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백세주를 백세까지

힘을 잃은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전략

2026.03.04 | 조회 1.25K |
0
|
from.
브리커
브랜딩 브릭의 프로필 이미지

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딩 리포트

백세주의 화려한 등장

90년대 초반 대중적인 술이라고 하면 소주와 맥주가 양분하던 국내 주류시장에서 백세주의 등장은 꽤나 신선했습니다. 전통주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설중매, 매화수 등의 매실주가 나왔고 이어서 복분자주로 이어지는 전통주의 부흥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막걸리 르네상스라 할 만큼 전국적으로 생막걸리의 붐이 일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에는 화요와 일품진로 등의 하이엔드 증류식 소주 시장이 커졌습니다. 전통의 강조라기보다는 전통주의 프리미엄 라인이 생겼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자 박재범이라는 스타를 내세운 세상 힙한 '원소주'가 출시되었습니다. 소비 주체의 나이가 훨씬 젊은 층을 타깃으로 했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서구적인 문양을 사용함으로써 전통성을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첨부 이미지

 

시대의 언어를 읽어버린 관찰자

백세주의 위상이 90년대에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였다면, 2000년대에는 과실주에 밀리기 시작한 전통주를 수호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대의 언어를 잃어버린 관찰자의 처지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하이볼, 위스키 등 새로운 주종의 부상과 저도수 소주 및 막걸리의 열풍이 이어지면서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니 2022년 163억 원이던 백세주 매출은 2023년 139억 원, 2024년에는 129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수출액은 6.7% 줄었고 국내 판매도 7.7% 감소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백세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에서 지난해 18%로 축소되었습니다. 과거 국순당이 백세주의 회사라고 했다면, 이제는 막걸리를 만드는 회사로 변했습니다.

실적 부진의 심화로 대대적인 리브랜딩과 광고비 증액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매출이 감소 추세입니다. 광고비가 2022년 16억 원에서 2024년 47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지만 매출 방어에 실패하며, 국순당 전체 실적은 2024년 영업손실 2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첨부 이미지

 

뭐가 문제였을까요? 새롭고 멋스럽게 변화한 리브랜딩의 효과로는 이 흐름을 뒤집기 어려웠던 걸까요? 아니면 아직 리브랜딩의 효과를 더 기다려봐야 하는 것일까요? 2024년 9월 단행한 대대적인 리브랜딩은 전략적 측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개별 요소들과 전체적 분위기가 모두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적인 멋과 품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 한 명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리브랜딩은 론칭 초기부터 강조해 온 '좋은 술' 백세주라는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느낌입니다. '좋은 술' 이상의 ' 좋은 술'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디자인의 퀄리티도 더 좋게, 맛도 더 좋게, 스토리나 마케팅도 더 세련되고 좋게, 광고도 너무나 매력적이고 더 좋게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방면에서 업계의 이슈가 되었고 수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건 그것이 시장에 있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만약 리브랜딩 전에 이 문제가 주어졌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백세주 리브랜딩을 위한 전략을 세워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이런 질문들로 시작해 볼 것입니다. 사실 궁금한 질문들이 끝도 없이 나오지만, 이 질문들에 정확한 답만 잘 찾아가도 리브랜딩은 방향성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시대와 고객을 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한국적인 풍미와 천연 재료의 강조는 고객들에게 과연 장점으로 작용할까?
  • 왠지 건강해지는 맛이라는 '건강'과 '장수'라는 키워드 강조는 술이라는 카테고리에 맞는 걸까?
  • 기품 있는 프리미엄한 이미지를 강조한 톤은 과연 대중적인 전통주의 본질과 맞아떨어질까?
  • 격식 있는 자리에서 마시는 술이라는 포지션과 증가 추세에 있는 혼술과는 안 어울리는데 괜찮을까?
  • 깔끔한 술맛을 지향하는 요즘 12가지나 레이어드 한 맛은 장점일까?
  • 전통성이 강한 붓글씨와 용기의 형태는 시대에 맞는 감성일까?
  • 백 년을 잇는 '향기'라는 새로운 컨셉은 효과적일까?

 

위 모든 질문들은 각자의 판단에 남겨두고, 이를 종합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무게와 농도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감도로

이제 더 이상 백세주를 약주, 전통주, 한약의 맛으로만 인식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보태니컬, 아로마 등 자연 재료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해보입니다. '전통'의 향이라기보다는 '자연'의 향을 머금은 술이 되는 것입니다. 겹겹이 쌓이고 농도가 진한 맛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가벼워서 쉽게 마실 수 있고, 쉽게 섞일 수 있는 느낌의 향이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리브랜딩에서 '향'을 강조한 방향은 탁월했습니다. 거기에 브랜딩에 더 힘이 있으려면, 후각적인 감각더해 위스키나 와인처럼 사람의 손과 온기를 거쳐 만들어낸듯한 크래프트한 질감이 느껴지는 촉각의 이미지를 강조했으면 더 좋겠습니다.

 

첨부 이미지

 

백세라는 무게감을 벗어나기

시각 기호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백세(百歲)라는 엄청난 무게감을 벗어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미 '백세'라는 강력한 전통적 상징이 단어 자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더 강화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붓글씨 표현, 항아리 모양 등 전통적 형태를 걷어내고 더 담백하고 간결한 이미지로 변신했으면 합니다. 맛은 12가지 재료가 오묘하게 섞여 있지만, 그 반대로 시각적으로는 최대한 단순하고 매트하며 플랫한 느낌을 주면 좋겠습니다. 百(100세)라는 무게를 100(완전한), 100% 등으로 새롭게 해석해 표현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습니다. 100세는 옛날에는 다가가기 어려운 환상의 나이였지만, 이제는 당연히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상징성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백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멋진 삶을 살아가는 게 중요다는 걸 공감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복잡함이 아니라 풍부함이 되어야 한다

요즘 세대가 좋아하는 '깔끔한 맛'은 단순히 아무 맛도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선명한 한두 가지의 캐릭터가 확실히 느껴지는 맛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위스키 하이볼(오크 향+탄산), 레몬 탄산수(시트러스+청량함)처럼 직관적이고 경쾌함을 주는 주종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반면에 백세주의 맛은 레이어드 된 맛입니다. 인삼의 흙내음, 감초의 단맛, 오미자의 신맛 등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마치 12개의 악기가 각자 자기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와 같습니다. 하지만 지휘자(맥락)를 이해하기 어려운 청중(소비자)은 금방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백세주 라이트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한 때 소주와 백세주를 1:1로 섞어 마시는 오십세주가 엄청난 붐을 일으키며 매출을 견인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12가지 재료의 레이어드 된 맛은 백세주의 자부심이었으나, 이제는 극복해야 할 장벽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의 입맛은 '설명해야 하는 복잡함'보다 '느껴지는 선명함'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12가지 풍부함을 유지한다고 꼭 백세주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맛의 중심축을 '겹겹이 쌓인 묵직한 한방'에서 '산뜻한 향과 가벼운 재료'로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함은 덜어내고 감도는 높여보는 시도가 필요해보입니다. 서사의 농도는 짙되, 맛의 농도는 조금 더 옅어져 보자는 것입니다. 시대에 맞게 쓴 소주의 맛이 점점 더 옅고 달달해진 것처럼 말입니다.

 

비주얼 브랜딩 방안  : 百-白세주로 이원화

百(100)이 주는 시간의 무게를 白(White)이라는 투명한 감각으로 씻어낼 때, 비로소 백세주는 어른의 위로를 넘어 청춘의 취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百’의 유산을 이어가되, ‘白’의 감각을 담아 시대와 함께 걸어가는 백세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둘 사이의 대비가 서로의 가치를 더 증폭하는 촉매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처럼-새로, 참이슬(百) vs 진로이즈백(白), 칠성사이다의 오리지널(百) vs 사이다 제로(白)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첨부 이미지

 

‘百세주’는 풍부하고 묵직한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 지금의 호리병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크 브라운 보틀로 풍미 있고 부드러운 맛을 기호화합니다. ‘白세주’는 깨끗함, 투명함, 그리고 '비워냄'의 미학으로 12가지 재료 중 쓴맛과 단맛을 내는 무거운 재료는 줄이며, 향긋한 허브와 시트러스 계열의 보태니컬 에센스만 추출해 맑고 투명하게 빚어냅니다. 수정처럼 맑은 클리어 보틀(Clear Bottle)에 화이트 톤의 미니멀한 라벨을 붙여 깨끗하고 깔끔한 맛으로 기호화합니다. 같은 이름이지만, 새로운 맛의 등장으로 백세주라는 브랜드의 감각을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이 제안은 기존의 백세주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에게 깊게 즐기려면 '百'세주를, 맑게 즐기려면 '白'세주라는 선택지를 주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팬덤과 신규 고객을 모두 안고 갑니다. 자기부정 없는 자연스러운 진화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신선한 대결 구도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화제성있는 주제가 되지 않을까습니다.

앞으로 언젠가 있을지 모를 백세주 리브랜딩 제안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제안 어떠신가요? 애주가는 아니지만, 가장 대중적인 전통주의 대명사인 백세주가 백세까지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제안해 봤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첨부 이미지

브랜드 컨셉북 서비스는 한 단계 도약을 원하는 브랜드를 위해 만든 리브랜딩 패키지입니다. 20년 경력의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밀도 있게 우리 브랜드를 새롭게 발견하고 뾰족하게 정의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브랜딩 브릭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6 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딩 리포트

뉴스레터 문의branding@brik.co.kr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