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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그대로인데 CFO만 두 배 무서워졌다

2026.06.21 | 조회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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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분기마다 모든 마케터의 속을 긁는 주제, 예산 이야기를 꺼내려 합니다.

 

질문 하나 드릴게요. 올해 예산 회의, 분위기 좀 달라지지 않았나요.


저는 요즘 마케터들을 만나면 비슷한 얘기를 듣습니다. CFO가 던지는 질문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예전엔 "이 캠페인이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냐"고 물었는데, 이제는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거냐"고 묻는다고요.


한 끗 차이 같지만, 사실 이 둘 사이엔 깊은 골이 있습니다. 앞의 질문은 마케팅을 일단 믿어준다는 뜻이고, 뒤의 질문은 더 이상 그냥은 믿지 않겠다는 선언이거든요. 회의실 공기가 차가워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먼저 숫자로 분위기를 확인해볼게요.


가트너의 2026 CMO 지출 조사를 보면, 마케팅 예산은 기업 매출의 7.8% 수준입니다. 작년 7.7%에서 0.1%포인트 올랐죠. 통계적으로는 그냥 멈춰 있다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CMO의 56%가 "올해 전략을 실행할 돈이 부족하다"고 답했어요. 절반이 넘습니다.


그런데 압박은 따로 놀고 있습니다. 마케터를 향한 CFO의 추궁이 2023년 대비 무려 52% 늘었거든요. 같은 기간 이사회 압박은 21%, CEO 압박은 20% 늘었는데, 유독 재무 책임자만 두 배 이상 세게 마케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겁니다. 돈은 안 늘었는데 감시는 두 배가 된 셈이죠.


여기서 제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저는 CFO가 옳다고 봅니다. 불편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마케팅은 오랫동안 "브랜드는 숫자로 잴 수 없다"는 말 뒤에 숨어왔습니다. 매출이 좋으면 마케팅 덕이라고 했고, 나쁘면 시장 탓을 했어요. CFO 입장에서 이건 검증이 안 되는 주장입니다. 검증 안 되는 곳에 돈을 더 줄 사람은 없죠. 솔직히 저라도 안 줍니다.


문제는 우리 손에 답할 무기가 없다는 거예요. 콘텐츠 ROI를 정확히 잴 수 있다고 답한 마케터는 고작 21%입니다. 나머지 79%는 사실상 감으로 보고하고 있는 셈이죠. 감으로 만든 보고서가, 두 배로 날카로워진 CFO의 질문을 통과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지금 마케팅 예산의 진짜 문제는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쓴 돈을 설명할 언어가 없는 것"이라고요.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매년 예산 회의에서 같은 패배를 반복하게 됩니다.

 

자, 여기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등골이 서늘했던 사례 하나를 공유할게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의 전 미디어 총괄이 직접 고백한 내용인데요. 회사가 예산의 무려 77%를 퍼포먼스 채널에 쏟아붓고 있었답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해요. 클릭이 바로 보이고, ROAS가 깔끔하게 찍히니까요. 화면에 숫자가 뜨면 일을 한 것 같고, 위에 보고하기도 편하잖아요. 저도 그 유혹을 압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모델을 돌려봤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어요. 실제 매출의 65%를 끌어온 건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동안 뒷전이던 브랜드 빌딩이었던 겁니다. 측정하기 쉬운 곳에 돈을 몰아주고, 정작 매출을 만드는 엔진을 굶기고 있었던 거죠.


이 사례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회사는 돈을 적게 쓴 게 아니에요. 오히려 많이 썼습니다. 다만 잘못 잰 지표를 따라, 잘못된 곳에 부었을 뿐이죠.


이게 오늘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측정이 틀리면, 예산이 많을수록 오히려 더 크게 잘못됩니다. 같은 함정에 빠진 채 돈만 더 부으면, 손실의 규모만 커지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대기업만의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규모가 작을수록 측정하기 쉬운 퍼포먼스 채널에 거의 100% 몰빵하는 경우가 흔해요. 당장 숫자가 찍히니까요. 작은 팀일수록 더 위험합니다. 틀린 방향으로 가진 자원을 전부 쏟는 셈이거든요.


사실 이 측정의 공백은 요즘 더 위험해지고 있어요. 같은 가트너 조사를 보면, 예산이 묶인 와중에도 마케터들은 전체의 15.3%를 AI에 떼어두고 있습니다. 적은 돈이 아니죠. 그런데 그 AI를 실제로 굴릴 준비가 됐다고 답한 조직은 30%뿐이었어요. 미래에 베팅은 하는데, 그 베팅이 성과로 돌아오는지 확인할 체계는 없는 겁니다. 새 곳에 돈을 더 넣을수록, 설명 못 하는 지출만 늘어나는 구조죠.


그럼 한 가지 의문이 생기실 거예요. "그렇게 위험하면 왜 다들 안 바꾸지?"


여기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측정을 못 바꾸는 진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평가와 보상 구조라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라스트클릭과 ROAS가 그렇게 사랑받는 건 정확해서가 아닙니다. 빠르고, 깔끔하고, 누가 책임질지 명확해서죠. 이번 달 캠페인이 ROAS 5배를 찍으면 담당자는 즉시 칭찬받습니다. 반면 브랜드 빌딩은 6개월 뒤에야, 그것도 여러 요인에 뒤섞여서 효과가 나타나요. 같은 1원을 써도 한쪽은 당장 박수를 받고, 한쪽은 묵묵부답입니다. 사람은 당연히 박수받는 쪽으로 움직이죠.

 

그래서 저는 측정 개선이 사실은 평가 개선이라고 봅니다. 분기 단위로만 마케터를 평가하는 한, 누구도 장기 브랜드 투자에 손대지 않아요. 평가표를 안 바꾸고 대시보드만 바꾸는 건, 순서가 거꾸로 된 겁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당장 다음 예산 회의 전에 해볼 만한 걸 세 가지만 짚어드릴게요. 거창한 툴 도입 없이도 오늘부터 가능한 것들입니다.


첫째, 지난 분기 예산을 채널이 아니라 "측정 난이도" 기준으로 다시 줄 세워 보세요. 측정이 쉬운 채널과 어려운 채널에 각각 얼마가 갔는지요. 십중팔구 쉬운 쪽으로 심하게 쏠려 있을 겁니다. 그 쏠림 자체가 위험 신호예요.


둘째, 보고서에서 채널별 ROAS를 맨 앞에서 치우고, 회사 전체 매출을 전체 마케팅비로 나눈 단 하나의 숫자를 맨 위에 올려보세요. CFO가 진짜 궁금한 건 채널 간 공치사가 아니라, "1원 넣어서 몇 원 벌었나" 딱 그거니까요. 대화의 언어 자체가 바뀝니다.


셋째, 가장 효율 좋다고 자랑하던 캠페인 하나를 골라, 그걸 잠시 껐을 때 전체 매출이 정말 그만큼 빠지는지 작게 테스트해 보세요. 의외로 안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바로 '측정의 착시'가 숨어 있던 자리예요.

 

이 세 가지만 해봐도, 우리 팀의 돈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윤곽이 잡힐 겁니다. 저는 새 대시보드를 사기 전에 이 점검부터 하라고 늘 권해요. 도구가 문제였던 적은 생각보다 드물거든요. 대부분은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성과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그럼 우리는 결국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돈을 써야 할까요. 다행히 길잡이가 있습니다. 무려 30년치 데이터로 검증돼 어떤 산업에서도 깨지지 않은 황금 비율이 하나 있고요. 라스트클릭이 가려버린 시야를 되살려주는 측정 도구들이 최근 줄줄이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CFO와 단번에 같은 언어로 대화하게 해주는, 의외로 단순한 지표 한 줄도 있어요.


사실 이 뒷부분이 오늘 이야기의 진짜 핵심인데, 뉴스레터 한 통에 다 담기엔 너무 깊어집니다. 그 60/40 법칙이 왜 온라인이든 B2B든 단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는지, 앞서 그 스포츠 브랜드가 지표를 갈아탄 뒤 매출을 실제로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그리고 복잡한 대시보드 열 개를 이기는 그 한 줄짜리 지표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원문에서 숫자와 함께 제대로 풀어놨어요.


확실한 건 이겁니다. 2026년 예산 싸움에서 살아남는 건, 더 달라고 조르는 마케터가 아니라 지금 가진 예산이 어디서 새는지 정확히 짚어내는 마케터예요. 예산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잘못 재는 동안 조용히 새어 나가는 거죠. 그리고 그 누수, 안타깝지만 당신의 대시보드에선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곳에서 새는 거라면, 우리가 진작 막았겠죠. 안 보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흘려보낸 겁니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4951126a2c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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