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은 산더미인데, 한 일은 없는 것 같아" – 오늘도 하루를 날렸다고 느끼나요?

2025.04.02 | 조회 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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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토요일까지 2주는 정말 정신없게 보냈어요. 토요일에는 미국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과 모임을 했는데, 그 행사 뒤로 긴장이 풀렸나봐요. 기침과 코맹맹이 소리와 함께 이번주를 조금 천천히 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행사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제가 @branch.et_al_ 계정 안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가장 보람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은 모임에 와주시거나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나중에 저도 이야기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저도 다음에 비슷한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예요.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진-짜 보람있고 행복해요💝

앞으로 여러자리에서 더 많은 분들의 목소리와 경험이 나누어지길 바라요.


마음은 분주한데 정작 한 일은 없는 기분

가끔 할 일이 유난히 많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어요. 머릿속에서 이것도 해야할 것 같고, 저것도 얼른 해야할 것 같고.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인 것 같은데 마음이 막 분주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러고 나서 정작 또 하루의 끝에 해 놓은 일을 보면 별 것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럼 '오늘 하루를 또 날렸나?'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구요. 대학원 때 저는 유난히 그렇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았어요.

사실 한국 대학원생들이 하는 일의 양에 비하면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강의를 하나 맡아서하고, 교수님 프로젝트에 Research Assistant로도 일하고, 코스웍을 들으며, 내 연구프로젝트도 한다는 게 초반에는 벅차게 느껴졌어요. 중요한 이메일이 아니더라도 이메일이 쌓이는 속도도 너무 무서울 정도였구요.

수학과에서 이미 2년을 넘게 박사과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수학교육과로 옮기면서 일이 많아졌다고 느꼈어요. 아마 수학교육과 수업을 들으며 매 수업 읽어가야하는 수십페이지 영어 논문 몇 편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들었던 거 같아요. 수학과 수업과는 큰 차이였죠.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약간 지쳐—일은 정작 하지도 않으며—어깨가 살짝 쳐져 돌아다니다보니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였나봐요. 제 레터에 자주 등장하는 지도교수님의 사모님이자 또 다른 제 커미티 교수님 오피스에 들어가서 앉았더니 그 분이 물어보시더라구요.

"무슨 일 있어?"

"할 일이 안 많은데 할 일이 많은 거 같아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듯 웃으시며

"그럴 땐 할 일을 다 써봐봐. 그럼 생각보다 안 많을지도 몰라. 생각보다 Manageable할 걸?"

라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할 일들을 써 내려가면 보이는 것들: 머릿속 정리하기 

사실 이거 정말 많이 듣는 팁이죠? 오늘의 To-do list를 다 적어보는 것.

저는 처음에는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단순해보이지만 머릿속이 엉망진창처럼 흐트러져있을 때는 머릿속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이렇게 To-do list를 작성하면 좋은 점은 크게 세 가지였어요.

  1. 머릿속에 맴돌던 막연한 일들이 명확한 형태로 보이기 시작해요. 내가 머릿속에서만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그 일들이 형체도 없는 막연한 모습으로 덩치를 키워나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일들을 머릿속에서 꺼내 종이에 적어놓고 보면 막상 그렇게 크지 않은 일들이기도해요. 막상 내가 쉽게 5분 10분도 걸리지 않아 체크하고 정리해버릴 수 있는 것들도 보이기도 하구요.
  2. 인지적 부하가 줄어들어요. 할 일을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으면 그걸 계속 생각하는 게 머리도 스트레스가 되고 부하가 걸리는 일이되는 거죠? 이걸 종이 위에 내려놓으면 더이상 뇌가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게 된다고해요.
  3. 감정적으로도 안정이 돼요. 머릿속에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할 일들이 버겁다고 느껴지는 건 우리의 감정과도 연관이 되어있어요. 이 일들을 다 잘 해야한다는 생각, 동시에 다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에서 오는 불안감이 할 일과 합쳐져 덩치를 키우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To-do list로 기록해버리면 우리의 감정은 한 발 물러서고 해야 할 일들만 그 자리에 남게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지난 주처럼 약간이라도 할 일이 많아진다고 느껴지면 To-do list를 적곤해요. 그러고나면, 제가 느끼는 막연한 불안함과 초조함이 이내 '아, 내가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요.


모든 일들이 똑같이 중요할까? 

그런데, To-do list를 작성하고 그 할 일들을 하나씩 체크할 때도 생각해볼 점들이 있더라구요. 사실 누구나의 할 일 목록에는 조금 시간이 덜 걸리는 일들도 있고, 더 걸리는 일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세미나실 예약하기'와 같은 건 정말 금방 끝날 일이지만, '논문 초안 쓰기' 이런 건 똑같은 하나의 할 일이라고해도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 다르죠. 언제 끝날지 시간도 잘 가늠이 안되구요.

그러다보니 쉽게 쉽게 체크가 되는 일들부터 해 나가기도 쉽죠. 그리고 또, 세미나실 예약 같은 일들은 기한이 분명하고, 논문쓰기 같은 일들은 기한이 없기도해요. …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 '논문 초안 쓰기' 같은 To-do list는 자꾸 밀리게 되지 않던가요? (저만 그래요..?)

To-do list를 체크하는 것이 내가 해 낸 일들이 보여 자기효능감을 높이기에 좋은 도구는 맞는데, 리스트에서 많은 것들을 체크했는데도 '오늘 하루를 날렸네.'라는 생각이 들기 쉬운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내가 이런 저런 일을 했더라도 오늘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나의 우선순위 다시 생각하기: “내가 대학원에 온 이유"

언젠가 지도 교수님이랑 했던 대화가, 그 답을 알려줬어요. 교수님이 제게 "너 스스로를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라고 말씀해주심과 동시에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그 다음으로는 무엇이 중요할 거 같아?"

"글쎄요…"

"너가 여기에 온 목적이 뭐야? 너는 대학원 생이야. 너의 공부, 너의 연구를 하러 온거야. 그러니 '너' 그 자체를 위하는 것 다음으로는 너의 코스웍과 너의 연구 프로젝트가 중요해. 그 다음에 다른 학생들의 학습이 있는 티칭, 그 다음에 나랑 하는 그랜트 일이야."

가끔, 대학원생활동안 워낙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니 우리의 본분을, 우리가 왜 대학원에 갔는지 잊게되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천운으로 이런 우선순위를 정해주시는 지도교수님을 만났지만, 사실 모두가 그런 환경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라도 우리가 왜 대학원에 갔는지를 잊지 않고 늘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그 분야를 더 알고 싶고, 연구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것과 관련된 할 일들을 미루지 않을 수 있으면 해요.


물론, 쉽지 않죠. 연구 관련된 일들은 보통 중요도는 높은데, 긴급성은 낮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더더욱 의식적으로 연구에 관한 To-do list를 챙겨야한다고 생각하구요. 그 과정에서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써요.

우선, 할 일이 너무 커 보이지 않게 할 일들을 작게 쪼개요. '논문 초안 쓰기'는 너무 크니까, '논문의 서론 쓰기'로. 만약 그것도 크다고 느껴지면 '논문 서론 브레인스토밍하기' 혹은 '아웃라인 잡아보기' 혹은 '논문 서론 한 단락 쓰기.' 이런 식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가지 않고도 이 할 일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해요. 시간이 많이 들어갈 것 같으면 자꾸 미루게 되니까요.

그리고 나서는, 스스로 그 작은 일들에게 데드라인을 줘요. 물론, 그 데드라인을 어기게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내가 어느 정도의 타임라인을 부여하면 저는 그 것들이 스스로와의 약속같이 느껴져 지키게 되더라구요!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건, 하루에 열 가지 일을 했어도 정작 내가 왜 대학원에 왔는지와 관련된 일을 하나도 안 했다면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남더라구요. 반면에 사소한 일들은 몇 개 못했더라도, 내 연구에 관련된 작은 진전이라도 있었던 날은 묘하게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어요.

To-do 리스트의 가능한 많은 항목에 체크표시를 하는 것보다, 내게 진짜 의미 있는 몇 가지 일에 시간을 쏟는 것. 어쩌면 그것이 하루를 허비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도 마음이 분주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면, 잠시 멈추고 To-do list를 작성해보세요. 그리고 그 중에서 오늘 꼭 해야할 일,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골라 그것들에 먼저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요?

 💡 오늘의 작은 실천                    

1. 작은 종이나 포스트잇에 오늘 떠오르는 모든 할 일을 적어보세요.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드시면 좋겠어요.
2. 그 중에서 '내가 대학원에 온 이유'와 가장 가까운 일 하나를 별표로 표시해봐요.
3. 그 일을 지금 당장 15분 만이라도 시작해보세요. 타이머를 설정하고 그 시간만큼은 그 일에만 집중해보세요.
4. 15분이 끝난 후, 오늘 내 연구를 위해 시간을 썼다는 것에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어쩌면 시작한 김에 15분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지만요 😎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 주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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