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중앙화는 가능한가?

1. 탈중앙화, 그것이 가져다주는 것

탈중앙화는 중앙화 되어 있는 권력을 더 작은 집단으로 분산화 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탈중앙화에 왜 그렇게 목 매는 것일까?

인간은 남들에게 자신을 보이고 싶어 하는 인정 욕구, 관심을 받으려는 욕구도 있지만 동시에 보이고 싶지 않은 욕구도 존재합니다. 또한 자신을 보이지 않으면서 타인을 관찰하고 싶어하는 관음의 욕구도 존재하죠.

사람들은 자신의 보호를 원하며, 동시에 타인으로부터의 보호도 원합니다.

유구한 역사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보호하기 위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그리고 타인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힘써왔습니다.

나를 보이지 않으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한 익명성

나를 보이지 않으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한 익명성, 어느 정도는 말장난이지만 잘 활용하면 나와 나의 행동을 들키지 않으면서(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타인을 볼 수 있는 기술이죠. 블록체인 말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비트코인을 누가 많이 가졌느냐, 자산 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느냐가 꽤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사람과 상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죠. 블록체인은 이것을 대부분 가능케 합니다. 

적어도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제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수 없는 사람들도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가상자산을 담을 수 있는 혹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블록체인에 참여할 수 있는 가상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탈중앙화가 가져다주는 또 다른 측면입니다.

2. 탈중앙화의 문제

중앙화에 문제가 있다면 탈중앙화에도 문제가 있겠죠? 어디에나 문제는 있습니다. 문제는, 미래를 위해 현재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보는 것이 인류/기술/사회의 발전에도 건전하고 바람직할 겁니다.

제가 생각했던 탈중앙화에서 겪게 되는 첫 번째 문제는, 사람들의 의존성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정부의 말과 행동에 학습되어 왔습니다.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줄 거라 믿고서 말이죠. 심지어 구조적으로 경질되어왔습니다.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하는 법정화폐를 사용하고 금융 인프라를 이용하는 우리는 대부분 보호에 익숙해져있습니다.

내가 믿고 내 자산 혹은 내 권리를 행사했을 경우 그것이 옳아야 하며,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불가침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주장해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자들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칙들을 따르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죠.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서비스와 인프라로부터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국가를 탓하고 비난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보호받아야 하는 나'이기 때문입니다.

허나, 탈중앙화는 어떻습니까?

범국가적인 인프라, 익명성, 분산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보호해주던 국가가, 서비스 사업자가 옅어지는 영역에서 우리는 개인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해킹, 사기, 범죄 행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이 곳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외쳐왔던 탈중앙화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검열 저항성이 담보되어 있고, 권리와 책임이 개인에게 할당되는 곳. 꽤나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통제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문제, 누군가는 통제해야 한다. 어떻게?

탈중앙화 기반 서비스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디파이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매우 어렵게 다가오고 투자하기 꺼려져야 마땅하지만 최근 무분별한 투자가 이루어졌죠.

앞서 언급한 다양한 사기, 해킹 등의 범죄를 당한 사람들도 많으며 그 피해 금액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분명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누군가(집단)는 감시해야 합니다.

세 번째 문제, 누군가가 자금 유통에 대한 감시를 해야합니다. 그렇다면 그건 누가 해야할까?

제 생각에는 국가, 정부 기관, 각국의 연합 기관 등이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AML/CFT, STR, CTR 등 불법적인 자금의 유통에 대한 통제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꽤나 제한적이며 이것은 규제에 필요한 지식이기에 블록체인에 투자하거나 DAO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조차 잘 모르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영역까지 탈중앙화가 된다면, 인센티브 구조로 돌아가는 블록체인은 타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DAO에 대한 로비가 더 활발히 일어나겠죠. 저는 앞으로 DAO 멤버들에 대한 로비도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3. 문제 해결 방향

가상자산의 비중은 시장에서 높은 확률로 증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제 시장은 이미 열렸으며, 가상자산 간편 구매 서비스도 날로 늘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더더욱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사용자 자금의 행방과 출처 증명이 필요할 겁니다.

향후에는 법정화폐로 교환하지 않아도 가상자산을 수단으로 다양한 서비스들과 인프라들을 이용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재를 가하지만, 급격하게 발전하고 변화해온 탈중앙화 서비스가 지금보다 커져버리고 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개인 지갑 대 개인 지갑, 개인 지갑 대 컨트랙트 등 어떻게 추적하고 분석하며 증명할까요?

탈중앙화의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성 집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교육에 대한 DAO, 보안에 대한 DAO, 전세계적으로 합의된 규칙을 바탕으로 자금을 검열하는 메타 DAO(DAO 위의 DAO)가 존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자정작용이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법정화폐의 의존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아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규제에 대해서도 벗어날 것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탈중앙화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모두가 공감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기존의 방식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 투자나 서비스 이용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의무 교육이 필수화되어야 합니다. 주식 시장의 파생상품에 투자할 때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요.

또, 불법자금 통제에 대해서는 전세계의 AML/CFT/CDD 등 불법자금 통제에 대한 규제를 논하는 FATF, FIU, 정부, 사법기관, 행정기관 등에서의 합의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합의의 첫 시발점이 가상자산에 대한 트래블룰 적용이 될 수 있겠죠. 이 방식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것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테러자금조달 방지도, 자금세탁 방지도, 불법 무기나 마약류 구입 자금에 대한 통제도 어려울테니까요.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겜블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국내에서는 국가가 정한 기관/사업체가 아닌 이상 엄연히 도박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Tornado Cash를 통해 자금 출처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자금세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NFT 마켓에서 NFT를 이용해 자금세탁을 하는 것도 가능하죠.

우리는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똑바로 직시해야 합니다.

4. 마지막

우리가 공통적으로 합의하여 쌓아온 기반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탈중앙화는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인간 사회의 규칙들을 무너뜨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것을 조금 더 이로운 기술의 혁신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토론이나 의견 공유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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