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력적인데… 왜 이해 못할까?’ 좌절하고 계시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창업자를 창업으로 이끈 힘도 그들의 '아는 힘' 이었을 것이며 성공으로 이끈 것 또한 그들의 ‘아는 힘’ 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창업자들을 만날 때 마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셨을까?’ 그 지식과 정보의 축적에 대해 존경과 경탄의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피칭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지점도 바로 창업자의 그 ‘아는 힘’ 입니다. 창업자가 너무 많이 알아서, 너무 깊게 잘 알아서 여러분의 말이 때로는 듣는 이에게 전달 되지 않는 다는 것 아시나요?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여러분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열정적인 피칭을 마쳤는데 듣는 사람은 속으로 ‘그래서 무엇을 판다는 거지?’ 라는 물음을 하고 있는 경우가 생각 보다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지식의 저주’ (curse of knowledge) 라고 표현합니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당연히 알고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 안에 푹 빠져 지냈다면, 그 내용이 이제는 나에게 너무 당연해 졌다면, ‘이 정도는 누구나 알지’ 라는 인식의 오류에 빠지기 더욱 쉽습니다.
지식의 저주를 설명하며 자주 인용되는 예시가 스탠포드대학교의 심리학과 대학원생 엘리자베스 뉴턴이 진행한 ‘두드리는 자와 듣는 자 (Tapper and Listener)라는 실험입니다. 한사람은 ‘생일 축하 송’ 같은 단순하고 누구나 아는 음악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다른 사람은 그 두드림 만을 듣고 노래의 제목을 맞추는 실험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총 120개의 곡을 실험했는데, 제목을 맞춘 노래는 단 3곡 뿐 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두드리는 역할을 했던 사람은 그 노래가 너무 쉽고 모두가 아는 노래이기에 듣는 사람이 50% 이상은 맞출 것이라 예상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이해 하시겠나요? 대표님들의 열정적인 피칭을 들으면서도 왜 청자는 고개가 갸우뚱 해지고, 무엇을 팔고자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지 말입니다. 대표님들께서는 이런 청자들이 내심 서운하고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투자자와 소비자가 ‘그래서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가 무엇인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가슴에 남긴다면 이건 너무 뼈아픈 이야기 아닐까요?
오늘도 투자자를,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고민 중이신 대표님들, 먼저 지식의 저주에 대한 인식을 늘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내 이야기를 듣는 조직의 구성원, 피칭의 청자, 상품의 소비자는 내가 전달하는 내용이 새롭습니다. 특히 혁신을 다루고 계신 스타트업 대표님 이시라면 나의 이해와 청자의 이해 사이의 간극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나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한 내용이지만 늘 새로운 관점으로 대표님의 스토리를 점검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의 이야기에 피드백을 건넬 사람들을 가까이 두시기 바랍니다. 이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의 핵심인 ‘무엇을 파십니까’ 에 대해 명쾌한 답변이 나오는지를 점검하시는 것이 대표님들의 피칭 체크리스트 제 1번입니다.
서소헌 sohun.seo@gmail.com | 코어피칭연구회 비즈니스 코치
현재 발견과이음 대표이자 코어피칭연구회 코치 및 바이오 스타트업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기관, 글로벌 공학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였고, US CPA 합격 및 미국에서 창업을 경험하였다. 교육과 코칭을 통해 고객이 비즈니스와 커리어영역에서 새로운 관점과 명료함을 발견하도록 지원하고, 이것을 지속 가능한 성장 및 성과와 연결되도록 촉진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코어피칭연구회는 숫자가 아닌 내러티브 접근으로 남다른 관점제시, 재해석, 새로운 가치 발견에 초점을 맞춘 살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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