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토마토 스위스'는 어떻게 번역할까?

안녕하세요, 에디터 고레🐳 입니다!

매주 목요일 콘텐츠와 관련된 마케팅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월요일에 있었던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이 아쉽게 불발됐어요. 작품상과 각본상 두 개 부문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는 각각 '오펜하이머'와 '추락의 해부'에 자리를 내어줬죠.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데뷔작이라는 점, 그리고 CJ ENM이 '기생충'에 이어 국내 투자배급사 중에선 최초로 두 번째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을 배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만큼 국내 팬들에겐 더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트 라이브즈'의 성취는 주목할만해요. 먼저 신인 감독의 데뷔작임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마틴 스코세이지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죠. 무엇보다 영화의 주제에 세계가 주목하고 공감한 점이 놀라워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불교의 윤회 사상에 기반한 전생과 인연을 핵심 소재로 다루고 있어요. 한국계 이민자 캐릭터의 대사를 통해 '인연'이라는 단어가 번역 없이 직접적으로 사용된답니다. '인연'이라는 단어는 한국인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예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표현도 자주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과연 외국인 관객들은 이 '인연'이라는 주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을까요? 특히 문화가 전혀 다른 서구권 관객들에게는 더없이 생소한 소재로 느껴져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셀린 송 감독은 해외 관객에게 "그 감정을 느껴도 단어가 없어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인연'을 듣고 단숨에 이해했다."는 감상평을 들었다고도 해요. 실제로 영화의 서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연'의 정서와 그 의미를 이해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그러나 '인연'이라는 개념을 피부로 느끼는 한국 관객과 그렇지 않은 해외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영화의 의미엔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거예요.

주제뿐만 아니라 군대의 행군 장면🪖, 과천 현대 미술관, 소줏집,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까지 한국 문화에선 익숙하고, 특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나 장소들이 외국인 관객들에겐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낯선 장소나 소재들을 영화적 의미를 가지는 장치로 연결 짓는 것에도 무리가 따를 거예요. 이민을 떠나 어색한 주인공의 한국어 역시 외국인 관객의 입장에선 파악하기 어려울 테고요.

이처럼 영화, 나아가 콘텐츠는 문화를 반영해요. 같은 문화는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다른 문화는 새로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때론 문화의 차이가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하죠. 특히 영화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는 소비하기 전에 제품의 특성이나 가치를 알기 어려운 경험재의 특성상 관객의 마음을 사서 시청까지 이어지게 하는 마케팅의 역할이 중요해요. 이때 문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후킹 포인트가 달라 전략을 달리 해야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각종 콘텐츠의 현지화 전략을 알아보며 앞으로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봐요!🔍

바야흐로 신한류 시대,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

"BTS, 봉준호, 손흥민, 제이팍, LET'S GO"🎵 일명 월클라인으로 유명한 제이팍의 노래 가사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재밌는 밈으로 자리 잡은 가사이지만, 실제로 '월드클래스'라고 부를 만큼 세계를 무대로 한 한국의 활약은 종횡무진 이어지고 있어요. 특히 K팝, 드라마, 웹툰, 게임 등 문화콘텐츠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죠.❤️‍🔥

2020년 초 문화콘텐츠 산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어요. 글로벌 OTT를 기반으로 한 유통망 확대와 비대면 소비 환경을 활용해 영상, 음악,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답니다. 이러한 성과에 2021년 뉴욕타임스에선 'BTS에서 오징어 게임까지:한국은 어떻게 문화계 거물이 됐나(From BTS to 'Squid Game': How South Korea Became a Cultural Juggernaut)'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을 조명하기도 했어요.💡

정부에서는 2020년을 '한류 3.0'을 넘어선 '신한류'의 원년으로 삼고 종합적인 관리와 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현재 국가 경제에서 콘텐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해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의 규모는 세계 7위 권을 기록했어요. 같은 해 수출액 역시 130억 1,000만 달러로 가전(80.5억 달러), 전기차(98.2억 달러), 이차전지(99.9억 달러) 등 대표적인 수출품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었어요.📈

앞으로도 콘텐츠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배터리와 함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갈 주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답니다. 특히 제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이 주목할 만해요. 한국수출입은행은 2020년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마다 소비재 수출은 248달러가 증가하는 파급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으로 미국에서 냉동 김밥이 완판된 이야기를 예시로 들 수 있겠네요!💸

글로벌 시장은 규모 면에서 국내 시장을 크게 웃돌아요.📺 일례로 2021년 기준 미국과 일본의 방송 시장 규모는 각각 한국의 12배, 2.5배에 달하죠. 따라서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진출은 필수이고, 이를 위한 전략 역시 갖춰질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일반 제품을 파는 것에 비해 콘텐츠를 해외에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문화의 차이가 그 이유죠.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선 아시아 문화를 완전히 이질적인 것으로 여기고 배척하는 경향까지 존재해 왔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현지화 전략'이에요. 해외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공감대를 쌓기 위해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 걸쳐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죠. 번역을 넘어 소재와 형식까지 현지의 문화와 상황을 세밀하게 반영한 콘텐츠의 현지화가 진행되어야 '신한류'가 지속될 수 있겠어요. 다양한 플랫폼과 포맷으로 확대, 재생산을 통한 수익 창출의 다변화를 위해 독보적인 IP 발굴에 많은 투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이에요. IP 개발이 OSMU 전략에서 ONE SOURCE를 마련하는 과정에 해당한다면, MULTI USE를 위한 현지화 전략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요?

1️⃣기획 단계부터, 주제와 서사의 현지화

'문화 차이'를 소재로 삼는 영화나 드라마는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 융화 등의 과정을 서사로 풀어내며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현지화에 유리해요. 콘텐츠가 다른 문화권에서 소비될 때 언어나 그 밖의 문화적 맥락의 차이로 소비나 감상의 수준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문화적 할인’이라고 해요. 최근엔 기획 단계부터 이러한 문화적 할인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계획하는 추세예요. 문화적 맥락이 적게 개입하는 보편적인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지만, ‘문화 차이’를 직접 주제로 다루는 방식도 효과적이겠죠!✨

시청자는 다른 문화를 겪는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요. 혹은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을 통해 외부인의 시선에 비친 우리 문화의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죠. 이러한 점은 잘 알지 못하는 독특한 문화 그 자체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직접적인 전달을 통해 그 문화와 정서에 관객이 익숙해지게 만들 수 있어요. 나아가 해당 문화권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할 수 있겠네요!👀

[미나리, 성난 사람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고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민을 간 한국계 가족이 농장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고립을 싫어하는 아내의 갈등, 미국 사회에서 따돌림받는 아이들의 고민, 그리고 영어를 모르는 할머니의 온정과 가족주의 등 한국의 전통적인 성향을 반영하는 캐릭터와 소재를 활용했죠. 이를 통해 한국 관객들은 이민자들이 겪었을 문화적 어려움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어요.👨‍👩‍👧‍👦

반대로 미국 관객들은 자신들 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한국계 나아가 아시아계 이민자의 문화를 새롭게 접하고 그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었겠죠. 또한 미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이민자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편적으로 공감할 부분 역시 존재했을 거예요.

'미나리'는 '패스트 라이브즈'를 CJ ENM과 공동 제작한 A24의 작품이에요. A24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난 사람들(BEEF)' 역시 한국계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해 장남의 고민,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 교회 문화 등 한국적인 소재와 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죠. '성난 사람들'은 75회 에미상에서 8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의 소재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핵심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어요. 또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A24의 행보는 미국 사회에서 크게 중시되는 가치인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죠.🤝

[김씨네 편의점]

캐나다 교포 최인섭 작가의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시트콤 시리즈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도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소재로 큰 인기를 얻었어요.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국 이민자 가족이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캐나다 현지뿐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시즌 6까지 제작되었답니다. 종방 소식에 연장을 요구하는 국제청원까지 등장했을 정도예요.🚨

'미나리'가 담담하게 이민자의 삶을 표현했다면 '김씨네 편의점'은 재치 있게 교포 사회를 그려내며 한국 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자아내요. 아빠가 딸의 데이트 상대에게 대뜸 '광복절이 언젠지 아냐'고 묻고, 편의점 앞에 주차된 현대 차는 눈감아 주면서 일본 차는 신고하는 장면 등 사회적 편견을 넘어 솔직하게 한국인 가정의 삶을 그려냈죠. 또 1세대 이민자 부모와 2세대 자녀 사이의 갈등을 재밌게 풀어내며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한편 결국 한 가족의 이야기임을 강조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답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한편 문화의 차이를 소재로 삼을 때 주의해야 할 측면 역시 존재하는데요, 바로 특정 문화를 폄하하거나 현지 이용자들의 정서를 무시하는 태도에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는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두 주인공의 이방인으로서의 동질감을 다룬 영화예요. 미국인의 시선에 비치는 일본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이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어요. 어딜 가나 영어는 통하지 않고 광고를 찍을 때면 일본어로 과장된 디렉션을 내뱉죠.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은 하나같이 키가 작고 나이 든 사람들뿐이에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나치게 일본 문화를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는 지적인 것이에요. 백인 감독의 편협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에 있어선 우선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존중이 우선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해외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을 뿐 아니라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길로 이어질 수 있겠죠.🤔

2️⃣ 문화에 맞게! 장면과 소재, 그리고 언어의 현지화

콘텐츠의 주제는 무궁무진하고 장르도 다양하죠. '문화의 차이'를 소재로 활용하지 않는 콘텐츠의 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경우 어떻게 현지화를 통해 해외 관객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대표적인 방법은 각국의 문화에 맞게 작품 내 장면과 소재를 현지화하는 것이에요!

디즈니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디즈니·픽사의 작품은 이미 미국만의 콘텐츠가 아니죠. 다양성을 위해 아시아, 폴리네시아 등 다양한 문화를 반영한 작품을 제작할 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녹음된 주제곡을 이어 붙인 버전의 영상도 공개해 오고 있죠. 이에 더해 세계 각국의 관객들을 위해 작품 내 장면들을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작품에 적힌 영어 텍스트를 언어권에 맞게 번역하는 것은 기본, 번역에 대한 대안으로 보다 보편적인 이해와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텍스트를 이미지로 대치하는 경우도 있죠! '업' '몬스터 대학교'에서 이런 방법이 쓰였는데요, 다만 국제 버전에선 영어 텍스트를 활용한 소소한 웃음 포인트를 캐치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답니다.😅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인사이드 아웃'의 일본 버전이에요. 원래 버전에선 주인공 라일리가 싫어하는 음식으로 브로콜리가 등장하는데요, 브로콜리를🥦 즐겨 먹는 일본의 문화를 반영해 브로콜리를 일본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피망🫑으로 대체했다고 해요. 디즈니의 전 세계 문화에 대한 세심함이 돋보이는 장면이네요!

[수상한 그녀, 써니]

'수상한 그녀'는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까지 세계 각국에서 리메이크 제작되며 8개 언어로 제작된 세계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어요. 한류 콘텐츠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까지 받았죠.🏅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완성된 영화의 수출이나 리메이크 판권 판매 이상으로 현지화의 부가가치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어요. OSMU 전략의 대표적인 예시인 '수상한 그녀'의 글로벌 진출은 할리우드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었다고 해요. 각국의 리메이크 버전에선 원작의 스토리 구조를 유지하되, 현지 정서에 맞게 여러 지점에 변주를 주고 있어요. 한국에선 카페☕였던 영화 속 공간도 중국은 마작관🀄, 일본은 목욕탕♨️으로 연출됐죠. 직장, 가족 캐릭터의 성격 설정도 각 나라에 맞게 현지화되었어요. 한국에선 '오드리 헵번'을 롤모델로 연출한 패션,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도 중국에선 '덩리쥔'을 모델로 표현했어요.

'수상한 그녀'를 통해 현지화의 가능성을 입증한 CJ ENM은 2011년 작 '써니'를 통해 성공 가도를 이어가고자 했어요. 마찬가지로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되었는데요, 학창 시절의 추억, 우정, 첫사랑, 음악 등 나라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수상한 그녀'처럼 스토리 줄기는 유지하되 나라별 문화에 맞게 학교, 가족, 배경 등의 설정에서 변주도 이루어졌어요. '7공주'라는 표현이 익숙한 우리나라 이외에는 일곱 명의 단짝 친구라는 설정을 유지할 이유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여섯 명으로 변경되기도 했답니다.

자막과 번역, 언어의 현지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명한 자기소개 대사는 "Kayak, deed, rotator, noon, racecar, Woo Young-Woo"로 번역되었어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는 라면(Ramen)과 우동(Udon)을 합친 'Ramdon'으로 자막이 나갔답니다. 

낯선 언어는 콘텐츠 이해와 접근에 있어 방해 요소로 작용해요. 이에 관해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으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죠. 즉, 콘텐츠의 현지화에 있어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해요.✍️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서비스하고 2억 6,000만 명의 글로벌 가입자 수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유명해요. 대표적으로 현지 문화를 반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인데요, 국내에서도 '킹덤', '옥자', '오징어 게임' 등 굵직한 작품들이 많이 탄생했죠. 이러한 전략은 현지 시청자들을 넷플릭스로 끌어들일 뿐 아니라 글로벌한 IP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요.

하지만 더욱 기본이 되는 전략은 언어 현지화인데요, 넷플릭스는 작품 및 등장인물의 성격, 배경, 말투 등을 분석하고 이를 체계화하여 파트너사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막과 더빙 작업을 진행해요. 자막 작업은 의미만 통하는 번역이 아닌 최대한 작품의 의미를 살리고 재미를 높이는 현지화에 있어 중요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어요. 더빙 역시 최대한 원작을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타이밍을 맞추고 구어체를 살리기 위해 더빙용 대본을 따로 준비해야 하죠.🗒️

넷플릭스는 자막이나 더빙의 선호도에 따라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어요. 더빙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튀르키예의 경우 자막 대신 더빙 제공률이 매우 높답니다. 또 일본에선 일부 콘텐츠에 한자 읽기에 대한 설명인 '후리가나'를 제공해 시청자의 편의를 높이고 있어요.

그런데 지나친 언어의 현지화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도 존재해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정교한 CG 한글화로 유명해요. 자막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메뉴와 간판까지 마치 원래 한글이 적혀있던 것처럼 이질감 없는 완벽한 CG를 자랑하죠. 그러나 이렇게 정성을 들인 작업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뉘었어요. 단순히 번역이 아니라 서체 등 분위기까지 살려 외국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호평도 있었어요.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다른 문화를 느끼고 즐기기 위해 외국 콘텐츠를 보는 것인데, 과도한 한글화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며 비판하기도 했어요. 콘텐츠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해도를 높이는 적정 수준의 언어 현지화가 필요해 보이네요!💬

3️⃣완성된 콘텐츠의 마케팅, 포스터와 제목의 현지화

이제 완성된 콘텐츠로 해외로 진출할 차례에요. 마지막 마케팅 단계에서도 현지화는 계속됩니다. 제목과 포스터를 현지의 문화 코드와 언어에 맞게 달리하는 것이에요!

[괴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국내용과 해외용 포스터에요. 차이점이 보이시나요? 먼저 국내용 포스터에선 괴물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요. 한국인에겐 너무나도 각별한 장소인 한강을 배경으로 '괴물'이라는 글자를 배치해 친숙한 한강에 괴물이 등장한다면 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어요. 또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가족들을 큰 비중으로 담았어요.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가족이 주는 정서는 남다르죠. 이들을 아무런 단서도 주어지지 않은 괴물과 대치시켜 가족이 함께 괴물에 맞서 싸운다는 서사를 강조하고 있어요. 송강호, 변희봉과 같은 배우를 한국인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죠.

반면 해외용 포스터에선 괴물의 모습을 노출하고 있어요. 한강이라는 장소와 가족이 내포하는 의미가 한국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한강에서의 가족과 괴물의 사투'가 아닌 '괴물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답니다. 가족들은 등장하지 않고, 포스터에 그려진 한강은 실제 한강의 특색이 드러나 있지 않아요. 상단엔 "역대 최고의 괴물 영화 중 한 편"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어요. 이처럼 문화에 따라 사용하는 포스터도 달라진다는 점!👀

또 다른 포스터 현지화

'곡성', '밀정', '놈놈놈', '마더'의 국내용 그리고 해외용 포스터에요. 공통적으로 국내용 포스터에선 배우를 강조해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들고 있죠. 반면 해외에서 국내 배우들의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배경과 사건, 영화의 분위기를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춘 점을 확인할 수 있어요. 특히 '마더'의 포스터에선 의도적으로 텍스트에 그림을 배치해 'MOTHER'이 'MUTHER'로 읽히고 발음상 Murder(살인)을 연상하게끔 한 장치가 인상적이었어요!

[내일을 위한 시간]

영화의 제목 역시 현지의 문화와 정서, 언어에 맞춰 번역됩니다. 훌륭한 번역은 원래 제목이 담고 있지 못한 작품의 의미를 드러내기도 하죠.

2015년 국내에서 개봉한 프랑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의 원제는 DEUX JOURS, UNE NUIT(TWO DAYS, ONE NIGHT)으로 직역하면 '1박 2일'로 국내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이름과 같은 제목이 될 상황이었어요. 그러자 CGV 아트하우스에서 영화의 제목을 새로 짓는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그 결과 선정된 제목이 바로 '내일을 위한 시간'! 내 일(My career), 내일(Tomorrow)로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점이 '해고 위기에 놓인 주인공의 내적인 성장'이라는 영화의 주제와도 맞아떨어져 일명 '초월 번역'의 사례로 불리고 있답니다.😊

또 다른 제목 현지화

이 밖에도 제목의 현지화는 흔하게 있는 일이에요. 디즈니 '겨울왕국'의 원제는 'Frozen'인데요, 발음 그대로 '프로즌'이나 직역한 '얼어붙은'과 같은 제목 대신 '겨울왕국'이라는 전혀 다른 제목을 붙였죠. 동화적인 분위기를 살린 현지화 사례로 호평을 받았어요. 헝클어졌다는 의미의 'Tangled' 역시 국내 관객에겐 익숙한 주인공의 이름 '라푼젤'로 바뀌기도 했어요.

반대로 한국 영화의 해외판 제목도 흥미로운데요, 2018년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어떤 제목으로 개봉했을까요? 한국 제목과 정반대로 몸종이라는 뜻의 'Handmaiden'이 바로 '아가씨'의 영어 제목이에요. 직접 영어 제목을 지은 박찬욱 감독은 한국어 제목은 '아가씨', 영어 제목은 대칭적인 'Handmaiden'으로 지음으로써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아가씨와 하녀가 서로 대등한 관계임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해요. 서로 다른 제목으로 작품 내 구도를 드러내고자 한 점이 인상적이죠!

역시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 '박쥐'의 영어 제목은 갈증을 뜻하는 'Thirst'에요. 지나치게 장르 영화의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고 동명의 외화가 이미 있어 작품의 색깔과 어울리는 제목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해당 영어 제목을 접한 많은 관객이 오히려 한국어 제목보다도 작품과 닿아 있다는 감상을 내놓았답니다.

4️⃣기생충의 마케팅

한국 영화계에서 '기생충'이 이룬 업적은 말해야 입만 아플 뿐입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동시에 휩쓸며 한국 영화가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줬죠.🏆 영화의 주제인 빈부격차와 계급화는 비단 한국 사회만의 현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기생충'에서 눈여겨 볼 것에 작품성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국내에서만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해외에서는 그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어요. 전세계적인 흥행 돌풍의 이면엔 작품성에 더해진 마케팅의 역할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미국 배급사 네온(Neon)의 전략이 눈길을 끄는데요, 마지막으로 네온의 ‘기생충’ 마케팅을 살펴볼게요.

네온이 '기생충'의 홍보를 위해 개설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한눈에 봐도 감각적인 구성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내면에는 '기생충'이라는 작품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 네온은 '정말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고, 관객들이 영화가 어떤 쪽으로 간다고 생각한 순간 방향을 트는' 봉준호 감독의 마술사적🎩 면모를 제대로 파악했어요. 관객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주고 나머지는 철저히 가리는, 이른바 '비밀 마케팅'을 진행한 것입니다. 영화가 전환을 맞이하기 전인 앞부분만을 사용해 예고편을 제작한 것은 물론, 인스타그램에 작품의 주요 장면과 대사를 퍼즐처럼 배치한 게시글을 한 번에 업데이트했어요.

영화가 흥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관객의 반응이 일어났어요. 바로 극 중 박소담이 연기한 기정이 부르는 일명 '제시카 초인종 노래'가 화제가 된 것이에요.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밈으로 사용되자, 네온은 이 점을 빠르게 반영해 박소담이 직접 노래를 가르쳐주는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어요. 이는 곧 '기생충'의 입소문을 더 확산시키는 효과를 낳았죠.👄

네온의 배급 전략도 '기생충'의 수상과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여요. 네온은 미국 예술 영화들이 주로 택하는 롤아웃 방식으로 배급을 진행했어요. 할리우드 영화가 주로 400개 이상 상영관에서 동시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취하는 데 반해, 롤아웃은 화제성에 따라 점차 상영관을 늘려가는 방식이에요.🎦 이러한 방식은 '기생충'의 비밀스러운 작품적 특성과도 연결되었고, 스포일러를 배제하고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입소문과 관심을 유지하는 데에도 성공적이었어요. 이러한 치밀한 마케팅 전략은 미국의 문화와 개봉 방식 등을 잘 알고 있는 현지 배급사 네온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