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나님”
지난 주간, 제목이 무려 “행복”인 래리 크랩의 책을 읽으면서, 충격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행복하시다”고 저자는 말했어요.
잠깐. 에덴동산에서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신 하나님이 행복하셨다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완전하신 당신이 만드신 세상이 완벽했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의 타락 이후에는요? 사람들을 낙원에서 쫓아내신 하나님이 행복하셨다고요? 인간의 죄를 죽음으로 수습하셔야 했던, 하나님이신 예수님도 행복하셨을까요? 배신당하고 채찍을 맞고 십자가에 달리던 순간에도 예수님이 행복했다고 말하는 건가요?
『행복』의 답은 ‘그렇다’입니다. 고단한 인생에 하나님이 행복의 근원이시라는 것, 하나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원하신다는 믿음은 익숙했지만, 하나님 자신이 행복하셨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나님이 행복하신 분이라면 하나님의 형상대로(즉 하나님의 성품을 닮도록) 창조된 인간도 행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그런데요(그럼 그렇지...) 이 책의 원제는 “A Different Kind of Happiness”입니다. 그것은 관계에서 오는 행복이고 근원, 즉 하나님 닮게 창조된 우리의 상태와 성품을 되찾아가는 데서 만나는 행복이라고 래리 크랩은 말합니다.
“그거 말고요, ‘다른 종류’의 행복 말고, 같은 걸로 주세요, 같은 거! 평범하고 예쁘고 누가 봐도 즐거운 거요!” 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시지 않나요? 저는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런 내면의 목소리와 싸우는 것, 이 싸움 자체가 ‘좁은 길’을 가는 동안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네요. 여기서 ‘좁은 길’이라는 것이 흔히 이해되는 ‘어려운 길’과도 다르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거친 길’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저자는 말했어요.
저로서는 보수기독교 공동체에서 모태신앙인으로 자라면서 그토록 빠져나오고 싶었던 개인의 영성과 관계 중심의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냐, 그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인 영성이 아닌가 하는 항변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계속해서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히기는 했습니다만, 그런 어지러움조차도, 제가 지금 비틀거리며 서 있는 이 곳이 좁은 길 어느 언저리이기를 바라는 소망과 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반드시 돌아가야 할 회귀의 지점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아야 할 복음의 원리, ‘좋은 소식good news’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혹시 그 신앙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진실도요.
나는 진짜로 행복하고 싶은가? 그러니까 나는 행복하신 하나님을 정말로 닮기를 원하는가, 진지하게 묻게 됩니다.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에요.
1. 포스터를 공개합니다.
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의 주제는 ‘행복’입니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와 스토리들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여러 종류 여러 모양의 행복이 있겠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러스트레이터 @atelier__rachel
포스터디자인 @leetorok
2. [영화로운 모기씨]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2021) 1부입니다.
한때 ‘블랙 메시아’라고 불린 사람들이 있었어요. 미국 FBI의 국장이었던 J. 에드거 후버가 미국 내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 영향력이 커져 가고 있던 흑인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하고 이들을 진압하는 활동을 지시합니다. 영리한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이 별명을 그대로 차용해서 블랙 메시아로 지칭될 만한 역사적 인물 프레드 햄프턴과 ‘가룟 유다’이기도 한 빌 오닐을 함께 다루는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죠. 이번주 모기씨, 강도영 사무국장과 장다나 프로그래머가 유쾌하고 친절하게 풀어드립니다.
3.장프로의 <바베트의 만찬>(1987)
음식과 공동체에 관한 한, 먹방 프로그램과 음식영화가 쏟아지는 요즘에도 이만한 작품을 찾기 어렵죠. 이방인인 바베트는 어떻게 보수적이고 금욕적인 청교도인들의 마을에 ‘복음’이 되었을까요? 아... 복권에 당첨되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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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여전하고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모기영은 늦가을 축제를 향해 좁은 길을 걷습니다.
길이 좁다고 벗들과 나란히 서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선 자리가 비좁을수록, 함께 걷는 이들의 숨과 온기가 가까운 거겠지요. 그게 바로 우리에게 약속된 행복일겁니다.
실은, 길이 비좁다고 느껴질 만큼 수많은 벗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늘 고맙습니다.
2021. 8.28.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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