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브랜딩 프로젝트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은 결국 이유를 만드는 일이구나.'라고요.

이 상품이 굳이 여기 있어야 할 이유, 비슷한 상품들을 두고도 굳이 이것을 골라야 할 이유, 한 번 써본 사람이 다시 찾아와야 할 이유들은 브랜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동안 우리가 붙잡는 질문들은 결국 그곳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있습니다. 웬만한 필요는 여러 방식으로 채울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대안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 하나가 등장한다는 건, 누군가의 선택을 받을 이유 하나가 더 필요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가 꼭 대단한 기능이나 압도적인 차이일 필요는 없습니다. 손에 쥐었을 때의 편안함일 수도 있고, 내 취향과 닮은 색일 수도 있습니다. 설명이 정직해서, 쓰는 과정이 번거롭지 않아서, 이 브랜드가 지키려는 태도에 마음이 가서 선택할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만드는 사람이 차이를 주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르는 사람이 자기 삶 안에서 그 차이를 반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이유의 핵심을 붙잡는 것이 컨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싶은지를 압축한 생각. 이름을 짓고 형태를 만들고 말을 고를 때,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기준입니다.
다만 컨셉이 기획서 안에서만 그럴듯하다면 고객에게는 아직 아무런 이유도 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가치가 고객의 생활과 만나는 지점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유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좋아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 보는 순간 마음이 가고, 왜 좋은지 묻는 말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 말입니다. 마치 단번에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때도 정말 이유가 없는 걸까요. 어쩌면 설명할 단어를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색과 형태, 촉감과 분위기, 예전에 좋아했던 무언가의 기억까지. 말로 정리하기 전에 몸이 먼저 알아본 이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만남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우연을 계획의 중심에 놓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를 어떤 순간에 매료시킬지 정확히 예상할 수도, 같은 마음을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도 없으니까요. 한눈에 반하는 순간을 바랄 수는 있어도, 그것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고, 부족하다면 만들고, 그것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그 이유가 사라지지 않도록 제품과 서비스, 운영의 방식을 함께 설계해가는 것입니다.
가령 ‘일상을 편안하게 한다’는 컨셉을 가진 브랜드라면, 편안함은 부드러운 색과 다정한 문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겠죠. 제품을 고르는 과정이 이해하기 쉬운지, 포장을 여는 데 불필요한 힘이 들지는 않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기 편한지까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 경험들이 쌓일 때 고객은 ‘편안한 브랜드’라는 설명을 읽는 대신, 스스로 편안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브랜드가 제안한 이유는 고객 자신의 선택 이유가 됩니다. ‘이 브랜드는 이렇다고 하더라’에서 ‘내가 써보니 이래서 좋더라’로 옮겨가는 것이죠.
처음 고르게 하는 이유와 계속 곁에 두게 하는 이유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뻐서 샀다가 쓰기 편해서 다시 살 수 있고, 기능 때문에 써봤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의 응대에 신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딩은 첫인상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처음의 기대를 다음 경험이 뒷받침하도록 계속 살피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브랜드를 만드는 일의 목표도 조금 달라집니다. 한 번에 모두를 반하게 만들겠다는 마음보다, 누군가가 선택하고 만족하고 다시 찾을 만한 이유를 하나씩 더해가겠다는 마음에 가까워집니다. 우리가 내세운 말에 실제 경험이 얼마나 가까운지 묻는 일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한눈에 반할 사랑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랑받을 만한 이유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그 가능성을 꾸준히 현실로 옮겨가는 일입니다.
BRIK은 브랜드 컨셉과 고유한 시각 언어를 설계하는 브랜딩 컴퍼니입니다. 컨셉, 스토리, 네이밍,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통합 서비스로 브랜드가 꿈꾸는 이상적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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