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25. Can't take my eyes of you

시얼샤 로넌

시얼샤 로넌(Saoirse Roana)은 아역 때부터 지금까지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온 아일랜드계 배우로 킬리언 머피 만큼이나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철자로 적어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해요.😂 온갖 기상천외한 발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많이 들어봤다고 하며 인터뷰마다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꼭 한 번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Saoirse’는 아일랜드어로 ‘자유’를 뜻한다고 해요.

아일랜드계 배우지만 태어나기는 뉴욕에서 태어났는데요. 3살 무렵 아일랜드로 돌아가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까지 아일랜드에서 자랐습니다. 시얼샤 로넌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2007년 조 라이트 감독의 <어톤먼트>를 통해서입니다. 해당 작품에서 언니와 그의 연인 사이를 오해하고 그들의 삶을 파국으로 이끄는 ‘브라이오니’를 연기했는데요. 아마 많은 분이 시얼샤 로넌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과 역할이 <어톤먼트> 속 브라이오니가 아닐까 싶을 만큼,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남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시얼샤 로넌이 브라이오니를 연기했을 때가 12살로 해당작품으로 이듬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요. 이는 아카데미 역사상 7번째로 어린 나이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라고 해요.

<어톤먼트> 이후 유명 감독들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 나갔는데요. 필모그래피 대부분이 주연작으로 키이라 나이틀리, 제임스 맥어보이를 비롯해 케이트 블란쳇, 에릭 바나, 마크 월버그, 레이첼 바이스 등 함께 한 배우들 역시 화려합니다. 케이트 블란쳇, 에릭 바나와 함께한 <한나>에서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양성된 소녀 살인 병기 역할을 맡아 단순히 신비로운 캐릭터로만 남는 것이 아닌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이의 인지와 지각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마크 월버그, 레이첼 바이스, 스탠리 투치와 함께한 <러블리 본즈>에서는 살인 피해자를 연기하며 자신과 남은 이들의 고통을 생생한 시각으로 체험하게 하는 등 시얼샤 로넌은 어떤 역할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입니다.

이전까지는 신비스러운 외모 뒤에 비밀을 간직한 인물을 연기했다면 <브루클린>에서는 처음으로 평범한 캐릭터를 맡았는데요. 평범한 역할이 어울릴까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한층 깊어진 눈빛과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주며 해당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어요. 이후 2017년 <레이디 버드>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브루클린>을 기점으로 아역 배우에서 완전히 벗어나 성인 연기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9년에는 <작은 아씨들>로 다시 한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며 아카데미에만 4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었는데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30대가 되기 전에 이뤘다는 거예요. 특히24살 생일이 오기 전 아카데미에 3번 노미네이트 된 배우 두 사람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9호 추천작이었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입니다.)

브루클린 (Brooklyn), 존 크로울리, 2015년 개봉

<브루클린>은 콤 토이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아일랜드 여성의 미국 정착기를 담았습니다. <와일드>, <어바웃 어 보이>의 닉 혼비가 각본을 맡았는데요. 소설에 매료된 제작자가 처음으로 영화화되는 원작의 서정성을 살리기 위해 평단의 찬사와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받는 닉 혼비에게 특별히 각본을 부탁했다고 해요. 영화는 제88회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로튼 토마토에서도 신선도 지수 97%라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하며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원작을 각색하여 스크린에 섬세하게 담아낸 연출과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1950년대 향수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언론의 극찬이 두드러졌는데요. 배경, 의상, 색감 등 빼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정반대되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반대되는 두 장소가 주 무대로 펼쳐집니다. 한 곳은 아름답고 단조로운 느낌의 아일랜드 시골 마을 애니스코시, 다른 한 곳은 에일리스가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떠나온 뉴욕 브루클린입니다. 제작진은 1950년대의 두 장소를 섬세하기 구현하기 위해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 해변, 캐나다 몬트리올 등 여러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으며 1950년대 감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의상은 스트릿 포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특히 비비안 마이어와 뉴욕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엘리어트 어윗이 포착한 ‘뉴욕의 순간’을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제작진들의 세심한 노력 덕분에 영화는 레트로 색채에 감각적인 의상과 소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영상미를 한층 끌어 올렸습니다.

시얼샤 로넌은 <브루클린>을 통해 처음으로 성인 연기에 도전했는데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만난 두 남자 사이에서 삶의 방향성을 놓고 고민하는 아일랜드 이민자 ‘에일리스’의 감정선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찬사를 받았습니다. 시얼샤 로넌은 각본을 읽자마자 캐릭터에 공감하며 아름답고 미묘한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는데요. 두 남자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두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로 에일리스가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영화의 핵심”이라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에일리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남자로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를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에모리 코헨이 에일리스에게 첫눈에 반해 애정을 쏟아내는 자유분방한 이탈리아 청년 ‘토니’를, <어바웃 타임>을 통해 로맨틱한 영국 남자의 정석을 보여준 돔놀 글리슨이 젠틀하고 성숙한 매력으로 에일리스의 마음을 흔드는 ‘짐’을 연기해 시얼샤 로넌과 함께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 주었습니다.

낯선 뉴욕 브루클린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에일리스는 낮에는 고급 백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에서 공부하며 브루클린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아일랜드에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향수병에 시달립니다. 한편, 공동생활을 하는 아일랜드 커뮤니티 여성들의 도움과 격려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에일리스는 이탈리아계 청년 토니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점차 뉴욕에서의 삶에 적응하게 되는데요. 그런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날아온 언니의 부고로 고향에 가게 된 에일리스는 그곳에서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짐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흔들립니다. 두 남자 그리고 두 장소 사이에서 에일리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브루클린>은 표면적으로는 사랑 영화 처럼 보이지만 성장 영화에 가깝습니다. 고국 아일랜드를 떠나 뉴욕 브루클린으로 오게 된 에일리스가 두 남자와 두 장소 사이에서 갈등하며 선택을 내리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에일리스가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 가를 보여주는데요. 연출을 맡은 존 크로울리 감독 역시 “두 남자 중 한 명을 선택한다는 것은 앞으로 에일리스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하는 것과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영화의 주요 동력이 두 남자 사이에서 에일리스가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이기 때문에 나쁘게 이야기하면 두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에일리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두 남자 사이에서의 에일리스의 선택이 삶의 가치 선택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토니’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만난 가난한 이탈리계 이민자로 ‘짐’은 고향 아일랜드에서 만난 유복한 가정의 매너 있는 남자로 그려지는데요. 단순히 두 사람의 조건이나 환경을 떠나 에일리스에게 두 남자의 의미를 보여주는 지점이 있습니다. 토니는 ‘아일랜드 커뮤니티 댄스 클럽에 놀러 온 이방인’으로서 에일리스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에일리스는 토니를 만나기 전까지 브루클린에서의 삶이 아일랜드 커뮤니티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토니를 만남으로서 주변 환경에도 변화가 생겨요. 다시 말하면 “토니는 ‘에일리스가 만난 최초의 남자이자 그녀가 만난 최초의 비아일랜드인’인 셈이 예요. ‘짐’은 고향 아일랜드에서 만났지만 ‘고향 마을 특유의 획일성에서 벗어난 남자’였다는 점에서 에일리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이 두 지점이 에일리스에게 서로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일리스는 아일랜드에 있을 때는 뉴욕을 환상의 장소로 여기고, 뉴욕에서는 고향인 아일랜드를 그리움의 장소로 여기는데요. 그러나 다시 돌아간 아일랜드에서 ‘떨어져 있어 잊고 있던 현실의 참담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습니다. 영화는 이런 감정을 뉴욕과 아일랜드라는 두 장소를 통해 비교함과 동시에 두 가지 장소와 두 가지 삶의 방식을 대변하는 토니와 짐 사이에서의 선택이 두 가지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으로 보이도록 합니다. 에일리스가 옛날의 아일랜드를 느낄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처지가 떠나기 전과 변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떠나기 전에는 가게 점원이었지만 돌아와서는 본인의 꿈이었던 ‘회계사’가 됩니다. 만약 에일리스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간다면 백화점 점원으로 일해야 하고, 이는 본인의 꿈을 버리는 것과도 연결 되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면 “두 남자 사이에서 선택이 ‘사람과 공간에 대한 선택이 아닌 앞으로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며, 과거와 현재의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통해 에일리스의 주체성과 도덕성을 보여준다 ”고도 할 수 있습니다.

브루클린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건 마지막 엔딩 시퀀스 속 에일리스의 독백이었습니다. 뉴욕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처음 아일랜드를 떠날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여성과 소녀에게 조언을 건네는 에일리스의 모습이 겹쳐보이며 마음이 뭉클했어요. 특히 토니와 재화하는 장면과 함께 ‘언젠가 당신이 있는 곳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도미닉 쿡, 2017년 개봉

<체실 비치에서>는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언 매큐언은 소설 «암스테르담»으로 맨부커상을 받기도 했으며 매년 작가 협회가 수여하는 영국의 문학상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동시대 최고의 작가로 불리는데요. <체실 비치에서>는 그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호평 받은 작품으로 꼽히며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뉴욕타임즈 선정 2007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언 매큐언은 시얼샤 로넌을 대중들에게 알린 <어톤먼트>의 원작자이기도 한데요. <어톤먼트> 영화화 당시에는 각본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체실 비치에서>는 각본에 참여했는데 작품이 각색하기에 알맞은 플롯을 갖추고 있어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해요. <체실 비치에서>는 호흡 짧은 중편 소설로 “*문학적 형식에서 단편이나 중편 소설은 각색하기에 좋고, 기존 소설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차적 스토리 없이 주된 플롯이 전체를 차지하기 때문에 영화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혼자서 플롯을 구상하고 작품을 완성하는 소설 집필과 달리 협업이 주를 이루는 영화 작업에 색다른 기분을 표하며 각본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작품의 영화화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플로렌스’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로 제작진은 <브루클린>에서 시얼샤 로넌을 눈여겨본 후 합류를 제안했으며 이언 매큐언 역시 <어톤먼트>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시얼샤 로넌의 합류를 바라며 캐스팅이 성사되었는데요. 제작진의 안목을 증명하듯 결혼을 앞둔 여인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얼샤 로넌과 호흡을 맞춘 빌리 하울은 <체실 비치에서> 이전까지 단 두 작품만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영국의 떠오르는 차세대 배우로 불리는데요. 결혼을 앞둔 역사학도 에드워드 역을 맡아 사랑에 빠진 열정적인 모습부터 순수한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의 깊이를 가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에드워드 역할의 경우 플로렌스와의 연기합이 중요하기에 당시 뉴욕에서 연극에 출연 중인 시얼샤 로넌과 대기실에서 함께 연기하는 방식으로 오디션을 진행하여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역할을 따냈다고 합니다.😮

극 중 중요한 배경인 ‘체실 비치’는 잉글랜드 남부에 위치한 해변으로 화석이 풍부하고 야생 동물에게 중요한 장소라 특별 과학 대상지로 지정된 곳이라고 해요. 이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최대한 해변을 활용하여 영화적으로 보이게 하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촬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에드워드의 산책로였던 ‘칠턴 힐즈’,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만난 옥스퍼드, 플로렌스가 연주자로 오르기를 꿈꿨던 런던 ‘위그모어 홀’ 등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소마다 영국 특유의 클래식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잘 담겨 있어요. <체실 비치에서>는 사운드트랙도 돋보이는데요. 플로렌스가 바이올리니스트인 만큼 클래식 선율이 영화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지인 ‘체실 비치’에 도착한 플로렌스와 에드워드.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서툴렀기에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헤어지게 되고 서로가 알지 못했던 비밀이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밝혀지게 됩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는 유쾌하게 흘러가다 후반부터 흐름이 달라지면서 앞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보여지는데요. 이는 영화 중간중간 ‘플래시백’ 구조를 통해 암시하는 듯한 연출로 섬세하게 그려져요. 그리고 과거가 드러날수록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해 보였던 연인이 사실은 굉장히 다른 점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정환경, 성격, 전공, 좋아하는 음악까지 차이점이 더 많다는 것을 되짚어 보면 두 사람의 결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어요.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갈등을 통해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기에 어떤 면에서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반부에 가면 두 사람의 문제가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속에 시차를 개입시켜 결국은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질문을 바꿔 생각해 보면 ‘지금은 그때를 후회하며 다르게 생각한다’는 뜻일 것이고, 그때와 지금 사이의 시간의 흐름을 전제 ”합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서툰 모습 때문에 화가 나고 과거를 신경 쓰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플로렌스는 말하기 힘든 상처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인데요. “서투름은 과거에 경험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두려움은 과거에 겪었던 사건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결국 두 사람은 서투름과 두려움을 치유할 충분한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어긋났다 ”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당장 극복할 수 없는 난관 앞에서 마지막으로 플로렌스가 에드워드에게 건넨 말인데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었던 사람은 플로렌스였고 그 시간을 에드워드가 함께 견뎌주길 바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두 사람을 통해 ‘인생에 있어 중요한 한순간이 있고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걸 떠올려 보면 에드워드에게 함께 돌아가자는 플로렌스의 권유는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한순간처럼 보였습니다. 플로렌스의 마지막 말과 함께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 장면 역시 여운이 오래 남았어요.

극복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라는 말로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수 없는 것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세월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것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에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플로렌스와 에드워드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마침내 각자의 방식대로 시간을 이겨내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장소에서 이뤄진 결말의 재회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Epilogue

시얼샤 로넌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에 참여하는 다작 배우이자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무엇보다 파란만장한 할리우드에서 구설수나 열애설 없이 (물론 지금은 배우 ‘잭 로던’과 만나고 있는 사이긴 합니다😅) 본인의 소신과 개성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배우라 팬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외적으로 주목받는 부분이 크면 연기하는 캐릭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된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시각과 관점으로 영화 안과 밖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기에 그 누구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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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는 14살 소녀 ‘수지’가 이웃집 남자에게 살해된 후 가족들 곁을 맴돌며 가족들이 슬픔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과 살인범을 향한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 판타지 영화입니다. 발행인이 <어톤먼트>보다 먼저 시얼샤 로넌을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시얼샤 로넌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가족들과 살인범을 지켜보는 ‘수지’ 역을 맡았는데요. 신비로운 외모와 함께 죽음 이전에는 발랄한 소녀의 모습을, 죽음 이후에는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빼앗긴 생에 대한 슬픔과 분노 등 캐릭터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시얼샤 로넌의 연기력이 돋보여 기억에 남았는데요.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는 부족하지만, 아역 시절 시얼샤 로넌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브루클린>, <체실 비치에서>와 함께 보기 좋은 작품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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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 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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