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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버리자 세계관이 생겼다

신세계 하우스 오브 청담 트웰브 브랜드 해부

2026.03.26 | 조회 1.4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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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커

패션 편집숍 같은 식품관

'SSG푸드마켓 청담'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이름이 붙었습니다. 바로 트웰브(TWELVE). 신세계가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 지하 1층에 문을 연 웰니스 식품관입니다. '패션 매거진 같은 식품관'을 표방하며, 의류 매장의 쇼케이스 진열 방식을 식품에 도입한 국내 첫 매장이기도 합니다. 신라면, 코카콜라, 하리보 같은 기성 제품을 배제하고 자체적으로 정한 12가지 기준으로 엄선한 웰니스를 지향하는 상품을 큐레이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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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웰브(TWELVE). 이 이름의 출발점은 숫자 12입니다. 12개월, 십이간지 등의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매장 안에는 브랜드의 철학이 반영된 '12가지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아라비아 숫자 12라는 장치를 전면에 거의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로고에도, 슬로건에도, 커뮤니케이션 어디에도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TWELVE라는 알파벳 여섯 글자가 전면에 나섭니다.

 

 

왜 12가 아니라 TWELVE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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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실무적인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숫자만으로는 상표 등록이 어렵습니다.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븐일레븐이 7-ELEVEn이라는 독특한 표기를 만든 것도, 에잇세컨즈가 숫자 8에 seconds라는 영단어를 붙인 것도, 순수 숫자가 상표로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TWELVE는 처음부터 숫자 대신 영문 스펠아웃을 선택함으로써 이 문제를 우회했습니다.

하지만 TWELVE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상표법을 피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숫자를 문자로 바꾸는 순간, 의도했든 아니든, 이름 안에 세계관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강력한 포지셔닝을 만드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에잇세컨즈의 8은 '첫인상 8초'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고, 세븐일레븐의 7과 11은 '오전 7시~오후 11시'라는 명확한 출처가 있습니다. 숫자가 브랜드로 작동하려면, '왜 그 숫자인가'에 대한 답이 한 문장으로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12는 그렇지 않습니다. 12개월, 12간지, 12별자리, 12사도. 어디에나 있는 이 숫자들은 특정 브랜드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되기 어렵습니다. 12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너무 많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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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웰브(TWELVE)도 이러한 숫자 12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의 약점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TWELVE라는 브랜드의 접근은 달랐습니다. 12라는 숫자 대신 TWELVE라는 문자를 선택한 것입니다.

TWELVE를 철자로 쓰는 순간 의미의 해체와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T-W-E-L-V-E를 살펴보면 가운데에 WEL이 있습니다. 웰니스의 웰을 뜻합니다. 끝 두 글자는 -VE로 끝납니다. 이는 Lo-ve, Gi-ve, Li-ve. '사랑하다, 나누다, 살아가다' 세 동사의 의미를 공유합니다. 알파벳 사이 사이에 브랜드의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러한 해석은 곧 LOVE WELL. GIVE WELL. LIVE WELL.이라는 브랜드 슬로건까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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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WELL. GIVE WELL. LIVE WELL.

 

이 슬로건은 밖에서 붙여 온 카피가 아닙니다. 이름 안에 이미 있었던 것을 꺼낸 것에 가깝습니다. WELL을 브랜드의 중심에 놓고, 그 WELL을 감싸는 행위가 사랑하고, 나누고, 살아가는 것. 웰니스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행위를 이름 자체에 내장한 구조입니다. 억지가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편안합니다.

숫자 12였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12라는 숫자와 LOVE WELL 사이에는 논리적 연결이 없습니다. 슬로건은 이름 바깥에서 만들어져야 했을 것이고, 브랜드 철학은 이름과 분리되어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TWELVE이기 때문에 이름 자체가 메시지를 만들고, 슬로건이 되어 세계관을 형성합니다. 문자를 선택한 순간, 이름에 세계관이 생깁니다.

 

 

세계관이 생긴 이름

이 전환은 네이밍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같은 주소, 같은 지하 1층이지만 SSG푸드마켓과 TWELVE는 거의 모든 축이 다릅니다. SSG푸드마켓이 백화점이 만든 고급 슈퍼였다면, TWELVE는 슈퍼를 지운 자리에 세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입니다. SSG푸드마켓에서 고객은 장바구니를 채웠고, TWELVE에서 고객은 피드를 채웁니다.

 

신세계 내부의 계보로 봐도, SSG푸드마켓이 이마트를 벗어난 희소성 있는 식품관이었다면, TWELVE는 백화점을 넘어선 특별함을 주는 공간입니다. SSG푸드마켓은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을 팔았지만, TWELVE는 '여기서만 될 수 있는 나'라는 경험의 가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차이의 출발점이 이름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SSG는 그룹명을 붙인 기능적 이름이고, TWELVE는 의미를 입힌 세계관의 이름입니다. SSG가 설명되는 이름이었다면, TWELVE는 고객들이 해석하는 이름입니다. 네이밍부터 '유통'이라는 세계에서 '브랜드'라는 더 가치 있는 세계로 건너간 것입니다. 직관적인 숫자로 설명되는 이름이 아니라, 풀어 읽을수록 해석이 열리는 이름입니다. 그 차이가 평범한 유통 채널과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브랜드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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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컨셉북 서비스는 한 단계 도약을 원하는 브랜드를 위해 만든 리브랜딩 패키지입니다. 20년 경력의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밀도 있게 우리 브랜드를 새롭게 발견하고 뾰족하게 정의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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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

    0
    1일 전

    greate!play https://aitoolbus.com">AI Tool 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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