라 그런지 산책길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너무 덥고 햇빛이 따가웠지만 길이 조용해서 새소리와 힘찬 매미 소리가 도드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제 발소리가 뚜렷해서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았어요. 

다들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이제 슬슬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실감이 듭니다. 여름이 저물어 가니 여름만이 가진 시간이 생각나 조금 아쉽기도 하고요.

오늘은 사진을 하나 더 첨부할게요 :) 예전에 심었던 살구씨가 이렇게 컸습니다! 아직까진 잘 크고 있는데 과연 튼튼한 나무가 된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너무 기대됩니다.

베란다에서 잘 크고 있어요.
베란다에서 잘 크고 있어요.

요즘 예전에 적은 일기를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별거 없는 내용인데도 왜 그리 재밌는지요. 낯선 사건들과 문장을 만날 때면 기억을 되짚어 보면서 일기가 가진 정확성에 놀라곤 합니다. 그래도 일기는 오로지 저의 입장이니 이것이 제 입장에서만 정확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어제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었고 오늘은 광복절입니다. 오늘 여기서 일상을 평범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문득 이상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럼 저는 시 한 편을 놓아두고 갈게요. 좋은 한 주 되셔요.

 

***

 

거울이 사납게 떨어지던 겨울밤

 

혓바닥은 밝고 눈이 부신 관계로

어둠의 옆, 을 발음하지 못했다

문장에서 사라진 건 어둠의 옆,

뿐만이 아니었는데

어둠의 옆, 이 사라짐으로써

그 문장은 터널이 되었다

 

내내 눈이 부셨다

어느새 해 질 녘 빨랫줄에 뚫린 검은 옷들

큰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깊은 땅에 박힌 석상은

이음새로써 제 역할에 충실했다

 

석상을 짐작하기 바쁜 생명체들

작을수록 세계는 커졌다

너무 커지면 작아졌다

이건 오직 혓바닥으로 시작한

 

터널 바깥에서

지나온 터널은 보이지 않았고

석상을 해체하면 긴 터널이 발견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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