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란 말이 점점 지겨워진다. 이제는 구멍가게에서도 브랜딩을 말한다. 너무 흔한 말이됐다. 그런데도 브랜딩이란 말이 이렇게 계속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브랜딩이란 개념이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브랜드를 구체화하고 실체화해가는 행위, 브랜드를 완성해가는 과정인 '브랜딩'은 어느새 '마케팅'을 넘어 사업을 해나가는데도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서도 필수 요소가됐다.브랜딩의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건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감성 브랜딩'이 아닐까 싶다. 브랜딩 활동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감동을 자아내는 브랜드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업의 전 영역을 막론하고 고객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성공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해 줄 것만 같은 정서적 유대감을 주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준다.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다. 나를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서비스와 제품에 사람들은 쉽게 지갑을 열어 보인다.
그런데 이 '감성'이라는 키워드가 브랜딩에 있어 '이성'을 뛰어 넘어 왜 이렇게 중요해진 걸까?
첫번째 이유는 제품이 가진 품질과 서비스 실력의 평준화 때문이다. 독보적으로 잘하는 5퍼센트 미만의 서비스와 제품들 빼고는 나머지 95프로 브랜드들의 편차는 사실 거기서 거기다. 품질 차이가 크게 없다. 1500원하는 동네 커피 전문점의 커피와 3배 가까이 하는 커피 맛이 과연 3배의 품질 차이가 날까? 1배 정도는 날 수 있겠지만, 나머지 2배의 차이는 커피 맛이 아니라 사실은 시각적, 후각적, 청각적, 촉각 등의 감각적인 요소들이다. 여기에 접객 태도나 서비스 등 정서적인 무형의 가치도 포함된 차이일 것이다. 내가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커피 전문점을 지나쳐 수백미터나 떨어진 스타벅스에 아침마다 출근하는 이유이기도하다. 극명한 차별점을 만드는 요소는 결국 이러한 감성적 요소인 거고 그 비용을 우리는 흔쾌히 지불하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우리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감성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척 하지만, 사실은 다분히 감성에 의지한다는 걸 밝혀내고 있다. 감성적인 선택의 결과를 이성적 근거를 통해 채운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하다. 내 일상에서의 결정적 선택들을 한편 살펴보니 틀린말은 아니다. 내가 얼마나 감성에 휘둘리고 있는지, 결정할 때 우리는 보통 숫자보다는 마음이 움직이는 크기가 더 중요한지, 감동과 감각의 작용들에 크게 영향을 받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지인 중에 강남 치과에서 삼년 정도 상담 업무를했던 분이 계신다. 그 곳에 계셨을 때 인상적이었던 건, 이 전에 있었던 다른 지역 병원과는 다르게 상담 고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병원을 한번에 결정하지 않고 방문해서 분위기도 보고, 이것 저것 서비스에 대한 사항들도 꼼꼼하게 챙겨 듣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고 한다. 상담을 해보니 대부분이 두세개의 병원을 선상에 올려놓고 고민중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강남 한복판에 병원을 낼 정도면 그만한 실력과 시설을 가진 병원들일 텐데, 자기라도 고민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의료 서비스는 미리 체험할 수도 없고 검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때문에 상담자들은 직접 방문이라는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이 병원이 나의 취향에 맞는지, 내가 추구하는 분위기에 맞는지, 내가 맞는 서비스의 수준인지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말해 치과 브랜드로써의 이미지와 정서의 합을 맞춰보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것들은 인터넷 리뷰나 지인의 권유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니까. 그리고 치과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방문해야해서 중간에 병원을 바꾸기도 쉽지 않으니 이렇게 신중해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이 경우에도 상담 고객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결국 감성적인 것들 아니었을까. 병원 공간의 분위기와 스타일, 상담사들의 대응 태도, 각종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의 메시지와 디자인 등의 브랜드 이미지가 상담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병원들이 왜 그렇게 인테리어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지, 세련된 광고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얼마 전에 그 지인이 서울 외곽의 신도시로 병원을 옮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직은 지역 경쟁자들이 많이 없는 상황이라 안정적으로 잘 운영된다고 한다. 상담 고객보다는 바로 진료를 하려고 오는 환자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 강남같은 경쟁상황에 대비해 병원 브랜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싶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병원 로비의 대형 모니터로 병원 홍보 영상을 띄우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물어왔다. 강남 병원에서의 근무할 때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그런 요소들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듣자마자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당장 그렇게 하라고 조언해줬다. 그렇게 확신에 차 말할 수 있었던 건 내 개인적인 경험때문이기도 하다.
목디스크 때문에 작년에 집근처 병원을 방문했다. 대기하면서 본 홍보영상에 병원 브랜드가 완전히 달라보였다. 병원의 진료시간은 사실 길어야 몇 십분밖에 되지 않는다. 의사와의 정서적인 교감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네 병원치고는 꽤 규모가 있고 환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불리한 여건들을 홍보 영상이 메우고 있었다. 의사들의 개인적인 취미와 사생활, 진료에 대한 생각까지 엿볼 수 있는 영상을 보면서, 진료에도 믿음이 가고 의사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치료할 일이 있다면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꼭 이 병원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홍보영상 하나가 나의 어떤 감성의 호감 스위치를 올린 것이다. 몇 주만에 목디스크가 좋아졌다. 사실 그 정도의 치료 경과는 다른 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홍보 영상 때문에 만들어진 병원과 의사와의 정서적 교감은 나에게 특별한 만족감과 안정감이 줬다.
제품의 성능과 서비스의 품질은 갈수록 점점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그럴수록 고객의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감성 브랜딩'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미 많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과 브랜드가 고객 감성의 스위치를 어떻게 켤 수 있을지, 그 포인트가 뭐가 될지 끊임없이 찾고 연구해야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 매거진 브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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