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스포트]는 연극과 뮤지컬로 일상을 채우는 자매가 깊은 취향들을 담아 보내는 다정한 편지예요. 관극 기록과 소식, 취향별 추천을 담아내지만 결국 저희가 나누는 건 무대가 남긴 생각과 감정 그리고 삶의 이야기랍니다. 무대를 핑계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니까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엔 아늑한 아지트 [포코피카]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참, 편지가 닿을 머묵이들에게는 친근하게 반말로 보낼게요 ෆ

이번 주 뉴스레터 미리보기 👀
✦ 지난주 • 경성의 고독한 미식가들, 타인의 삶
✦ 청새치 • 그레고리고/에벌린 役 박슬기 배우 인터뷰
✦ 티켓팅/공연 일정 및 소식


지난주엔 〈경성의 고독한 미식가들〉과 〈타인의 삶〉을 보고 왔어. 〈경성의 고독한 미식가들〉은 6월 5주 차 뉴스레터에서 소소한 꿀팁을 알려주며 살짝 언급했던 작품이야. 개막 후 반응이 뜨겁더라고! 하지만 이런 작품인 줄 알았다면 꽤 풀려있던 취소표 중 하루만 선택하지 않았겠지 ⸝⸝ 💬
독특한 이머시브 연극인 만큼 호불호도 갈리긴 하더라. 한 공간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며 다른 공간에 가서 각기 다른 장면을 보게 되거든. 정신없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산아트센터 구석구석에 그렇게 숨은 공간이 많다는 게 참 신기했어. 분장실도 가보고.
다만, 한 번 봐서는 절대 모든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운에 따라 보게 되는 장면이 다르다 보니 핵심 서사를 놓치면 극 전체를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더라고.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극 중 에스페란토(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어)를 배우는 수업 장면이 있는데, 우린 그 수업을 2번 들었거든? 다른 날에 본 친한 동생은 이 장소를 한 번도 가지 못해서 극 중 자주 언급되는 에스페란토 뜻조차 몰랐다고 하더라고.
10명의 인물 모두 서사가 촘촘한데 보질 못하고(후기 찾아보고 생각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여러 번 본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부분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억울(?)하기도 하고. 먹는 행위에 여러 뜻이 담기는 것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정신없다 보니 대사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아쉬웠어. 대본집이 필요합니다.. 모든 서사도 알고 싶어요..
이머시브 공연의 장점 중 하나가 내가 작품 속 인물이 되어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이 작품은 한 인물을 쭉 따라가는 게 아니라 계속 이쪽저쪽으로 바뀌니까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거든? 생각해 보면 그게 당시 삶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더라. 사람의 입장이나 선택이 쉽게 흔들리기도 하니까. (물론 그걸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꼭 모든 서사를 알지 못하더라도 삶에서 내가 모르는 일들을 스쳐 지나쳐 보내듯, 극의 큰 흐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어.
위에서 말한 친한 동생이 표가 한 장 더 있는데, 양도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 줘서 운 좋게 한 번 더 보고 왔어! 그리고 또, 인생 교훈을 하나 얻었지. 역시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막 시작하고 제발 그쪽 서사만 안 타면 된다고 다짐하며, 처음 볼 때랑 정반대 방향으로 피해 있었거든? 그런데 어느새 합쳐지더니 왜 그 서사로 가게 되는 거죠.. 4명 콕 집어서 시키는 바람에 뺄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처음 볼 때 해당 장면 이후에 조금 지나서 그곳으로 갔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쭉 똑같겠다는 예감이 들어서 천천히 손을 들었는데 마침 또 선택된 덕분에 다른 서사를 보러 갈 수 있었어. 그런데 (다른 장면이긴 했지만) 처음에 봤던 인물의 서사라, 두 번째 관람에는 그저 두 명의 서사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이었지 🤣
아, 1막 앞쪽에 의도치 않게 원했던 배역 서사를 타고는 그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음식만 먹었고, 두 번째엔 나도 수업 장면을 한 번도 못 봤네. 그래도 같은 장면이라도 봤던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니까 와닿는 지점이 다르고, 정말 코앞에서 배우들의 열연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생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어.
〈타인의 삶〉은 워낙 평이 좋은 영화가 원작이라 초연 때부터 궁금했지만, 심리적 거리가 먼 마곡나루에서 공연을 해서 놓쳤던 작품이야. 이번에도 놓치나 싶었는데, 초연을 여러 번 봤던 언니가 나도 좋아할 거 같다고 보러 가자고 해준 덕분에 다행히 다녀왔지.
처음엔 새삼스럽게 일인다역이라 그런지 집중이 잘되지 않는 듯했는데, 어느새 푹 빠져서 보고 있더라고. 그리고 이렇게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안 알려줬잖아.. 마지막에 눈물이 났는데,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눈물을 훔치더라고 (˘ㅅ˘ƪ) 우선 배우들이 정말 잘해서 만족스러웠어.
공연이 끝난 후, 언니가 "왜 이 시대 작품은 재밌을까?"라고 물었거든? 그래서 내가 극 중에서도 '통일되고 나서 글을 쓰지 않으시네요' 이런 식의 대사가 나오지 않냐고. 거대한 체제나 사회적 장벽이 무너질 때, 본인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관이 부딪히고, 두려움·불안·죄책감 같은 적나라한 인간의 본성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시기라 그런 것 같다고 답했지. 물론 그 시대를 직접 살아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혹독하고 비극적인 시간이었을 텐데, 감히 우리가 '재밌다'고 말하는 게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말이야.
또, "타인의 삶"이라는 제목이 작품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내 마음대로 타인의 삶을 판단하고 침범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도 들고, 순수한 좋은 마음과 현실의 결과가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 게 삶이라고 느껴지더라고.
한 번으로도 참 만족스러운 관극이었지만,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이거나 더 와닿는 장면이 많을 거 같긴 해. 조만간 원작 영화도 봐 보고, 연극도 다시 보고 싶다!


7월 4주 뉴스레터에서 언급했던 "어쩌다 보니"는 인터뷰 진행이었어.ᐟ.ᐟ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진행하는 게 좋을 듯해서 관극을 앞당겼었지. 또, 어쩌다 보니 뉴스레터에 지금 3주째 청새치가 등장하네 🙃
픽스포트 인터뷰 [Spot-Write]의 특징은 Spotlight on과 Spotlight off로 나눠서 배역과 배우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야. 인터뷰 기획할 때 고민을 많이 했고, 작품이나 배우를 잘 모르더라도 인터뷰 내용 자체에서 삶의 통찰이나 인사이트를 얻어가길 원했어.
항상 의도하고 인터뷰이 섭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배역과 배우가 또렷하게 일치하는 지점들이 있더라고. 삶의 방향을 잃었던 순간을 지나 다시 무대 위에 선 배우와, 끝이라고 믿었던 여정에서 다시 살아가기를 선택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어. 답변 준비를 워드 6장이나 해 온 배우 덕분에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받은 시간이었지. 인터뷰는 링크에서 더 편하게 확인할 수 있어.







뮤지컬은 〈아나키스트〉, 연극은 2026 산울림 고전극장 마지막 작품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리부트〉,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나와 할아버지〉, 〈스타크로스드〉 캐스트가 공개됐어. 〈아나키스트〉는 작년에 초연된 창작 뮤지컬인데 이번에 젠더프리 캐스팅이 추가됐고, 〈스타크로스드〉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한 라이선스 작품으로 초연 멤버들이 모두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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