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벳 A부터 Z까지를 소재로 한 로고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문자가 아니라 그림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브랜드의 대표 이니셜을 딴 로고인 경우도 꽤 많습니다. 최근에 리브랜딩한 쏘카의 로고도 언뜻 보기에는 그냥 면으로 된 형태 같지만, 실은 'S'자를 형상화한 로고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과 가치가 절묘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알파벳을 모티프로 만든 브랜드 로고들의 상징성과 그 안에 품고 있는 의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쏘카 로고는 '자유의 확장'이라는 컨셉 아래, 시원하게 뚫린 길과 그 길이 만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이동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과 '연결'의 가치를 표현한 것입니다. 2012년과 2019년, 두 번의 리브랜딩에서 모두 문자 중심의 워드마크를 썼던 쏘카가 'S'의 상징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비스의 확장만큼 브랜드 이미지와 상징성에서도 고객의 시각 경험을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디에나 속하다(Belong Everywhere)'는 의미의 '벨로(Bélo)'라고 불리는 에어비앤비의 로고는 고객들의 소속감과 환영받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라는 철자의 조합이 들쑥날쑥하여 복잡하고 산만한 이미지를 주는데, 이 심볼이 그것을 깔끔하게 정돈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GS의 'G'자 로고는 에너지 사업의 역동성과 유통 서비스 사업의 성장과 활력을 상징합니다. 불타는 태양, 하늘과 바다, 푸른 대지를 아우르는 심플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지구 모양의 원형에 가까운 'G'라는 알파벳의 조형적 특징이 그러한 컨셉을 담아내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이었습니다.

사실 메타의 로고에서 'M'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운데를 기준으로 대칭인 'M'자의 특징은 뫼비우스의 띠라는 형태를 대입하기에 적격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하는 메타버스의 무한한 가능성, 그리고 사람들을 연결해 가는 메타의 미래 지향점을 잘 담아낸 로고입니다.

토요타의 로고 또한 설명을 듣지 않으면 알파벳 'T'를 이용한 로고로 보기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설명에 따르면 로고의 외곽을 두룬 타원들은 고객과 기업의 '신뢰', 세계를 품는 '포용'을 상징하며, 창업주가 운영하던 방직 기계의 '바늘귀'에서 영감을 얻는 형태라고 합니다. 토요타의 정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심하고 섬세한 제품과 서비스로 다가가겠다는 기업의 태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이제야 로고의 형태들이 S,A,G,M,T 알파벳으로 연결되어 보이시나요? 이렇게 억지로라도 기업의 이니셜을 로고로 만들면 기업만의 고유한 형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쏘카처럼 그냥 길이아니라 'S' 모양의 길이 되고, 에어비앤비처럼 그냥 하트가 아니라 'A'모양 하트가 되고, 메타처럼 그냥 뫼비우스가 아니라 'M'자 모양의 뫼비우스가 되면 기업과의 연계성도 좋아지고, 상징성도 올라갑니다.

결국 매력적인 이니셜 로고는 알파벳을 오히려 숨기는데 포인트가 있습니다. 처음엔 이미지 형태로 읽히다가, 나중에야 문자로 발견되는 순간 고객은 브랜드와 작은 비밀 하나를 공유하게 됩니다. '아, 이게 S였구나' 하는 발견은 브랜드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알파벳형 로고를 만들 땐 '대놓고 보여주지 말고, 발견하게 만들어라'는 원칙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브랜드 컨셉북 서비스는 한단계 도약을 원하는 브랜드를 위해 만든 리브랜딩 패키지입니다. 20년 경력의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밀도 있게 우리 브랜드를 새롭게 발견하고 뾰족하게 정의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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