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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마그리트 뒤라스는 70세에 발표한 소설 ‘연인’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 상을 수상했어요. 어릴 때는 프랑스 식민지령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성장했고, 성인이 되어 프랑스로 왔습니다. 가족과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글을 썼고, 연극 및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으며, 스무 편이 넘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어요. 문학가 및 영화감독으로 두 분야에서 모두 명성을 얻었으며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명실상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에요.
- 연인은 작가 자전적 소설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살고 있는 15세 프랑스 소녀가 거의 띠동갑 차이 나는 부유한 중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파격적인 내용인데, 여기까지가 92년 제작된 영화로 많이 알려진 내용이라면, 원작인 소설은 그보다는 좀 더 다채롭고 심오한 작품입니다.
- 저는 문고판 원서로 읽었는데 약 120여 페이지로 단출한 분량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작법을 따르지 않은 서술 방식과 문체 때문에 상당히 읽기 어려웠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작가 유명세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1. 마그리트 뒤라스 (Marguerite Duras, 1914.4.4-1996.3.3), 어떤 작가인가요?
전후 세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문제적 작가 중 한 명으로, 70세에 발표한 소설 ‘연인’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 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했어요. 자신의 인생을 투영한 자전적 소설들을 많이 남겼는데, 프랑스가 식민 통치하던 인도차이나반도에서 태어나 19살 프랑스로 귀국할 때까지 그곳에서 성장했기에, 많은 작품들이 자전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식민지 시대의 모습을 고발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작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생각보다 상세한 내용이 많지 않았는데, 아마도 생전에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기도 했고, 대중이 몰랐을 정도로 감춰진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일 거라는 추측도 해봅니다. 이번에 읽은 작가의 대표작 ‘연인’은 70세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이다 보니,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과정이 사실적으로 혹은 어느 정도 가공했을지라도 생생히 담겨있었는데, 다른 자료들보다는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1914년 프랑스가 아직 인도차이나반도를 식민지로 통치하고 있던 시절, 현재 베트남 사이공 근교에서 출생, 그곳에서 청소년까지 계속 성장합니다. 아버지는 작가가 네 살 때 풍토병으로 사망했고, 어머니는 아이 셋을 데리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군 분투했지만, 형편은 그리 좋지 않았어요. 1932년, 19세 때에 프랑스로 건너와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 정치학, 법학을 전공했고, 1935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직장을 잃게 된 1941년까지 약 6년 동안 프랑스 식민지청에서 비서로 근무합니다. 1942년, 첫째 아들과 둘째 오빠를 둘 다 잃는 큰 비극을 겪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해, 1943년,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이 반영된 ‘철면피들’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어요. 아버지의 성을 따랐던 자신의 본명, ‘마그리트 도나디유’ 대신, 아버지의 고향인 지역 명을 가져와, ‘마그리트 뒤라스’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1950년에 발표한 작가의 세 번째 소설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는 역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동시에 식민지에서 행한 프랑스 정부의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이기도 했어요. 발표 시기에 프랑스는 여전히 식민지 통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인도차이나 전쟁을 지속하고 있었던지라,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며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식민 통치 지역에서 모순적이게도 힘들게 성장했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였을 수도 있겠으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고, 좌파의 이념을 지지하는 쪽이었으며, 프랑스의 알제리 전쟁에 반대하는 지식인 모임을 창설하기도 했고, 10년 동안 공산당원으로도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30대 중반에 이미 문학가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구글에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문학 작품만큼이나 작가의 영화 세계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나올 정도로, 시나리오 작가 및 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했어요. 1959년, 알랭 레네 감독이 연출한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 이후 다수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게 되었고, 1967년 발표한 영화 ‘라 뮤지카’부터는 본격적으로 메가폰도 잡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소설 ‘부영사’를 바탕으로 제작한 1975년 작 영화 ‘인디아 송’은 유수 영화상에 수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어요.
생전에 약 70여 편의 책과, 스무 편이 넘는 영화 작업을 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문학과 영화 모두 기존의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연구하고 시도한 열정적인 창작자였습니다. 문학 쪽에서는 당시 새롭게 등장한 사조인 ‘누보로망’ 작가로 지칭하려 했으나, 작가 본인은 이를 거부했다고 해요. 어떤 사조로 자신을 정의 내리고 제한하는 것 자체를 뒤라스는 원치 않았나 봅니다.
명망 있는 창작자로서 또, 사회적 문제에 당당히 의견을 밝히곤 하던 활동가로서 많은 주목을 받아오던 작가는 60대에는 사생활로 한 번 더 세간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얀 앙드레아라는 35살 연하의 남성과 연인 관계라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인데, 큰 나이차 때문에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지만 안드레아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책도 출간할 정도로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진지하고 충실한 파트너였습니다. 심지어 앙드레아는 동성애자였으나 둘의 관계는 견고했고, 뒤라스의 창작활동에 큰 조력자였으며, 말년에 알코올 중독과 암으로 치료를 받을 때도 언제나 앙드레아가 함께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유언장에 자신 문학 작품에 대한 모든 권한을 앙드레아에게 일임한다고 명시합니다. 말년에는 건강이 좋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작품을 발표했고, 향년 81세의 나이에, 자택에서, 앙드레아의 곁에서 임종을 맞이합니다.
2. ‘연인’ 어떤 책인가요?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70세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이 작품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 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합니다. 1982년 발표한 작품으로, 이미 작가가 건강이 많이 안 좋을 때였고, 연인 안드레아가 뒤라스의 구술을 받아 적어 완성했다고 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 작품은 그저 자기가 술에 취해 쉽게 썼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그리고 대중성 또한 갖춘,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소설이에요.
많이 알려진 대로, 이 소설의 큰 골조는 프랑스 식민지인 인도차이나반도, 베트남 지역에서 생활하는 15살 소녀가, 아주 부유한 20대 후반의 중국 청년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눈 러브스토리입니다. 주인공 소녀의 비참한 가정환경과, 사춘기를 맞이하며 움트는 자아, 욕망에 대한 욕구와, 그리고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한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 결국 자신의 원 가정에서 심적으로 독립하게 되는 과정 또한 아주 섬세하고도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비중으로 보자면 오히려 가족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지만, 이성과의 관계를 통해 새롭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개척해 나가게 되는 모습이 일관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마그리트 뒤라스가 왜,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왜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들을 보게 됩니다.
참고 링크 (아래 외 나무위키, 위키백과 등)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7297&cid=44546&categoryId=44546
-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Marguerite-Duras
- https://theconversation.com/marguerite-duras-called-the-lover-a-load-of-shit-but-her-novel-about-her-affair-as-a-15-year-old-stuns-with-its-emotional-force-185779
- https://www.pagina12.com.ar/328547-a-25-anos-de-la-muerte-de-marguerite-duras-de-vietnam-a-pari
3. 분량과 난이도
저는 프랑스 원서 문고판을 봤고, 총 120여 페이지로 분량은 장편 소설치고 짧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작법을 많이 벗어난 문체 때문에 읽기에 어려웠어요. 더욱이 원어민이 아닌, 배운 불어 실력으로는 더더욱 힘든 책이었어요. 하나의 완성된 문장이 아닌 단어의 나열로 서술하기도 하고, 마치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구어체 문장도 많습니다. 현재 언급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주지 않는 모호한 문장들이 많아, 문장 속에 나오는 그것, 그, 그녀 등의 지시어가 정확히 어떤 것을 뜻하는 건지 생각하기 위해 헤매는 시간이 많았어요.
원어민 입장에서도 술술 읽히는 문장들은 아닐 거예요. 생각의 흐름에 따라 갑자기 시간을 넘나들기도 하고, 이야기의 주제가 급작스럽게 바뀌기도 합니다.
4. 이 책의 매력
읽기 어려운 문장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도덕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두 남녀의 나이, 그리고 서로 다른 인종과 신분 차이라는 어찌 보면 치트키 같은 요소들이 있지만 이런 자극적인 소재는 오히려 양념에 머물 뿐입니다. 단조로울 수 있는 둘의 별것 없는 데이트가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깨달아가고, 자신의 삶과 가족을 드디어 시선을 멀리 두고 바라보게 되며, 애증의 관계인 어머니에게 드디어 정신적으로 독립하게 되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한때 그 소녀였던,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화자는, 소녀가 이때까지 속해있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과거와 이야기 속 소녀의 미래를 계속 넘나듭니다. 자기도 스스로 몰랐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후반부의 장면, 그리고 아주 먼 미래, 현재 작가에게 걸려온 그때 그 남자의 전화까지 이어지며 아주 잘 짜인 서사가 마무리됩니다.
Les baisers sur le corps font pleurer. On dirait qu'ils consolent. Dans la famille je ne pleure pas. Ce jour-là dans cette chambre les larmes consolent du passé et d l'avenir aussi.
몸에 하는 키스는 울게 한다.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가족과 있을 때 나는 울지 않는다. 그날 그 방에서 눈물은 과거와 미래까지 위로해 주었다.
연인, 마그리트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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