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리책 전문 번역가 정연주입니다.
지난 2024 해외 요리책 트렌드에 이어 #2 3월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2024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발간된 요리와 관련된 책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던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매번 YES24와 아마존, 기노쿠니야의 요리 분야에 들어가면, 항상 요리와 음식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 안에서 특정 주제를 뽑아내고 그에 관한 레시피와 이야기만으로 한 권을 채우는 것 자체에 굉장히 매료되고 맙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요리를? 어디에서 이런 재료와 조합을? 그러다보면 작가와 셰프, 레스토랑과 관련 분야에까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지요.
요즘은 <세계 끝의 버섯>에 이어 <버섯 중독>을 보면서 '내가 버섯을 이렇게 좋아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이렇게 새로운 관심사에 대한 눈을 키워주는 것 같아요.
이번 3월호 요리책 트렌드는 레시피를 넘어 요리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풍성해진다는 느낌을 기반으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1. 요리인의 이야기와 철학
같은 이야기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하지요. 앨튼 브라운, 톰 콜리치오, 감베로 로소 잡지 기자까지 요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 틀림없다(!) 싶은 이들의 책이 나왔습니다.
앨튼 브라운 <Food for Thought>
2025년 2월 4일 (표지 사진 출처: 아마존)
새삼스럽게 앨튼 브라운이 누구인지 설명해야 할까? 하다가 아직 한 권도 번역된 적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푸드 네트워크의 Good Eats 쇼 제작자이자 진행자이고, 음식 과학자이자 작가입니다. 요리책도 여럿 썼는데요, 이번에 나온 Food for Thought은 지금까지 요리에 관한 삶을 살면서 생각하고 관찰한 바를 쓴 에세이입니다. 유머러스할 것은 당연하고, 일단 궁금합니다. 읽어보고 싶다, 번역하고 싶다!
톰 콜리치오 <Why I Cook>
2024년 10월 8일 (표지 사진 출처: 아마존)
탑 셰프 심사위원이자 셰프, 활동가인 톰 콜리치오의 회고록입니다. 처음 요리를 한 13살 시절부터 뉴욕에서 셰프로 자리잡기까지의 기억, 그리고 팬데믹 기간 동안 다시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된 이야기까지 챕터별로 풀어놓으며 레시피 60개까지 같이 실었다고 합니다. 레스토랑에서 할 법한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편안하게 하는 레시피로요. 한평생을 요리와 함께한 사람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지요.
미야자키 이사오 <이탈리아의 '행복의 한 그릇'을 먹으러 가다>
이탈리아 미식 가이드북 <감베로 로쏘 레스토랑 가이드>의 비밀 조사원도 맡은 적이 있는 저널리스트의 이탈리아 음식 및 문화 여행 에세이라고 합니다. 챕터명이 '개인실이 없는 레스토랑, 로마', '완고함과 미식, 사르데냐', '단순함과 알기 쉬움의 매력, 토스카나' 등이예요. 이탈리아 미식 여행은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맛있고 즐겁겠다고 생각하게 되죠. 모든 책에 대해 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읽보고싶다...
2. 편리하고 지속 가능한 요리법
음식은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기도 한데, 부담스럽고 힘들면 지속하기 힘들죠.
최소한 영양을 챙기고 쓰레기를 줄이고, 제 입맛에 맞는 식으로 조리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제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저도 피곤하고 힘들면 외식 비중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편안하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을 권장하는 요리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무라카미 요시코 <먹고 살아남는 힘>
2024년 12월 5일 (표지 사진 출처: 아마존 재팬)
예전에 이와 비슷한 책을 번역한 적이 있는데요, 재작년 즈음부터도 일본에 갈 때마다 '시니어 세대에 맞춘 식생활'에 관한 실용적인 에세이가 계속 새로 나오는 것이 보였어요. 요리 초보인 노인, 체력과 기력이 떨어져 요리하기 힘들어진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라도 하루 세 끼 식사를 직접 준비하며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 자체가 경력 50년, 연세 82세의 요리연구가입니다.
히구치 나오야 <읽기만 해도 요리가 잘 되는 책>
2025년 3월 25일 (표지 사진 출처: 아마존 재팬)
뭔가 약간 사기꾼 멘트처럼 보이기도 하는 제목인데, 저는 요리 과정을 사진이 아니라 글로 설명하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이 책에는 사진도 실려 있지만, 요리를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여 읽기만 해도 요리 교실에 다닌 것처럼 실력이 향상된다고 해요. 이분의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방식을 여럿 확인해봤는데, 과연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일본의 인기 반찬을 주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America's Test Kitchen <Baking for Two>
2025년 2월 4일 (표지 사진 출처: 아마존)
아메리카 테스트 키친을 좋아하지 않는 법, 그런 거 나 몰라... 저는 이곳에서 발행하는 <쿡스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를 오랫동안 구독하고 있는데,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기로 유명합니다. 이 책은 1~2인을 위한 베이킹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어요. 토스터 오븐을 이용한 스콘 2개짜리 레시피!! 저 이거 완전 필요합니다. 사랑!! 아메리카 테스트 키친은 사랑!!
3. 하나의 재료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요리책
협소한 하나의 특정 주제를 다루는 요리책은 재미있고 독특한데, 뒤집어서 제가 그걸 만든다고 생각하면 와, 어떻게 한 권을 채울 정도로 레시피를 만들었지? 싶어요. 그리고 목차를 읽으면 '세상에는 천재가 이리도 많구나' 싶지요.
분명 실용적일 것이 틀림없는, 그리고 재미있는 한 가지 재료 요리책들입니다.
Becca Millstein, Vilda Gonzalez <The Fishwife Cookbook>
2025년 2월 25일 (표지 사진 출처: 아마존)
현재 이번 봄에 나올 요리책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요리책입니다. 일단 표지가 이쁜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 생선 통조림을 이용한 레시피만 소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참치 통조림과 꽁치 통조림을 참으로 잘 활용하고 있죠. 연어, 송어, 안초비, 정어리 등 온갖 생선 통조림이 미식 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걸로 간단한 식사에서 피크닉, 칵테일 파티, 아침 식사 등 다양한 80가지 레시피를 소개한다고 합니다. 아, 그런데 표지 진짜 귀엽네요. 올 봄에 딱 하나만 새로 요리책을 산다면 아마 이거? 아 그런데 베이킹 포 투도.....
Poppy O'Toole <Poppy Cooks: The Potato Book>
2025년 4월 15일 (표지 사진 출처: 아마존)
나이젤라 로슨이 '감자의 여왕'으로 선정한 포피 오툴의 감자 요리책입니다. 주방에서 10년 이상 일했는데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었지만, 지금은 4백만명 이상의 팔로워가 있는 인기 요리 틱톡커라고 하네요! 감자껍질 피자(?)와 스마일 감자가 가장 궁금한데, 파타타스 브라바스와 감자 도피누아... 감자 퐁당과 구운 감자... 아니, 일단 감자의 여왕이 선보이는 감자 요리책이라는데 실패할 수는 없겠죠. 감자!
이번 달의 요리책 트렌드 브리핑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번 달에는 '요리책 좋아하는 사람의 장바구니를 위협하는 뉴스레터다' 라는 평을 들었는데, 이번 달은 어떨지? 일단 제 장바구니는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주변에 추천과 구독을!
다음 달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리 전문 번역가 정연주
번역 문의: dksro47@naver.com (영한, 한영, 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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