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불편한 숫자 하나로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주에 어느 브랜드 계정을 들여다보다 멈칫했습니다. 팔로워가 10만이 넘는 계정이었는데, 게시물 하나가 실제로 닿은 사람은 2천 명 남짓이었어요. 도달률 2%. 처음엔 그 계정만 유독 운이 없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모아 보니 이게 2026년 소셜의 평균에 가깝더군요.
페이스북은 팔로워의 2~5%, 인스타그램은 게시물당 5~7.6%. 그것도 1년 전보다 25% 더 빠진 수치입니다. 우리가 몇 년을 들여 쌓은 팔로워의 90% 이상이, 정작 우리 글을 한 번도 보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화가 났습니다. 열심히 키운 자산이 알고리즘 한 줄에 증발하는 게 억울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곱씹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화낼 대상이 잘못됐더라고요.
문제는 알고리즘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었어요.
제가 본 대부분의 팀은 도달률이 떨어지면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광고비를 늘려요. "오가닉은 죽었으니 돈을 써서 메우자." 얼핏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실제로 2026년 소셜 광고비는 2767억 달러, 전년보다 15.6% 늘었어요. 다들 같은 구멍을 돈으로 막고 있다는 증거죠.
그런데 저는 이 15.6%라는 숫자를 성장으로 읽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고로 읽어요.
생각해보세요. 모두가 같은 사람에게 닿으려고 광고를 사면, 그 사람의 몸값은 계속 오릅니다. 경매판 단가가 뛰는 거죠. 그러니까 광고비가 늘었다는 건 더 많은 고객을 만났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고객을 만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성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에요.
여기서 진짜 무서운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도달률이 떨어지니 광고를 켜고, 경쟁사도 똑같이 켜니 단가가 오르고, 같은 결과를 내려고 예산을 더 쓰고, ROI가 나빠지니 또 광고로 방어하고. 이 사이클에 한번 들어가면 광고를 끄는 순간 매출이 0으로 수렴합니다.
왜냐하면 남는 자산이 하나도 없거든요.
제가 아는 어느 커머스 브랜드가 딱 이랬습니다. 광고비를 두 배로 늘려 매출을 방어했어요. 장부상으론 분명 성장이었죠. 그런데 다음 분기에 예산이 깎이자 매출이 그대로 반토막 났습니다. 광고를 끈 것도 아니고 줄였을 뿐인데도요. 2년을 마케팅했는데, 광고 없이 부를 수 있는 고객 명단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겁니다. 남은 자산이 0이었어요.
저는 이런 구조를 '렌트형 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평생 월세만 내다가 정작 집은 한 채도 못 사는 구조요.
사실 저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를 더 고백해야겠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팔로워 숫자에 취해 있었어요.
팔로워 10만이라는 숫자는 듣기에 참 근사합니다. 보고서에 쓰기 좋고, 윗선을 설득하기도 쉽죠. 회의실에서 "저희 팔로워가 이만큼입니다"라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그 10만 중에 내 글을 진짜 보는 사람이 2천 명이라면, 나머지 9만 8천은 대체 뭘까요. 명단에 이름만 올라간 유령입니다. 부른다고 오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도 닿지 않아요.
저는 한동안 이 사실을 일부러 외면했습니다. 숫자가 줄어드는 게 무서웠거든요. 팔로워가 늘면 일을 잘하는 것 같고, 도달률이 떨어지면 내 탓이 아니라 알고리즘 탓 같았어요. 이 심리가 진짜 위험합니다. 허영 지표는 기분은 좋게 해주지만, 정작 봐야 할 곳을 못 보게 만들거든요. 팔로우 버튼 한 번 누른 그 가벼운 관계를, 우리는 너무 오래 '우리 고객'이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럼 안 무너진 팀은 뭘 다르게 했을까요?
여러 계정을 비교해보면서 찾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팀들은 도달률이라는 지표를 아예 미련 없이 버렸어요. 대신 '알고리즘 없이 내가 직접 부를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카카오 오픈채팅, 네이버 카페, 디스코드, 뉴스레터. 플랫폼 알고리즘이 끼어들 수 없는 공간이죠. 여기서는 도달률이 2%가 아니라 80~90%입니다. 메시지를 보내면 거의 다 봐요. 지금 이 뉴스레터를 여러분이 읽고 계신 것처럼요.
흥미로운 건 이 팀들이 팔로워 수를 더 이상 자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신 '진짜 대화가 오가는 활성 멤버 수'를 봅니다. 10만 팔로워보다 살아 있는 3천 명을 더 귀하게 여겨요.
물론 이 길이 더 어렵습니다. 광고는 돈만 넣으면 내일 당장 숫자가 뜨는데, 커뮤니티는 한 달을 부어도 멤버 200명이 고작일 수 있거든요. 표가 안 나요. 그런데 그 200명은 진짜입니다. 부르면 오고, 물으면 답하고, 신제품을 내면 가장 먼저 삽니다. 저는 이 200명이 유령 팔로워 10만보다 훨씬 큰 자산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팀에 이런 순서를 제안합니다. 거창한 전략 회의 말고, 이번 주에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요.
첫째, 보고서 맨 윗줄을 바꾸세요. 도달률과 팔로워 수를 내리고, 그 자리에 '활성 멤버 수'와 '재방문율'을 올리는 겁니다. 사람은 측정되는 걸 잘하게 되어 있어요. 지표를 바꾸면 신기하게도 행동이 따라 바뀝니다.
둘째, 소유할 수 있는 채널 하나를 이번 분기에 반드시 시작하세요. 거창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오픈채팅방 하나, 뉴스레터 하나면 충분해요. 핵심은 '알고리즘 허락 없이 내가 부를 수 있는 명단'을 갖는 것, 그 자체입니다. 매주 한 명씩만 늘려도 1년이면 무시 못 할 규모가 됩니다.
셋째, 광고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세요. 광고로 전환을 직접 사려 하지 말고, 커뮤니티로 데려오는 '입구 비용'으로 재정의하는 겁니다. 같은 돈인데 결과로 남는 게 완전히 달라져요. 광고로 산 클릭은 한 번 쓰면 사라지지만, 광고로 데려온 멤버는 두고두고 닿을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이 전환은 불편합니다. 도달률은 매일 오르내리는 게 눈에 보여서 중독성이 있거든요. 반면 커뮤니티는 한 달을 부어도 표가 잘 안 납니다. 그런데 저는 확신해요. 2026년에 살아남는 팀은 눈에 잘 띄는 숫자가 아니라,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쌓이는 관계를 택한 팀입니다.
그리고 사실, 도달률보다 더 큰 변수가 지금 조용히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AI예요. 사람들이 이제 소셜 안에서 AI에게 직접 "이런 상황인데 뭐가 좋아?"라고 묻고, 그 답을 받아 구매를 정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렇게 되면 게임의 규칙 자체가 '얼마나 많이 뿌리느냐'에서 '얼마나 자주 인용되느냐'로 바뀝니다.
생각해보면 이건 검색에서 한번 겪은 일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구글 상단에 올라가려고 SEO에 매달렸던 것처럼, 이제는 AI가 답을 만들 때 우리 브랜드를 골라 쓰게 만드는 싸움이 시작된 거예요. 그런데 AI는 아무 콘텐츠나 인용하지 않습니다. 출처가 분명하고 주장이 선명한, 우리만의 데이터와 관점이 담긴 글을 고릅니다. 남들 다 만드는 뻔한 요약본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콘텐츠의 기준을 '얼마나 많이 퍼지나'에서 '얼마나 인용할 만한 깊이가 있나'로 바꾸는 중입니다. AI가 흔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사람 냄새 나는 관점과 진짜 경험이 더 비싸지거든요. 모두가 같은 도구로 비슷한 글을 찍어내면, 결국 남는 건 '이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뿐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한 가지는 분명해졌을 거예요. 도달률 2%라는 숫자 앞에서 우리에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부어 임대료를 계속 올리거나, 지금부터 내 땅을 한 평씩 사기 시작하거나.
이 변화가 왜 도달률 붕괴보다 더 결정적인지, 그리고 영상 조회수만 좇는 게 왜 또 다른 함정인지는 원문에 훨씬 자세히 풀어뒀습니다. 솔직히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후반부에 있어요. 지금 광고비를 늘릴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부분만큼은 꼭 보셨으면 합니다. 반쪽만 알고 예산을 태우면 가장 아까운 게 마케팅 예산이니까요.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ef315302f717?postPublishedType=initial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