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행복’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빵 한쪽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죄수 장발장의 이야기지만, 주인공 장발장을 만나려면 우리는 초반의 110여 페이지를 견뎌야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미리엘 주교와 누이가 티격태격 살아가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죠. 그렇다고 해서 ‘미리엘씨’의 과거와 사연을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으면서요. 톰 후퍼의 영화 <레미제라블>은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연주되는 마지막 장면 직전에 미리엘 주교를 다시 등장시키지만, 소설에서 미리엘 주교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1권 300페이지 즈음, 이제는 마들렌 시장이 된 장발장이 신문 부고를 통해 미리엘 주교의 죽음을 접하는 부분에서입니다. 마들렌씨는 홀로 상복을 입고 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말년에 미리엘 주교는 시력을 잃었지만, “행복했다”고, 위고는 전했어요. 그의 소설을 가득 메운 불행한miserable 사람들 틈에서 미리엘 주교는 행복하게 묘사된 거의 유일한 인물입니다. 작가에 따르면 그의 행복은 사랑받는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것이었는데요, ‘한 여자’ 때문이었다고 하는군요. 그는 다름 아닌 주교의 여동생이었습니다.
“신문에서 빠뜨린 사실 하나를 여기에 첨가해두겠는데, 디뉴의 주교는 사망하기 몇 년 전에 실명했지만, 누이동생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실명한 뒤에도 전혀 불편함 없이 만족하고 지냈다.”(300쪽) 그런데 “성자처럼 영면”한 오빠에게 무한 돌봄을 제공하며, 아마도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지켰을 누이동생도 행복했을까요? 그렇겠지요? 그랬어야 할 텐데요.
미리엘 주교와 위고는 그렇고, 모기영의 동지 여러분들께서는 인생 최고의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1.주제는 ‘행복’입니다
매주 발간하는 주간 모기영이 벌써 12회째를 맞았습니다.
유심히 지켜봐주신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요.
네. 맞습니다.
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의 주제는 “행복”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매주 한 권씩 행복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철학자와 소설가와 에세이스트들과 시인과 예술가들이 행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슬렁슬렁 살펴보는 거죠. 이것 참 재미난 일이구나, 하면서요. 손에 잡히고 눈에 밟히는 대로, 계속해서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주간모기영]에서 간략하게 나누겠습니다.
물론 그보다 맹렬히,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일 행복에 관한 영화들을 저희 프로그래머들이 함께 찾고 있지요.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2.[영화로운 모기씨] <애플>(2020) 1부가 업로드됐어요.
카메라 뒤의 숨은 실력자, 장프로가 드디어 등판했습니다. 이번 주 [영화로운 모기씨]는 장다나 프로그래머와 박준용 영화해설가가 출연합니다. 마치 바이러스 감염병처럼 원인모를 단기기억상실증 환자가 속출하는 도시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기억을 잃게 되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왜 ‘애플’이냐고요? 다 잊어버렸는데 아삭한 사과의 맛만은 잊을 수가 없었다는군요. 남자는 오렌지가 싫대요.^^
Episode.1 최근 본 영화를 말해보자
Episode.2 제2의 란티모스라고 하는데….
Episode.3 두 줄기의 이야기. 당신의 선택은?
▼영화로운모기씨 애플 1부 보러가기▼
3.거액의 후원금이 도착했습니다!
이런 소식을 매주 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참 감사하게도 모기영의 비전에 동감하시고 같은 뜻을 품었던 공동체 ‘고백교회’ 성도님들(박서인 외)께서 700만원을 특별후원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올해 외부 지원 예산이 천만원 삭감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저희에게는 기적과도 같고 놀라운 격려입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아, 이 일은 꼭 해야 하는 일이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어찌어찌, 해낼 수 있겠구나.”하는 막연한 안도감과 함께요.
펜데믹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져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고 부담스러웠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이번 주 스태프 회의를 하면서, 줄어든 예산을 감안해서 축소했던 사업들을 다시 끼워 넣고 새로운 기획들을 이야기하는 동안 모기영은 신이 났습니다. 지지받는다는 것은 이런 거였어요. 함께하는 마음을 애써 표현해주셔서, 그래서 위축되지 않는 꿈을 꾸게 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행복은 가끔 -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 돈과 함께 오기도 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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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인식과 간절함은 불행에 대한 감각과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펜데믹 최악의 수치가 연일 갱신되던 지난 한 주, 더 간절히 행복을 감지해보려고 애쓰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행복과 행운과 다행, 축복과 복의 근원. 그 어느 언저리에 머물고 싶은 마음, 홀로가 아니라 가능한 ‘모두’와 함께하고 싶은 모기영의 마음을 전합니다.
내일은, 다음주는 조금 더 나아지기를요.
늘 고맙습니다.
2021. 7. 17.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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