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50. 영화 속 흑백요리사👩🏻‍🍳

미식 문화의 중심, 미슐랭 가이드 (Guide Michelin)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도 미슐랭 가이드가 미식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았는데요. 사실 국내에 미슐랭 가이드가 발행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미슐랭 가이드가 만들어진 시기는 1900년이지만 대한민국은 2016년부터 서울이 발행 도시로 선정되었거든요. (2023년에는 부산도 선정되어 미슐랭 가이드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 이전에도 감각적인 요리 프로는 많았고 마스터셰프 코리아나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미식 문화가 대중화되었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관심을 정점에 끌어올린 것은 흑백요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대략적인 정보만 알고 있던 미슐랭 가이드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세계적인 셰프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제조회사인 미쉐린에서 매년 발행하는 여행과 미식 가이드 시리즈인데요. 미쉐린에서 발행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도 많더라고요. 미식 문화와 타이어회사가 접점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탄생 비화를 들어보면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습니다. 앙드레 미슐랭이 처음 발간한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를 여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라는 취지 아래 타이어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일종의 브랜드 매거진이었는데 여기에는 로드 트립 수요가 커질수록 타이어 매출도 상승할 것이라는 계산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타이어 정보, 자동차 정비 요령, 주유소 위치, 도로교통 법규 등이 주된 내용이고 식당 소개는 부수적인 요소였으나 식당 정보가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미슐랭 가이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1920년부터 쭉 돈을 받고 판매되는 유료 가이드북인데요.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된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어느 날 앙드레 미슐랭이 주유소에 갔다가 미슐랭 가이드 복사본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돈을 지불한 것을 믿을 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유료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프랑스 버전으로만 발행되었는데 벨기에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의 도시들이 발행 도시로 선정되었고 이후 일본, 홍콩, 마카오, 미국(일부 주와 도시만 발행), 중국, 싱가포르, 대한민국 등이 추가되어 발행되고 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 빼놓을 수 없는 별점 제도는 1926년부터 시작되어 몇 차례 변화를 거쳐 1931년부터 지금의 3 스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별을 받을 식당은 전담 요원이 손님으로 가장해 식당을 1년 동안 여러 차례 방문해서 시식을 하고 평가를 내리고 음식의 맛과 맛의 일관성, 가격 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기준에 따라 식당을 1차적으로 선별한 후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식당을 분류하여 별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전담 요원은 미쉐린의 정직원으로서 요식업 경력이 있는 이들로 선별하며 식당 선정도 가이드가 발행될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를 거친 후 요원이 투입된다고 해요. 가끔 셰프가 주인공인 영화를 보면 미슐랭 별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이 묘사되는데요. 심사과정이 이렇게나 치밀한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명예와 직결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미슐랭에서 별을 받았다고 영원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고 정기적으로 재심사를 받아 별이 유지되기도 하고 박탈되기도 한다고 해요. (역시 세상은 정글입니다…😭)

미슐랭 별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별 개수의 의미였는데요. 여기에도 맥락이 담겨있습니다!

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미쉐린에서는 미슐랭 가이드와 별개로 빕 구르망(Bib Gourmand)도 발행하고 있는데요. 미슐랭 가이드처럼 별점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고 적당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은 식당을 선별한 가이드북입니다.

사랑의 레시피(No Reservations), 스콧 힉스, 2007년 개봉 

<사랑의 레시피>는 독일 영화 <벨라 미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요리를 매개로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 닥친 변화를 받아들이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통제하던 사람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하며 새로운 사랑과 인생관을 얻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캐서린 제타존스와 다크나이트 하비 덴트로 익숙한 아론 아크하트가 주연을 맡아 셰프로 변신했는데요. 두 사람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뉴욕의 유명 요리학원을 다니며 요리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 재료를 대하는 자세와 테이블 세팅하는 법을 익히고, 복잡한 주방을 누비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훈련했다고 해요. 주요 무대가 되는 주방은 60여 곳의 레스토랑 디자인과 분위기를 조사해 선반부터 바닥, 각종 조리도구 등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들로 배치했다고 하는데요. 극 중 레스토랑이 오랫동안 명성을 쌓은 곳으로 묘사되기에 적당히 타고 찌그러진 냄비나 팬을 비치하기 위해서 기존 식당에 새 제품을 주고 사용하던 그릇을 가져오는 거래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 덕분인지 촬영 중에는 손님과 웨이터 역할의 배우들이 음식을 나르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새로 생긴 레스토랑인 줄 알고 들어오기도 했다고 해요.

자신의 삶이자 일터인 주방을 성공을 위한 자신만의 레시피로 가꿔나가는 뉴욕 맨해튼의 고급레스토랑 셰프 케이트. 그녀의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MBTI 확신의 J 케이트와 모든 것이  반대인 만능 쾌락형 수셰프 닉과 언니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함께 살게 된 조카 조이가 등장합니다. 최고의 셰프가 되는 것이 곧 인생의 성공이라고 믿어왔던 케이트는 두 사람과 함께 하며 자신이 믿어온 신념과 가치관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이제 그녀는 레시피 없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법을 배워갑니다.

남극의 쉐프(The Chef Of South Polar), 오키타 슈이치, 2009년 개봉 

<남극의 쉐프>는 실제 남극의 관측 대원으로서 조리를 담당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극한의 남극을 배경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요리를 가득 채워 담은 작품입니다. 8명의 아저씨들이 남극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다루고 있지만 라면국물처럼 뜨뜻한 이야기에 유쾌함까지 더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고립된 곳이라면 응당 벌어지기 마련인 인간군상의 갈등보다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요리에 집중한 작품이라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음식이란 단순히 허기를 채워주는 것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에는 일본 요리 영화 특유의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입맛을 자극하는 맛깔나는 요리가 가득 담겨있는데요. 영화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이전 레터에서 소개했던 <카모메 식당>의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해발 3,810m, 평균 기온 영하 54도 남극의 돔 후지 기지. 기상학자, 빙하학자, 대기학자, 통신원, 의료원 그리고 조리담당까지. 8명의 남극 관측 대원들은 극한의 추위를 견디며 1년 반 동안 함께 생활해야 합니다. 니시무라는 매일 대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사하는 조리 담당으로 가정식부터 호화로운 만찬까지 언제나 대원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남극의 쉐프입니다. 니시무라는 전 대원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할 때 그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보는 것이 가장 기쁘고 대원들 역시 니시무라의 음식이 남극에서의 유일한 낙입니다. 하지만 남극에서 14,000km나 떨어진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역시 남극의 기러기 아빠들을 힘들게 하는데요. 과연 남극의 쉐프 니시무라는 남극에서의 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요?

엘리제궁의 요리사(HAUTE CUISINE), 크리스티앙 뱅상, 2012년 개봉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식탁을 책임진 엘리제궁의 유일한 여성 셰프 다니엘레 델푀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다니엘레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미테랑 대통령의 개인 셰프로 엘리제궁에서 일했는데요. 미테랑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에서도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권위적인 엘리제궁의 주방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니엘레 델푀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라보리 역은 프랑스의 메릴 스트립으로 불리는 ‘카트린느 프로’가 맡았는데요. 극 중 인물과 나이도 같고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많아 제안을 수락했다고 해요. 그녀는 영화의 메인 요리인 연어로 속을 채운 양배추를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것은 물론 다니엘레를 만나 음식의 형태와 색감 등을 배웠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요리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는 프랑스의 유명 셰프와 엘르 매거진의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구현해 낸 것으로 감독은 “모든 요리가 아름다워야 하고 꼭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그 결과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하는 요리들이 완성됐습니다. 더불어 영화는 실제 엘리제궁을 담아냈는데요. 촬영 당시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궁을 비운 시간 동안 촬영 허가를 받아낸 것이라고 해요.

프랑스의 작은 시골에서 송로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라보리는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대통령의 개인 셰프로 스카우트되어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 입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진짜 원하는 음식은 격식을 차린 요리가 아닌 프랑스의 따뜻한 집밥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라보리가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을수록 수십 년간 엘리제궁의 주방을 책임졌던 셰프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주변의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라보리는 대통령의 개인 셰프 자리에 회의를 느낍니다.

아메리칸 셰프(Chef), 존 파브로, 2014년 개봉 

<아메리칸 셰프>는 <아이언맨>의 감독 존 패브로가 연출부터 연기까지 참여해 제작한 작품인데요. 미국의 유명 셰프였던 주인공이 요리 평론가와의 갈등으로 명성을 잃고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재기하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 중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에서 모두 무난한 성적을 거둔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넷플릭스에서 존 패브로와 미국의 푸드 트럭 요리사로 유명한 로이 최가 함께 요리를 하며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요리 토크쇼 형태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존 패브로는 영화를 제작하기 전 로이 최를 섭외하여 직접 요리를 배우고 그의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기도 했다고 해요.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시련에 부딪히게 되고 노력 끝에 성공한다는 단순한 구조지만 단순한 구성 덕분에 관객들은 요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데요. 카메라 역시 재료를 고르고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에 집중하며 요리 영화의 맛깔스러움을 잘 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추천하는 영화 중 언젠가 여행으로 그 나라를 방문한다면 꼭 먹어보고 싶은 요리(씨네아카이브표 쓰리스타!🤩)는 <아메리칸 셰프> 속 푸드 트럭 음식들이었습니다.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유명음식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냅니다.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고 결국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게 됩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칼은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하며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합니다. 그러던 와중 문제의 평론가가 칼의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옵니다.

더 셰프(Burnt), 존 웰스, 2015년 개봉 

<더 셰프>는 미슐랭 별을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오마르 샤이, 엠마 톰슨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구성에는 허점이 많아 평론가와 관객들에게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는데요. 평가와는 별개로 치열한 파인 다이닝 주방 세계를 엿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화 속 미슐랭 가이드는 허구에 가깝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력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감독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주방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실제 주방과 동일한 세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셰프 역할을 맡은 배우들 역시 런던에서 실제 촬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며 요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요. 주인공 아담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의 경우 고든 램지에게 특별 과외를 받기도 했는데 고든 램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주방에서 살아남기 위한 팁을 전했지만 그는 이미 셰프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비결은 대학 때 예비 요리사(prep cook)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미슐랭 2 스타의 명예와 부를 거머쥔 현재 프랑스 최고의 셰프로 불리는 아담 존스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그의 괴팍한 성격은 일자리를 잃고 슬럼프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담은 이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슐랭 3 스타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는데요. 각 분야에서 최고로 불리는 셰프들을 모으기 위해 런던으로 떠납니다. 소스 전문가 스위니와 상위 1%를 매료시킨 수셰프 미셸,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파티시에 맥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오너 토니까지. 모두 아담의 실력을 믿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주방에 감도는 열기와 압박감은 최고의 셰프 군단과 완벽주의자 아담 사이를 극한으로 몰고 갑니다.

함께보기 좋은 추천 콘텐츠: 📺 넷플릭스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

<셰프의 테이블>은 유명 셰프들을 조명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요리, 주방, 그들이 생각하는 요리에 대한 철학을 들어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현재 시즌 6까지 제작되었고 따로 제작된 프랑스 요리사 편과 함께 면, 파스타, 피자 등 하나의 요리를 주제로 한 셰프의 테이블 스핀오프 격 시리즈까지 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 찜리스트에 잠들어 있던(?) 작품인데 <흑백요리사>의 여운에 빠져있는 김에 미루지 말고 봐야겠다는 다짐 겸 겸사겸사 함께 보기 좋은 콘텐츠로 추천해 봤습니다.🥹 평소 미식 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당연히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감각적인 영상과 더불어 셰프들의 삶 전체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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