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트렌드

공대생이 마음에 문학을 품었다 - 이공계 캠퍼스의 독서 지형

[ep.04] 카이스트, 유니스트, 지스트

2026.08.24 | 조회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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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픽, jamongda,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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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캠픽은 서울출판예비학교 마케터반에서 뭉친 2인 구성 프로젝트입니다.

출판 마케터라는 꿈 하나로 만나, '직접 시장 데이터를 파고들어 보자'는 패기로 이 뉴스레터를 만들었습니다. 환경도, 전공도, 분위기도 다른 대학들의 도서관 인기 대출 도서를 조사해 20대 독자의 데이터를 카테고리화하고자 합니다.

로우 데이터 제공 뿐만 아니라, 20대 독자가 지금 무엇에 끌리는지, 그 흐름이 출판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또래의 시선으로'고민해본 인사이트를 제공해드리고자 합니다.

현장의 감각은 아직 선배님들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시장 조사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기대해주세요!

 

editor 수수, 자몽다 드림

첫 번째 캠퍼스 : 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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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8월 셋째주 기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청미래(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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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한 남자가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연애 소설이자, 영미 소설입니다. 단순히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철학·심리학적으로 해부하듯 들여다보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에요. 왜 하필 그 사람에게 끌렸는지, 사랑에 빠지면 왜 상대를 이상화하게 되는지, 관계가 흔들릴 때 우리는 어떤 불안을 느끼는지 등을 주인공의 내밀한 독백을 통해 풀어냅니다.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체로, 연애의 감정을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고 그 이면의 심리와 논리를 냉철하게 짚어낸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 요즘 20대 사이에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함께 이런 사랑을 주제로 한 책들이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고 있는데요, 카이스트 인기 대출 리스트에도 이 책이 이름을 올린 걸 보면 이공계 캠퍼스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흥미로운 건 두 책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사랑의 기술』이 사랑을 '기술(art)', 즉 훈련하고 노력해야 하는 능력으로 접근하는 다소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책이라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한 연애의 시작과 균열, 그 안의 심리를 소설 형식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즉 요즘 20대는 사랑을 감정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이론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연애가 점점 어려워지고 관계 맺기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랑을 언어화하고 구조화해서 이해하려는 욕구가 커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바쁜 전공 공부 속에서도 이런 책이 읽힌다는 건, 관계와 감정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민음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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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KAIST) 도서관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지속적으로 대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은, 엄밀한 논리와 수치 속에 살아가는 과학도들이 겪는 '존재론적 갈증'의 방증입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매일같이 실험의 성패, 연구의 가치, 그리고 학문적 성과를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때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을 바탕으로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논하는 쿤데라의 문장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문학적 유희를 넘어 자신들의 삶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철학적 쉼표를 제공합니다. "단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는 소설 속 명제는, 매 순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예비 과학자들에게 역설적인 위안과 성찰의 기회를 부여한다고 해석했습니다.

  해당 도서는 이공계 집단이 가진 '지적 정복욕'을 자극하는 텍스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고,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철학적 담론을 펼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만큼 밀도가 높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과정은,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어려운 물리 방정식을 풀어내는 것과 유사한 지적 도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특히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어려운 책 읽기' 문화, 즉 자신의 지적 수준을 증명하고 내면의 깊이를 다지는 행위로서 이 고전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이들에게 인문학적 사유의 정점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문적 균형 감각을 유지하게 돕는 역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전의 권위'와 '현대적 불안'이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8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청년들이 겪는 관계의 불안정성, 정치적 허무주의, 그리고 자아 실현의 고민을 완벽하게 관통하였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 도서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지성인의 필독 아이템'으로 브랜딩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화된 고전'이 커뮤니티의 공통 언어로 작동하며 스테디셀러의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향후 출판 마케팅은 대중적인 트렌드를 쫓기보다, 특정 타겟의 '지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그들의 '실존적 고민'에 논리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솔루션형 클래식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몽다입니다 🍊 카이스트 도서관에서 이 고전이 꾸준히 대출되는 건, 학문의 무게에 짓눌린 학생들이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숨구멍을 찾으려는 심리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을 수치로 증명해야 하는 카이스트의 엄밀한 세계관 속에서, 정답이 없는 인간의 고독과 우연을 논하는 쿤데라의 문장은 아주 특별한 해방감을 주었다고 느꼈어요. 한 페이지를 넘기기 힘든 난해한 텍스트를 정복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지적 도전이라고 보기도 했습니다. 밀란 쿤데라가 던지는 "단 한 번뿐인 삶"이라는 메시지가 학생들에게는 역설적으로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단순히 문학 장르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타겟팅이 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우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캠퍼스 : 유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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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8월 둘째주 기준 


『쓰는 생활: 기록으로 취향을 발견하고 나만의 길을 만드는 법』, 논디 김하영, 라이프앤페이지(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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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적 마인드를 가진 타겟에게 인문학적 가치를 전달할 때는 구조화된 방법론이 필수적'

  출판 시장의 관점에서 이 책은 202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자기계발형 에세이'의 진화형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단순한 위로나 공감을 넘어, 기록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Methodology)'을 제시하며 독자가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실천적 텍스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출판 트렌드인 '퍼스널 아카이빙'과 '라이프 로깅'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으로, 저자 김하영(논디)이 디자이너로서 보여주는 시각적 감각과 기록의 체계성이 결합되어 '소유하고 싶은 지식'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였습니다. 이는 책을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닌,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소비하는 요즘 20대의 독서 패턴을 정확히 공략한 결과였습니다.

  UNIST라는 특수한 학술 공동체 내에서 이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공대생들이 겪는 '지적 과부하와 정서적 공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되었습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치와 코드, 실험 결과라는 '객관적 데이터' 속에서 살아야 하는 UNIST 학생들에게, 오직 나만의 주관적인 감정과 취향을 기록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신적 도피처이자 치유의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해당 도서가 제안하는 기록의 방식이 매우 구조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모호한 감성 팔이가 아니라, 기록을 수집하고 분류하여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이 공학적 사고방식과 높은 동질성을 가지기 때문에 UNIST 학생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얻은 것입니다.

  「쓰는 생활」의 성공은 '아날로그의 디지털적 재해석'이 고관여 타겟에게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기록이라는 전통적인 아날로그 행위를 '취향 발견'과 '커리어 설계'라는 현대적 가치와 연결함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공계 집단에게도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제안으로 다가갔습니다. 이는 향후 출판 마케팅이 단순한 장르 구분을 넘어, 특정 타겟의 '심리적 결핍'과 '인지적 습관'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융합형 콘텐츠를 지향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책은 11위에 오른 책입니다! 유니스트 학생들이 이 책에 열광하는 건 매일 쏟아지는 차가운 실험 데이터 사이에서 '나만의 온도'를 찾고 싶어서인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과정이 마치 공학적인 시스템 설계처럼 느껴져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지 않았을까요. 빡빡한 연구 일정 속에서도 기록을 통해 삶의 질서를 잡으려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대생 특유의 정밀한 사고방식이 아날로그 기록과 만나서 아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한 결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대 과학도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가장 효율적인 지침서가 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션,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알에치코리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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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위어의 「마션」은 출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하드 SF(Hard Science Fiction)'의 표본으로, 출간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학 도서관 대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당 도서의 인기 비결은 저자가 웹 연재 시절부터 독자들과 소통하며 검증받은 '압도적인 과학적 고증'에 있습니다. 앤디 위어는 단순히 상상력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물리 법칙과 화학 반응, 궤도 역학을 서사의 핵심 엔진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과학 중심적 서사(Science-driven Narrative)'는 지적 수준이 높은 독자층에게 '학문적 즐거움과 서사적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스테디셀러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습니다.

  UNIST 학생들에게 「마션」은 소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학적 카타르시스의 결정체'입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이라는 절망적인 고립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초능력이 아닌, 오직 '과학적 사고와 공학적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연구실에서 수많은 실험 실패와 변수에 직면하는 UNIST 재학생들에게,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그다음 문제를 해결한다"는 와트니의 철학은 강력한 정서적 지지와 동기부여를 제공했습니다. 학생들이 전공 서적에서 배우는 열역학이나 식물학 지식이 실제 생존을 위한 '무기'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학문적 선택에 대한 자부심과 지적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해당 도서의 장기 흥행을 분석하면, '전문 지식의 엔터테인먼트화'가 가진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션은 과학적 전문성을 희석하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의 유머러스한 1인칭 시점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대학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이러한 지적 공감대가 형성된 집단이 모인 곳이기에, 선배가 후배에게 추천하고 동료끼리 회자되는 '커뮤니티 내 구전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마케터는 이를 통해 특정 전문 집단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콘텐츠가 어떻게 세대를 초월한 '커뮤니티 바이블'로 자리 잡는지 주목해야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니스트에서 '마션'이 10년 넘게 1위인 이유는 주인공 와트니가 오직 과학 지식 하나로 화성을 지배하는 그 쾌감 때문이에요. 연구실에서 밤새 실험 실패와 싸우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 살 수 있다"는 와트니의 대사는 하나의 희망이라하기도 한다네요. 자신들이 배우는 복잡한 방정식이 실제 생존의 무기가 되는 걸 보면서, 전공에 대한 자부심과 지적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낀 거 같습니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공학적 사고'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바이블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 캠퍼스 : 지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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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8월 셋째주 기준


『1984』,조지오웰,민음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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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배경으로, 당(黨)과 '빅브라더'가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을 통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생각까지 감시·통제하는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이 체제에 은밀히 의문을 품고 금지된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지만, 결국 당의 압도적인 감시망 앞에 굴복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언어를 조작해 사고 자체를 통제하는 '신어(Newspeak)'와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당의 슬로건은 지금까지도 권력과 통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  이 책이 GIST 인기 대출 리스트에 오른 데는 몇 가지 맥락이 겹쳐 있는 것 같아요.

먼저 20대 사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꾸준한 인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84』는 그중에서도 스테디셀러급으로, 고전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명확한 서사 덕분에 '고전 입문서'로도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에요. 표지 디자인과 휴대성 등으로 SNS에서도 꾸준히 회자되는 시리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근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을 겁니다.

또한, 민음사는 이번에 서울과 부산 두 곳 모두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하죠! 이 팝업스토어에서 세계문학전집을 귀여운 캐릭터와 콜라보한 리커버 표지판과 미니어처 북 키링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저 에디터 수수도 현장에 갔다온 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북 키링도 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세계문학전집이 다양한 형태의 IP로 젊은 독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고전의 인기를 계속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결의 흥미로움입니다. 『1984』는 순수 과학 이론서는 아니지만, 감시 기술과 데이터 통제가 인간의 자유와 사고를 어떻게 잠식할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CCTV, 개인정보 수집,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 등 오늘날의 기술 환경과 겹쳐 읽을 지점이 많아, 기술을 만드는 입장에 있는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내가 만드는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쓰일 수 있는가"를 되묻게 하는 책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결국 『1984』의 인기는 '읽기 쉬운 고전'이라는 접근성과, '기술과 권력'이라는 시의성 있는 질문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박완서,문학동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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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는 세 번의 결혼 끝에 지방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온 '나'가 오랜만에 여고 동창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단편소설입니다. 어릴 적 사소한 일에도 얼굴이 빨개질 만큼 부끄러움을 잘 타던 주인공은, 전쟁과 가난을 겪으며 그 감정을 잃어버린 인물이 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의 화려한 살림살이와 위선적인 태도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물질주의적 세태에 물들어 있었음을 깨닫고, 그 안에서 잊고 있던 순수한 '부끄러움'의 감정을 되찾게 됩니다

산업화 시기 서울의 속물적인 세태를 예리하게 포착하면서,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를 지배해버린 사회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 이 소설이 지금의 20대에게는 어떻게 읽힐까요. 1970년대 산업화 시기의 이야기지만,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잃어가는 감정'이라는 정서는 지금의 20대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SNS 속 타인의 삶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그 안에서 위축되거나 반대로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요즘의 풍경과도 묘하게 겹칩니다. 소설 속 '나'가 동창의 살림살이 앞에서 느낀 감정이, 지금의 20대가 SNS 피드를 보며 타인과 비교하게 될 때, 취준 등에 압박을 느낄 때 드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말하는 '부끄러움'이 단순한 수치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한 감각이라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묻게 하는 작품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캠픽 뉴스레터의 ep.04 과학기술원 특집 호였습니다.


다음 발행일은 9월 7일이며, 
2주 주기로 발행할 계획입니다.

다음 회차는 선생님 특입니다!

앞으로, 모든 대학 환경을 놓치지 않고

면밀히 대출 데이터를 분석해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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