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의 편지

오래 두드린 문은 열리지 않았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길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6.08.28 | 조회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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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쉼표 JEONGSEON입니다.

이번 주에는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무심코 스레드 프로필을 열어 보다가, 숫자 하나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최근 조회수 2.6만 회.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숫자는 그대로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곳에 큰 기대를 걸고 들어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글 하나 올리고, 마음에 머무는 글을 만나면 댓글 하나 남기고, 사진 한 장 앞에서 생각이 멈추면 몇 줄 적어 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모르는 사람들이 제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댓글을 남기고, 다시 찾아오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팔로우를 눌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두드린 문은 열리지 않았는데, 잠깐 열어 둔 창으로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는구나.

저는 꽤 오랫동안 한곳에 글을 쌓아 왔습니다. 오늘 한 편, 내일 또 한 편. 글이 쌓이면 언젠가는 누군가 발견해 주겠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날도 많았습니다. 열심히 썼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면, 괜히 내 글을 다시 읽어 보게 됩니다.

내 글이 부족한가. 주제가 잘못됐나. 방향이 틀렸나.

그런 생각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알았습니다. 어쩌면 문제가 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사람을 만나는 길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고,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우연히 만난 사람이 오래 곁에 남기도 합니다.

한쪽 문만 바라보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길이, 몸을 조금 돌리는 순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 닫힌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조금만 더 두드리면 열릴 것 같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그러다 보면 문 옆에 작은 창문 하나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도 합니다.

이번 주, 저는 조금 다르게 해 보려고 합니다. 닫힌 문을 무조건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문만 바라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잠깐 뒤로 물러서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려 합니다. 옆에 창문은 없는지. 작은 샛길은 없는지. 혹시 누군가 저쪽에서 손을 흔들고 있지는 않은지.

삶은 가끔, 우리가 세워 둔 계획표보다 훨씬 엉뚱한 방향에서 대답을 보내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빨리 실패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겠지요.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길까지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

이번 주,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요즘 오래 두드리고 있는 문이 있나요?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 그 문 옆을 한번 바라보세요. 어쩌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창문 하나가 열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창문 너머에서, 뜻밖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저도 이번 주에는 조금 더 둘러보겠습니다. 다음 일요일 저녁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오게 될까요.

그때까지, 너무 서두르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기로 해요.

잠시 멈춰, 마음의 안부를 묻습니다.

 

— 쉼표 JEONGSEON

 

이번 주도 여기까지 잘 걸어오셨습니다. 쉼표의 글과 이야기는 다른 공간에서도 계속됩니다.

 

P.S. 당신이 요즘 오래 두드리고 있는 문은 무엇인가요? 답장으로 들려주시면, 그 문 옆의 창문을 함께 찾아볼게요. 〈쉼표의 편지〉는 매주 일요일 저녁, 당신의 메일함에 안부를 놓고 갑니다.


 

 

 

쉼표 JEONGSEON 잠시 멈춰, 마음의 안부를 묻는 에세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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