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선구적 페미니스트 / 작가 및 작품 소개

2021.10.27 | 조회 1.0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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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의 고전 읽기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고전 문학 이야기

1.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lf, 1882.1.25 ~ 1941.3.28) 어떤 작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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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로서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일궈놓은 선구적 페미니스트 "  - 출판사 평


 

영국의 문학가로서 이전까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서술 방식으로 유명하며 페미니즘 문학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텔리 집안에서 성장했고 당대 유명한 지성인들과의 교류가 많았으나 여성의 교육이 부재했던 당시 관습 때문에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이나 글쓰기 수업을 받지 못했습니다. 작가의 생애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독학으로 공부하여 자신의 지성을 다듬어 나갔던 지적인 사람이자 문학적으로도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큰 성취를 이루고 싶어한 야망 있는 작가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헌신적인 성격과 아름다운 미모를 갖추었으며 사교계 인맥이 많았던 어머니 줄리아 잭슨과, 철학가이자 ‘영국 인명사전’의 초대 편집자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슬하에서 사 남매 중 셋째로 런던에서 태어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초혼한 배우자들과 사별 후 재혼하여 둘 사이에서 버지니아를 포함하여 네 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둘 다 이전 결혼에서 얻은 자녀, 즉 버지니아의 이복 및 외형제자매가 4명 더 있었어요.

버지니아는 어릴 때 주로 아버지를 통해 교육을 받았으며 9살 정도에는 살던 지역의 이름을 딴 ‘더 하이드 파크 게이트 뉴스 (The Hyde Park Gate News)’라는 가족 신문을 만들어 글쓰기의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여름에는 영국의 남서부 바닷가로 옮겨 휴가를 보내곤 하며 꽤 단란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었으나 작가가 13살 무렵 어머니가 사망, 이때부터 신경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에는 외자매인 스텔라가 세상을 떠났고 이에 대해 일기장에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다’라고 적었을 정도로 크게 상심합니다. 이후 작가가 아직 20대 초반일 때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2층 창문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사 남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몇 달 뒤, 1904년 10월에 하이드 파크 게이트의 집을 떠나 이복∙외형제들이 거주하고 있던, 자유로운 분위기의 런던 블룸즈버리 지역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사 남매는 거의 매주 주말 진보적 성향의 젊은 지성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게 되며, 이 모임을 ‘블룸즈버리 그룹’이라고 명명합니다. 함께 어울리던 회원들 중에는 훗날 예술 평론가, 작가, 경제학자 등으로 명성을 얻은 클라이브 벨 (Clive Bell), 자일스 스트레치 (Giles Lytton Strachey),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 등도 있었고, 훗날 버지니아의 남편이 되는 공무원 레너드 울프 (Leonard Wolf)도 있었습니다. 기존 관습에 반하는 자유로운 행동과 사상이 허용되던 ‘블룸즈버리 그룹’의 회원들과 어울리며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기고도 해보게 됩니다. 그 해 12월 가디언(Guardian) 지에 무명으로 서평이 실리고, 1905년에는 타임스 (The times)에 처음으로 본인의 이름으로 글을 싣게 됩니다.

이듬해인 1906년, 네 남매가 함께 다녀온 그리스 여행에서 장티푸스에 걸린 오빠 토비는 결국 회복하지 못해 세상을 뜨고, 이해에 언니 바네사도 결혼을 합니다. 이 시기 즈음 작가는 자신의 유년기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글 ‘회상’을 집필하기 시작해 1908년에 출간합니다.

블룸즈버리 모임에 속한 다양한 지성인들과 교류가 많았으나 대부분은 대학 정규교육을 받은 남성들이었고 그들과의 친한 교류에서 오히려 그들과 자신의 입장 – 대학 및 글쓰기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그들처럼 동문이나 동창들로 이뤄진 단단한 사회적인 발판이 없는 상황 – 사이의 큰 괴리를 느꼈으며, 기존의 관습과 다른 글쓰기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1910년부터 1915년 사이 작가의 정신 건강은 위태로울 정도였으나, 꾸준히 글을 썼으며 1908년 집필을 시작한 그녀의 첫 소설 ‘출항’ 이 1915년에 결국 출간됩니다. 1919년 발표한 ‘밤과 낮’까지 이 두 작품은 기존의 전통적 소설 형식을 따랐으나, 이후 여러 편의 실험적인 단편들을 시도, 1922년 출간한 세 번째 장편 소설 ‘제이콥의 방’에서는 작가의 특징적인 서술 형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더욱 원숙해진 방식으로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게 됩니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작가의 특징적인 서술 방식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난해하다고 평가하기도 하는 지금과 달리, 출간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블룸즈버리에서 알게 된 레너드 울프의 구애로 결혼하였으나, 남매간의 우애에 가까운 형태의 부부생활을 유지했고, 반복되는 정신적인 문제로 결국 1941년 우즈 강가의 둑으로 산책을 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대표작으로는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등의 소설과, 여성해방 문학의 교과서와 같이 여겨지는 에세이 ‘자기만의 방’ 등이 있습니다.

 

 

 

2. 어떤 책인가요?

 

울프 문학론의 예증으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상상력의 온전한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한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출판사 서평


전통적 글쓰기 수법을 탈피하여 [제이콥의 방]과 [월요일이나 화요일] 등의 작품에서 선보였던 실험적 기법들이 처음으로 예술적 통일성을 획득한 작품

 


상류층의 ‘댈러웨이 부인’ 이 그날 저녁에 집에서 있을 파티 준비를 위해 꽃을 사러 나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눈에 들어오는 풍경 등을 보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감정,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어우러지고, 그녀의 과거와 현재, 주변 인물들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게 되며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댈러웨이 부인과는 전혀 무관한 셉티머스라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전쟁의 후유증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 처한 그의 심리가 자세히 서술되며 이를 통해 댈러웨이 부인과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할 수 있는 삶의 고통을 들여다보게 돕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결국 그날 저녁, 댈러웨이 부인 집에 이때까지 여기저기 등장했던 사람들이 다 같이 모인 파티 장면으로 마무리되는데, 상류 사회의 어느 부인의 개인적인 하루를 들여다봤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깊은 심연을 통해 누구라도 경험할 법한 고뇌와 외로움, 이질감, 좌절, 허탈감과 그런 무수한 기복을 때때로 이겨내며 또 하루를 살아가는 의지를 마주합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작가가 시도한 의식의 흐름의 기법이 원숙하게 완성된 장편 소설로 평가하며, 특별한 서사 방식뿐 아니라, 아름다운 문장들 역시 눈여겨볼 만한 작품입니다.

 


* 작가와 책에 대한 내용은 책 뒤 작품 해설과 연보 및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3. 분량과 난이도

제가 읽은 판본은 솔 출판사로 총 260여 페이지 정도라 장편소설로는 적당한 분량이에요.

의미가 모호하다거나 숨은 뜻이 있다거나 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은 아니지만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적힌 문장들을 읽는 데에는 꽤 집중력이 필요해서 완독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기도 하고, 화자가 수시로 바뀌곤 해서 문장을 좀 꼭꼭 씹어 읽어야 할 거 같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막상 한번 읽고 나니 오히려 이 책은 빠른 속도로 읽는 게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종종 우리가 잡다한 상념과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들을 떠올릴 때처럼 그렇게 후루룩 꽤 빠른 속도로 나아가다 보면 좀 더 몰입이 쉬울 것 같다 싶습니다.

 

 

4. 이 책의 매력 포인트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처음 읽는 저에게는, 작가의 특징적인 문체를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는 소설이라 좋았습니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서사는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사실 평소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는 게 대부분 이런 식이니까요. 심리와 행동을 묘사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공원과 거리의 풍경, 사람들의 표정과 파티장의 모습들이 제 나름의 상상을 통해 꽤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어서, 이 작품 자체가 시각적이라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하면서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구어 나가며 문학적인 성취를 위해 고군분투한 삶을 생각해보면, 댈러웨이 부인에 드러난 주인공의 심리 상태는 오히려 평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댈러웨이 부인의 지성과 속물성, 허영심과 통찰력 등 다면적인 모습이 다 드러나는 것도 좋았고, 간간이 등장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통해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때때로 우울함이 느껴질 정도로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이지만 결국 삶을 살아가는 댈러웨이 부인의 모습에서는 희망마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확실한 사건이 없음에도 인간 심연을 보여주며 삶의 고뇌와 정체성 등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온전한 이야기를 구성해낸 작가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그렇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까, 본드 거리를 향해 걸어가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필연적으로 완전히 죽는다는 것이 문제가 될까. 그녀 없이도 이 모든 것들이 틀림없이 계속될 것이었다. 그녀가 그 사실에 분개하나? 오히려 죽음이 완전히 끝을 낸다고 믿는 것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런던의 거리에서, 사물이 밀리고 미는 흐름 속, 여기, 저기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는 살아남고, 피터도 살아남아, 서로서로의 존재 속에서 살리라.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솔 출판사, P.17)



조금 더 긴 독후감은 며칠 내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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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한결같은 빛을 발하는 고전 문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어요.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작가의 작품, 너무 유명해서  마치 읽은 것 같지만 사실 들춰본 적도 없는 책, 어릴 때 아동용 요약본만 읽었던 책들, 그런 고전들 위주로 읽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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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nAh Lee의 프로필 이미지

    EunAh Lee

    0
    about 3 years 전

    드디어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게 되었네요. '자기만의 방'은 정말 여러 번 읽었는데, 델러웨이부인은 궁금하면서도 왠지 읽을 기회를 못찾았어요.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겠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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