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40. 무해함이 차오르는 가족영화 BEST 5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hsine), 조나단 데이턴 & 발레리 페리스, 2006년 개봉

우선 <미스 리틀 선샤인>은 전체관람가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이후 소개할 영화는 모두 전체관람가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욕설이나 불법적인 장면 때문에 미국과 국내 모두 15세 관람가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분류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저의 선택을 믿고(?)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화는 제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가족들이 막내딸의 미인대회 참가를 위해 떠난 여행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진짜 가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가족 로드 무비입니다. 8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로 제작했으나 탄탄한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뒀다고 하는데요.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제79회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외삼촌 역할로 출연한 스티브 카렐만 익숙한 배우였는데요. 오랜만에 다시 보니 엄마 역의 프란시스 맥도먼드를 비롯해 큰 아들 폴 다노, 막내딸 아비게일 브레스린, 할아버지 알란 아킨, 후버가의 가장 그레그 키니어까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좋을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알란 아킨의 경우 해당 작품으로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최연소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대학 강사인 후버 가의 가장 리처드는 본인이 개발한 성공의 9단계 이론을 팔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본인의 인생은 파산 직전입니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아내 쉐릴은 몇 주째 닭튀김을 저녁으로 내놓으며 할아버지의 화를 돋우는데요. 가장 어른인 에드윈은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나 아들의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장남 드웨인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전까지 묵언수행을 하며 9개월째 가족들과 노트로만 대화 중입니다. 멀쩡해 보였던 마르셀 프루스트 학자인 프랭크는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자살 기도로 입원했다 퇴원 후 누나의 집으로 오게 됩니다. 콩가루 직전인 후버가의 햇살은 미인대회 입상을 꿈꾸는 막내딸 올리브입니다.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출전 기회가 찾아오고, 올리브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온 가족은 낡은 미니 버스를 타고 1박 2일 여행길에 오릅니다. 좁은 버스 안에서 가족의 갈등은 조금씩 커져만 가는데요.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의 마지막 무대는 결코 화합하지 못할 것 같았던 가족 모두를 변화시킵니다.

주인공인 후버 패밀리는 평탄을 넘어 평범함과도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는데요. 가족들이 뭉치게 되는 구심점이자 유일한 햇살 올리브를 제외하고 각자 인생에 닥친 고뇌를 안고 캘리포니아로 향하고 수시로 닥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때로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고 투닥 대면서도 결국에는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올리브의 미인대회 참가만큼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후버가의 화합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올리브의 미인대회 무대를 통해 이뤄지는데요. 영화는 가족 간의 화합뿐만 아니라 사회가 규정짓는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미의 기준까지 날카롭게 꼬집으며 가족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결말 역시 굉장히 현실적이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와닿는 작품입니다.

꼬마 니콜라 (Le Petit Nicolas), 로랑 티라르, 2009년 개봉

<꼬마 니콜라>는 프랑스의 작가 르네 고시니와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동생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오해한 니콜라가 동생을 제거(?)하기 위해 학급 친구들과 벌이는 사건사고를 그린 소동극입니다. 원작은 1959년부터 벨기에의 주간지 ‘르 무스틱’에 연재되어 인기를 얻으며 지금까지 사랑받는 프랑스어권 대표 만화 중 하나로 대부분 주인공 니콜라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로 웃음을 유발하는데요. 영화화된 <꼬마 니콜라>의 에피소드는 주간지 연재 종료 후 타 신문사의 요청으로 제작된 부활절 특집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집판 역시 큰 인기와 함께 지속적으로 연재된 것은 물론 단편을 모아 5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동화 중 하나로 꼽혀요.

원작의 명성으로 영화화가 쉽지 않았으나 2009년 마침내 성공했는데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와 연출, 아역배우들의 연기력으로 호평 받았습니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고시니의 풍자와 상페의 그림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단순한 원작의 모방이 아닌 두 작가의 특징과 감성을 되살리는데 집중하며 원작가의 딸로부터 “하나의 테마 아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나리오”에 만족을 표했다고 합니다. 주인공 니콜라를 비롯한 악동 친구들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는데 이 과정이 TV를 통해 중계되었다고 해요. 카메라 앞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기준으로 캐스팅 되었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또래 아이들만이 가진 무해한 천진난만함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내 이름은 니콜라. 순탄하기만 하던 열 살 인생을 위협하는 무지막지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엄마한테 엄청 잘해준다는 것! 동생이 생긴 친구 말에 의하면 엄마, 아빠 사이가 다정해졌다는 건 동생이 태어날 증거라던데 그럼 이제 나는 귀찮아져서 숲에 버릴게 분명해요! Oh, Mon Dieu… 그리고 얼마 전 동생이 생겨서 버려 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친구가 정말로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거든요. 절친들과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각종 작전을 벌였지만 모두 엉망이 되어버렸고 남은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무시무시한 갱단에 부탁해서 동생을 납치해 달라고 하는 것! 그런데 갱단에서 요구한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하죠?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 순진무구함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원작의 두 작가는 본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어린 시절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그려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 프랑스 배경의 영화를 보면 체벌이나 훈육이 강압적이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작가들이 보냈던 유년 시절 역시 비슷했고 본인들이 꿈꾸던 세계를 ‘꼬마 니콜라’를 통해 마음껏 구현했다고 해요. 니콜라와 친구들이 벌이는 소동이 때로는 경악(?)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마저도 아이들이기에 할 수 있는 상상력이고 말그대로 소동이라 느껴지는 데에는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동화적 감성을 극대화 시킨 그림체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는 작가의 그림체를 파스텔톤의 색감, 시대배경을 살린 세트장,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천진함 등을 통해 영상에 옮겨 담으며 재탄생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 <꼬마 니콜라>는 풍파에 찌든 마음속 묵은 때를 씻어내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되는 작품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다만 현재 OTT에서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 역시 재개봉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 싶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입니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카메론 크로우, 2011년 개봉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험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가 동물원이 딸린 집을 사게 된 후 동물원을 재개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습니다. 영국의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가 원작으로 톰 크루즈와 르네 젤위거의 <제리 맥과이어>를 연출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소개한 영화 중에서 가장 가족 휴먼 드라마의 전형적인 줄기를 따라 진행되는 작품인데요. 상실의 아픔을 겪은 가족이 치유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을 굳건히 하고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게 되는 과정을 훈훈하게 그려졌습니다.

일평생 모험을 쫓으며 살아온 벤자민 미 역은 맷 데이먼이, 동물원의 책임자 켈리 포스터 역은 스칼렛 요한슨이 맡아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주었는데요. 이외에도 엘르 패닝을 비롯해 외화나 미드를 즐겨보는 분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동물원이 배경인 만큼 다양한 동물들도 등장하기에 동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다트무어 동물원은 자연의 경이로움, 동물과 사람 사이의 교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의식까지 모두 담긴 공간으로 그려지는데요. 아이슬란드 출신의 밴드 시규어 로스의 신비로운 음악은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통해 시규어 로스를 알게 되어 OST도 사고 시규어 로스의 다른 앨범까지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음악이 정말 신비로워요!)

모험심 넘치는 칼럼니스트이자 두 아이들의 아버지 벤자민 미는 최근 아내를 떠나보낸 후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사를 결정하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집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집에는 하나의 문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250여 마리의 야생 동물들이 사는 동물원이 딸려 있다는 것! 동물원의 생태계라고는 1도 모르는 벤자민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 동물원을 살려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고 책임감 강한 헤드 주키퍼 켈리와 함께 재개장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데요. 과연 벤자민의 가족들과 동물원 식구들은 다트무어 동물원을 다시 열 수 있을까요?

‘동물원이 딸린 집을 산다’라는 설정이 독특하지만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벤자민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납득이 갑니다. 그는 ‘인생은 모험’이라 이야기하고 가족들도 그를 모험 중독자라 말하는데요. 지금까지 그의 모험은 기자로서 관찰자 입장에서 겪는 체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덜컥 동물원을 사고 사육사들과 동물들의 책임자가 되는 과정이야말로 실전이요, 주인공 시점의 진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벤자민의 진짜 모험 속에는 다트무어 동물원 식구들 개개인의 모험도 엮여 있고,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깨닫고 배우며 성장해 나갑니다. 영화는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사람 사이의 믿음이야 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사람과 동물 중 무엇이 더 좋냐’는 질문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고민해 보게 됩니다.

패딩턴 (Paddington), 폴 킹, 2014년 개봉

<패딩턴>은 영국의 동화작가 마이클 본드의 『패딩턴 베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아이같은 순수함을 지닌 ‘말하는 곰 패딩턴’의 런던 정착기를 그렸습니다. 원작 동화의 경우 1958년 영국에서 첫 출간 후 지금까지 4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3,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는데요. 영화 역시 개봉 당시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흥행에 힙입어 속편이 제작되었고 역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부쉈습니다.

패딩턴의 성공적인 실사화에는 쟁쟁한 스태프들의 노고가 숨겨져 있는데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제작진을 비롯해 <그래비티>의 시각효과팀 등이 참여하여 ‘말하는 곰 패딩턴’의 완벽한 실사화를 완성시켰습니다. 가장 중요한 패딩턴의 목소리는 <향수>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벤 위쇼’가 맡아 천진난만한데 예의도바른 패딩턴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습니다. 패딩턴의 런던패밀리가 되어주는 브라운 가족으로는 샐리 호킨스, 휴 보내빌, 줄리 월터스 등이 출연했고, 1편에서는 니콜 키드먼이 패딩턴을 박제시킬 기회를 노리는 악역을 맡았는데요. 자신의 딸을 위해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해요. (속편의 악당은 휴 그랜트!)

폭풍우에 가족을 잃은 말하는 곰 패딩턴은 삼촌과 숙모 그리고 자신의 꿈이었던 런던에 가기 위해 페루에서 영국까지 여행을 떠납니다. 정글을 지나 바다 건너 런던에 도착한 패딩턴은 우연히 브라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서는데요. 하지만 내딛는 발걸음마다 의도치 않게 사고뭉치가 되어버리는 패딩턴은 브라운 가족의 골칫거리가 되고 맙니다. 한편, 오랜 시간 찾아온 말하는 곰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박제사 밀리센트는 호시탐탐 패딩턴을 노립니다.

패딩턴 앞에 나타난 브라운 가족은 평범해 보이지만 구성원 면면은 모두 개성 넘칩니다. 아빠 헨리는 패딩턴을 데려온 날 주택보험 특약을 추가하는 등 가족들의 위험을 감지하는데 예리한 촉을 지녔죠. 엄마 메리는 여전히 소녀 감성을 지닌 사랑스러운 인물로 패딩턴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보듬어 줍니다. 첫째 딸 주디는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 곰 언어까지 습득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막내아들 조나단은 발명가의 자질을 가졌죠. 마지막으로 가정부 버드 할머니는 브라운가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이들의 각기 다른 개성은 패딩턴을 위기에서 구출해 낼 때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브라운 가족과 패딩턴의 인연은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의 관계뿐만 아니라 브라운 가족 구성원에게도 세월에 무뎌져 잊고 있던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는데요. <패딩턴>은 이번 레터의 취지라고 할 수 있는 ‘무해함이 차오르는 전체관람가 가족영화’에 가장 잘 부합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베카신! (Bécassine!), 브루노 포달리데스, 2018년 개봉

<베카신!>은 시골소녀 베카신이 꿈의 도시 파리로 떠나던 길 저택에 입양된 아기 롤로트를 만나 보모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 모험담으로 프랑스 최초의 여성이 주인공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앞서 소개한 꼬마 니콜라나 패딩턴과 달리 처음 들어본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땅땅(TinTin)이나 꼬마 니콜라 같은 그림체의 시초가 바로 『베카신 시리즈』입니다. 1905년 주간지 연재를 시작으로 30년간 연재가 이어졌고 30여 권의 단행본이 출간되어 12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프랑스 국민 캐릭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브르타뉴나 노르망디 쪽에 가면 베카신과 관련된 기념품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베카신 시리즈는 20세기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요 그녀의 모험은 전화와 영화의 탄생, 자동차의 발전, 비행기 조종 등 20세기 유럽의 발전사와 함께합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당시의 전통적 여성상과 달리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베카신의 독보적인 캐릭터입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중심인 만큼 영화화 과정에서도 베카신의 캐릭터와 원작의 스토리를 영상 언어로 옮기는 것에 집중했다고 하는데요. 감독은 원작을 모두 분석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본을 쓰되 베카신과 롤로트의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춰 주변 캐릭터를 각색하며 ‘브뤼노 포달리데스 만의 베카신’을 완성해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20세기 초 파리 근교 브르타뉴의 시골마을. 빨래, 바느질, 밭일까지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게 해내지는 못해도 천성만큼은 밝고 순수한 베카신은 자신의 적성도 찾고 일거리도 찾기 위해 꿈의 도시 파리로 향하는데요. 부푼 마음으로 파리로 향하던 길, 우연히 마을의 후작 부인 집에 입양된 아기 롤로트를 만나게 되고 보모로서의 숨겨진 재능을 선보이며 저택에 특별채용 됩니다. 그녀의 밝은 성품, 남다른 상상력과 기술로 대저택은 활기를 찾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 부인의 재산을 노리는 마르오네트 인형꾼이 저택에 눌러앉으며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원작 시리즈가 20세기 근대 문화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하고 있는 만큼 영화에서도 관련된 장면들을 엿볼 수 있는데요. 가장 돋보이는 건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어 고민이었던 베카신에게 알고 보니 놀라운 발명가 기질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롤로트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잘 보살피고자 만든 발명품들은 결정적 순간 관객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녀와 주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데요. 국내 관객들에게 프랑스 영화 속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대표 캐릭터로 손꼽히는 <아멜리에>와는 또 다른 사랑스러운 여성 캐릭터를 만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pilogue

 🎞함께보면 좋은 추천 콘텐츠: <집으로 (The Way Home), 이정향, 2002년 개봉

할리우드 정변의 정석이 니콜라스 홀트라면 충무로 정변의 정석은 유승호죠.😉 그리고 유승호 하면 <집으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개봉 당시 4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의 저예산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는 예상을 깨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각종 영화제에서도 작품상을 휩쓸었는데요. 2019년에는 18년 만에 재개봉하며 당시 영화를 관람했던 세대뿐만 아니라 지금의 10대, 20대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 첩첩산중 시골에 머물게 된 7살 상우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할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는데요. 감독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서 받았던 사랑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요. 감독은 ‘할머니=자연’이라는 공식 아래 로케이션 촬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작품의 중심이 될 할머니를 연기할 분을 찾기 위해 전국을 뒤져 ‘김을분’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조건 없는 무한한 애정, 따뜻한 시골집’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것만 봐도 조부모님의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인데요. 자극적인 소재의 국내 영화에 심신(?)이 지친 분들을 위해 함께 보기 좋은 콘텐츠로 추천드립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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