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 열풍과 텍스트힙 트렌드

안녕하세요, 에디터 고레입니다.🐳

매주 목요일 콘텐츠와 관련된 마케팅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국내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등장하며 한국은 그야말로 '한강 신드롬'을 경험하고 있어요. 베스트셀러 목록은 한강 작가의 저서로 가득 찼고, 불황에 시달리던 출판업계는 인쇄소를 총동원해 주말에도 책을 제작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죠. 노벨상 소식이 전해진 지 엿새 만에 한강의 책 판매량은 100만 부를 돌파했고, 지금도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이렇게 수요가 급증하자 급기야 책이 동나 판매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한강 작가 도서의 공급 독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교보문고가 지역 서점과의 상생을 위해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죠.🔥

이처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요. 그리고 그 반향은 단순히 한강 작가의 책 판매량이 증가하는 데서 그칠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가깝게는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늘어날 것이고, 나아가 문학과 독서 자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제고, 그리고 문학과 결부된 콘텐츠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죠. 물론 수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겠지만, 개인의 문학적 성취가 산업, 우리나라 국민, 나아가 해외의 인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노벨문학상은 향후 콘텐츠 시장, 그리고 출판업계에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까요? 미래를 예측하려면 현재를 알아야 하는 법! 오늘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마케팅 사례들을 살펴본 후, 영상 콘텐츠의 시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텍스트힙 트렌드에 대해 알아볼게요!🔍

한강의 물결, 쏟아지는 마케팅

노벨문학상 소식으로부터 2주,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발 빠르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산업은 역시 출판업계와 도서 판매 업계예요. 이와 함께 유통업계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고 공공기관, 영화관에서도 한강 신드롬에 영향을 받은 움직임이 보이고 있죠.🏃

1️⃣창비&문학동네

문학동네와 창비는 한강 작가의 저서를 출간해 온 대표적인 출판사예요. 문학동네는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흰' 등을, 창비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한강의 대표작들을 출간했죠. 이들은 현재 자사가 참여한 한강의 작품 라인업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요. 노벨문학상이 특정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고려해 작가를 선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 라인업을 보유한 이들 출판사는 여러 작품 중 몇 가지를 추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이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창비는 편집자가 추천하는 한강 소설, 한강 작가가 추천한 창비의 다른 책 등 활발하게 SNS에 홍보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어요.📚

이와 함께, 노벨상 수상 이후 작가가 별다른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과거 한강 작가와 진행한 강연이나 인터뷰, 콘텐츠 등을 클립으로 제작해 활발히 업로드하고 있어요. 과거 작가가 추천하거나 언급한 작품들의 홍보도 이루어지고 있고요. 특히 문학동네는 이전부터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서 습관을 심어줄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한강 작가를 일일 DJ로 초대해 작품 집필 당시 들었거나 영감을 준 음악을 소개하는 '책플리' 클립이 화제가 됐어요. 해당 콘텐츠에서 한강 작가는 조동익의 'Lullaby', 김광석의 '나의 노래', 오혁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을 언급해 해당 곡들이 덩달아 다시 관심을 받게 되기도 했답니다.🎵

2️⃣교보문고&예스24

교보문고와 예스24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는 이벤트 페이지를 제작했어요. 먼저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 국내 도서 구매 시 선택해 받을 수 있는 문진과 북커버 굿즈를 제작했어요. 또한, 대표 오프라인 매장인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의 축하 공간을 조성했죠. 특히 교보문고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 공간에 '미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자리를 만들어 놓고 이를 비워뒀었는데요, 이제 여기에 한강의 초상화가 걸리게 되었어요. 무려 1992년 처음 시작한 아이디어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얼굴을 실었고, 전시 공간이 재조성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주인공이 탄생하게 된 거랍니다.🧑‍🎨

예스24도 교보문고와 유사하게 한강의 대표작들을 살필 수 있는 섹션과 양장 노트 등 기념 굿즈를 제작했어요. 이에 더해, 노벨 문학상 자체에 대한 관심을 노리고 역대 수상자들의 작품을 한눈에 살피고 구매할 수 있는 노벨 문학상 기획전을 구성했죠. 이번 노벨문학상의 수상 기대 작가와 대륙별 수상 작가를 소개하는 부분, 그리고 특별 도서 펀딩까지 준비하여 교보문고보다는 기존에 수상자 발표 이전에 준비했던 노벨 문학상 기획전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여요.🔍

3️⃣유통업계: 쿠팡,SSG,현대백화점

노벨 문학상의 여파는 출판업계에 그치지 않았어요. 온라인으로 도서가 유통되는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서둘러 한강 열풍에 올라타려 하고 있죠. 쿠팡은 한강 도서 전량이 소진되자 한강의 대표작들과 인기 도서 세트 상품들에 대한 사전 예약을 시작했어요. 책 한 권을 시켜도 무료 배송과 적립이 가능한 자사의 멤버십을 홍보하기도 했죠.👀

SSG닷컴은 '안녕 가을 책방' 기획전을 선보이며 마찬가지로 대표작의 예약 판매와 함께 독서대, 조명, 문구류와 다과류 등 독서와 연관된 보완재들을 함께 소개했어요. 아이튠즈와 아이팟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값싸고 매력적인 보완재는 관련 상품의 판매를 견인하기도 해요. 한강 작가에게 쏠린 관심을 책과 관련된 보완재까지 확대해 매출을 올리려는 유통사의 전략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독서와 연관된 다른 보완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소비자들의 독서 방식을 고려해 다른 기업에서 떠올리지 못하는 보완재를 발견해 이를 매력적으로 제시한다면 마케팅 면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현대백화점도 노벨문학상 수상에 빠르게 반응했어요. 다양한 문화센터 클래스를 기획한 것인데요, 먼저 다음 달부터 더현대 서울을 시작으로 ‘채식주의자 외 기존 문학 작품 소개 및 해설’ 강좌를 진행한다고 해요. 문학평론가와 함께하는 ‘채식주의자 영화 함께 감상하기’,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주는 ‘작품 낭독회’ 등의 강좌까지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죠.

사실 유통업계와 현대백화점에서 기획한 이벤트와 강좌들은 언뜻 당연한 반응으로 느껴져요. 그러나, 노벨문학상이라는 문단에서 일어난 자극에 어떤 산업군이, 그리고 어떤 기업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는지를 살피는 것엔 분명 의미가 있어 보여요. 한강 작가 개인의 수상은 기업의 경쟁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요. 교보문고도, 쿠팡도 같은 책을 판매할 뿐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재고 확보와 같은 면을 제외하면 결국 빠르게 반응하는 마케팅이 차별화 지점이 될 수밖에 없겠어요. 그리고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한강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겠죠!💡

4️⃣공공기관: 광주시&서울시

노벨문학상이라는 국가적 경사에 공공기관도 빠른 반응을 보였어요. 한강 작가의 고향인 광주광역시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K-문화 복합 공간'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어요. 이와 함께 지난해 개관한 광주 문학관과 시립도서관에서 '시민과 함께 한강 읽기'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죠. 전라남도 역시 문학박람회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서울특별시는 각각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에 위치한 서울 야외도서관, '책 읽는 서울광장', '광화문 책 마당', '책 읽는 맑은 냇가'에 한강 작가의 대표작 10종을 비치했어요.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무려 20개 국어의 번역본도 함께 준비했고, 작품을 읽고 현장 부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문장을 남기면 책갈피와 연필을 증정하는 이벤트까지 마련했다고 하죠.✏️

5️⃣CGV

한강 작가의 작품이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2010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어요. 세 연작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을 엮어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죠. '채식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임우성 감독이 연출한 중편 영화 '흉터'가 2011년 개봉했어요. '흉터'는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아기부처’를 원작으로 했어요. 엄격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감정이 메마른 여자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완벽주의자가 된 남자의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담았죠. 두 작품 모두 독립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었고, 당시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어요. 노벨문학상 소식과 함께 소설이 원작인 영화도 함께 주목받게 된 것이죠.🎬

CGV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용산아이파크몰 등 전국 45개 극장에서 '채식주의자'와 '흉터'를 17일부터 단독 상영하기 시작했어요. 재개봉 트렌드와 타겟 마케팅 분석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시류에 맞추어 발 빠르게 재개봉한 사례에 해당하겠네요!🤓

노벨 문학상이 가지는 의미와 앞으로의 변화

불과 작년에 개봉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주인공이 "한국 사람은 노벨 문학상 못 타잖아."라며 이민의 이유를 밝히는 장면이 나왔었죠. 그만큼 노벨 문학상은 한국 문학계에 있어 사상 초유의 일이에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례 없는 도서 품귀 현상이 노벨 문학상이 어느 정도의 사건인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도서 판매와 수상한 작가의 책을 읽어보는 것에서 나아가, 노벨 문학상이 무엇을 의미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어요.🤔

1️⃣문학에 대한 관심

먼저 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제고될 것으로 보여요. 소설가에 대해 가지던 편견 어린 시선이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이 소설가를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죠. 한 명의 '슈퍼스타'가 가지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요. 어렸을 때 동경하던 운동선수를 따라 꿈을 결정한 이가 다시 슈퍼스타가 되어 이름을 떨치는 사례는 결코 드물지 않죠. 한강 작가를 보고 소설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아이가 훗날 또 다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에요. 소설과 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연구와 교육에도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겠죠.🏫

2️⃣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

노벨문학상은 문단을 넘어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에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요. 먼저 기존의 K 콘텐츠에서 나아가 우리나라 문학에까지 세계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많은 것을 뜻하죠. 드라마나 K POP 등 기존의 콘텐츠는 대중성을 기반으로 관심과 인기를 얻어왔어요. 그러나 문학은 조금 달라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는 역사적 사건으로 발생한 상처와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대안과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대중성보다는 보다 깊은 차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즉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한국 콘텐츠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입증했다는 것을 말해요. 대중문화의 근간이 되는 문학에서 전 세계 사람들은 이제 한국의 역사와 보편적 정서와 같은 더 깊은 문화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겠죠.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전제로, 문학에서 파생되는 더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겠어요.🥰

3️⃣언어에 대한 관심

나아가 한국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요. 과거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걸림돌로 계속 지적되어 왔던 것이 바로 번역이었는데요, 이번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데는 뛰어난 번역 역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한강 작가의 모교인 연세대에서도 문학관 건립과 더불어 번역 특화 특수 대학원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죠. '신한류 시대의 콘텐츠 현지화 전략' 분석에서 말씀드렸듯 언어는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큰 방해물로 작용해요. 콘텐츠가 다른 문화권에서 소비될 때 언어나 그 밖의 문화적 맥락의 차이로 소비나 감상의 수준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문화적 할인’이라고 하는데요. 노벨 문학상은 번역을 비롯한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한편, 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늘어나면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 전통과 같은 더 깊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럽게 문화적 할인이 줄어들 거예요. 그렇다면 앞으로 '더 한국적인'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겠네요!

텍스트힙 트렌드

이처럼 한국 문학의 부흥은 엄청난 영향을 불러와요. 그렇다면 노벨문학상이 가져온 문학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고 유지될 필요가 있겠어요.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4월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현실이 녹록지는 않아 보이죠. 종합 독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종이책 기준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1.7 권이었어요. 일부 다독가들이 포함된 평균임을 고려할 때,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겠어요. 이미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영상 플랫폼들의 득세로 현대 사회는 영상 콘텐츠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올드'한 텍스트 콘텐츠인 책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텍스트힙 트렌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텍스트힙은 Text(글자)와 Hip(멋지다, 개성 있다)를 결합한 신조어로, 말 그대로 텍스트 콘텐츠 소비를 '힙한 취미'라고 생각하는 트렌드를 말해요. SNS를 중심으로 주로 글과 사진으로 자신의 독서 경험을 공유하는데요, 읽고 있는 책이나 책을 읽는 자신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독서 모임을 나가 공유한 감상을 나누기도 해요. 이 밖에도 텍스트힙 트렌드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젊은 세대의 독서 문화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어요!🥰

1️⃣필사와 문구류 수집

젊은 세대가 독서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로 필사가 유행하고 있어요.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기도 하고, 남은 여백에는 자신의 생각을 더하기도 해요. 공감 가는 문장을 자신의 방식으로 기록하며 기억에 남기는 또 다른 독서의 방식인 셈인데요. 한 문장씩 따라 적으며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데다가, 글귀를 따라 적는 과정에서 깊은 몰입을 느낄 수 있어 젊은 세대의 독서 방법으로 제격이었어요. 또한, 이것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필사스타그램', '필사 챌린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글로 공유하기도 해요. 따라 적기 좋은 명문을 엮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만드는 필사 노트'는 3월 출판 이후 6개월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까지 했어요.✍️

자기표현이 중요한 젊은 세대에게 필사는 책의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돼요. 또한, 필사를 즐기는 방법도 평범한 펜보단 만년필과 잉크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책이나 문장의 분위기에 따라 노트나 잉크를 달리하는 등 문구류를 수집하는 것도 필사의 또 다른 재미로 작용하고 있죠. 앞서 유통업계의 기획전을 말씀드리며 보완재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처럼 독서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더 넓은 시야로 보완재를 찾아볼 수도 있겠어요!✒️

2️⃣음악과 함께 읽는 텍스트

독서는 이제 단순히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게 됐어요.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물론, 특정 작가나 장르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가 유행하며 음악과 함께 독서를 하는 방식도 늘어나게 되었죠. 앞서 말씀드린 문학동네의 '책플리'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콘텐츠로 볼 수 있겠어요. 여기에 더해 올해 6월, 특히 1020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창비는 헤드셋을 끼고 시를 감상하는 부스를 열었어요. 시와 어울리는 음악 큐레이션을 진행했죠. 책을 읽을 때는 책의 내용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는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인 음악이 텍스트힙 트렌드에서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3️⃣독서 경험의 기록과 공유

SNS를 중심으로 한 텍스트힙 트렌드인 만큼, '경험의 공유'가 빠질 수 없겠죠. SNS를 통한 책 추천, 독서 경험의 공유뿐만 아니라,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영상 콘텐츠들도 많이 제작되고 있어요. 독서 브이로그나 독서 챌린지 등이 그 예시가 되겠는데요, 단순히 책 그 자체 혹은 책을 읽는 것이 영상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들은 책을 선정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나 독서 장소, 자신만의 독서 루틴이나 아이템 등 말 그대로 전반적인 독서 경험을 공유하죠. 출판사도 직원들을 내세운 '임플로이언서 마케팅'으로 이러한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4️⃣더 힙한 도서 행사

텍스트힙 트렌드에 맞춰, 그리고 텍스트힙 트렌드를 더 떠오르게 하는 요인으로 도서를 매개로 하는 행사도 늘어나고 있어요.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대규모 행사뿐만 아니라 독립 출판 페어와 북토크도 인기를 끌고 있죠. 독립 출판 페어는 대형 출판사를 통하지 않은, 개인 또는 소규모 출판사에서 제작된 독립 출판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예요. 작가들이 직접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며 독자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작가들은 직접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북토크도 비슷한 맥락으로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독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이에요. 취향의 개인화가 명확해진 지금인 만큼, '자신만의' 혹은 '나만 아는'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드러나는 양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독립 출판과 북 펀딩의 성장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죠.🤓

5️⃣책을 읽는 트렌디한 공간들

텍스트힙 트렌드를 따르는 젊은 세대들, 독서 경험에 있어 환경도 중요한 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힙한 공간이 있다면 놓칠 수 없겠죠!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에선 시민들의 독서를 장려하는 목적이나 마케팅의 일환으로 독서 공간 조성에 앞장서고 있어요. 서울도서관은 이번 노벨문학상을 기념해 외벽 꿈새김판에 '한강 작가님 덕분에 책 읽는 시민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었죠. 야외도서관 세 곳에 한강의 대표작과 번역본을 전시하기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이 야외도서관은 국내 도서관 중 유일하게 IFLA 국제 마케팅 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운영 사례예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탁 트인 안전한 독서 공간으로 도서관 이용자를 늘린 데다가 야간 운영, 독서와 어울리는 문화 공연까지 접목해 우수한 성과를 냈죠. 서울도서관은 성과에 힘입어 도서관 운영 횟수와 장소를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답니다.📗

책을 테마로 한 복합 문화 공간도 인기예요. 스타필드 코엑스에 위치한 '별마당도서관', 그리고 서점과 외식업을 결합한 '아크앤북'은 책을 테마로 한 공간 인테리어로 이용객들에게 신선함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쇼핑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책을 접할 기회를 마련했죠. 현대카드는 단순히 서점이나 도서관 컨셉을 차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문적인 도서관을 세웠어요. 2013년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트래블, 뮤직, 쿠킹, 아트까지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책까지 즐비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도서관을 만들었죠. 주목할 만한 점은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단순히 책들을 모아둔 도서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LP 음악을 듣고, 가상으로 여행을 하고, 쿠킹 클래스를 듣는 등 현대카드 사용자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더 많은 소비자를 현대카드 고객으로 이끌고자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채택한 것이죠.🔖

텍스트힙 트렌드의 배경과 생각해 볼 지점

텍스트힙 트렌드는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의 범람에서 기인해요. 너무나도 많은 영상 콘텐츠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이제 흔하지 않은 텍스트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죠. 특히 쇼츠나 릴스, 틱톡 등 단 몇 장의 사진, 몇 초의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정보 전달과 콘텐츠 소비의 홍수 속에서 책은 시간을 들여 느린 속도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줘요. 그리고 이러한 독서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되죠. 자기 계발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독서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여겨지며 텍스트힙은 커다란 트렌드가 되었어요. 그리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기폭제가 되어 이를 더 가속화 및 확대시키고 있죠.🎇

일부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해요. 텍스트힙이 여느 트렌드처럼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고, 진정한 의미의 독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과시와 지적 허영에서 비롯된 트렌드가 아니냐는 의견이죠. 실제로 앞서 언급한 독서 공간은 정말 책을 읽는 공간이라기보단 SNS에 인증하기 좋은 공간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존재하고, 책이 아닌 책 모양의 인테리어 소품이 곧잘 판매되기도 하죠. 하지만 과시용이라고 해도 외면받던 독서가 조명받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더구나 텍스트힙이 자기과시라기보다 젊은 세대의 새롭고 다양한 독서 문화가 반영된 트렌드라고 생각하면 더욱 의미가 깊죠. 2017년 뉴욕 공립도서관은 더 이상 기존의 방법으론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활용, 아티스트와 협업해 일러스트를 삽입하는 '인스타 노블'을 선보였죠. 이처럼 책 역시 하나의 콘텐츠로 기술과 문화의 변화에 그 소비 방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어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우리나라 문학, 문학을 활용한 다른 콘텐츠, 그리고 앞으로 독서 문화가 어떻게 변화할지까지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