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스쿨밴드다?

<싱 스트리트>부터 <소셜 네트워크>까지…영화로 고찰해보는 스타트업의 흥망성쇠

2024.07.09 | 조회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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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포스터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포스터

2016년 국내에서 개봉한 음악 영화가 있다. 제목은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감독은 <원스>와 <비긴 어게인>을 잇달아 연출하여 음악 영화 전문 감독으로 유명세를 얻은 ‘존 카니’. 영화는 국내에서 50만 명이 조금 넘는 흥행 실패를 겪고 조용히 사라졌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시간을 역행하는 법. 개봉한지 8년이 지났지만 수 많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수작으로 언급되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음악도 많은 영화라서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스타트업 이야기를 하면서 난데없이 음악 영화 이야기를 꺼내냐고? 영화 <싱 스트리트>의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와 많은 유사점이 있다. 고등생 주인공 ‘코너’를 스타트업 창업가로 설정해 보자. ‘코너’는 갑자기 바뀐 주변 환경에 부적응하며 괴로워한다. 그 탈출구로 밴드를 결성하기로 마음먹은 코너는 창업가가 스타트업을 만들고 성장하는 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밴드의 리더, 스타트업으로 가정하면 CEO인 코너는 우선 유일한 친구 대런을 프로듀서(스타트업의 COO)로 영입한다. 이어서 각종 악기 연주에 능한 에이먼을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스타트업의 CTO)로 팀에 끌어들인다. 나머지 밴드 파트의 팀원들도 순조롭게 구성하면서 그럴듯한 스쿨밴드 ‘싱 스트리트’가 출발한다. 첫 번째 데모(스타트업의 MVP)인 듀란듀란의 히트곡 <Rio>의 커버를 열심히 연주해 코너의 멘토인 친형 브랜든에게 들려준다.

스쿨밴드 ‘싱 스트리트’의 리더 코너의 진정한 멘토였던 친형 브랜든 (영화 <싱 스트리트> 캡쳐)
스쿨밴드 ‘싱 스트리트’의 리더 코너의 진정한 멘토였던 친형 브랜든 (영화 <싱 스트리트> 캡쳐)

음악에 미친 친형 브랜든은 데모를 녹음한 테이프를 부셔버리며 따끔한 충고를 해준다. “커버만 하는 밴드는 넘치고 넘쳐. 커버만 하면 새로운 걸 만들 생각 따위를 할 수가 없어. 어설프고 조롱 당할 위험이 있더라도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서 들려주고 싶은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해!” 멘토의 진심어린 조언에 코너는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노래를 만들고 녹음하며 밴드 ‘싱 스트리트’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결국 학교 강당에서 콘서트도 가지며 성공적인 PoC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주인공 코너는 타겟 시장인 주류 음악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고 카메라는 이를 따라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음악을 다룬 영화로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싱 스트리트>. 하지만 스타트업의 관점으로 시선을 조금 돌려서 영화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도 흥미로운 느낌이 들 수 있는 영화이다. 특히 주인공 ‘코너’가 창업을 하게된, 아니 밴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바로 여자 때문. 모델을 지망하는 ‘라피냐’에 반해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고 노래를 작곡하고 가사를 붙인다. 타겟 고객이 확실했고 커버곡이 아닌 자신만의 노래로 고객을 설득시켜 고객의 마음을 바꾸었다는 스토리에서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와 아주 많은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 포스터
영화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 포스터

한 눈에 반한 여자 때문에 창업했다는게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이 이와 유사한 개인적인 이유로 창업했었고 결국은 성공에 이르렀다. 스타트업을 소재로 한 최고의 영화라면 늘 언급되는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는 이를 더 노골적으로 다룬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 모두 주커버그가 좋아했던 ‘에리카’와 관련지으며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마무리 짓는다.

심지어 페이스북에 합류한 P2P 음악 공유 서비스 ‘냅스터 Napster’ 창업자 숀 파커도 주커버그와 나눈 대화에서 자신이 냅스터를 창업한 이유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을 들은 주커버그는 이 순간 이후 공동 창업자인 왈도보다 숀 파커의 조언에 더 기울이게 된다. ‘이 사람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창업을 하고 세상을 살아왔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혁신을 만든 창업가를 다룬 영화답게 <소셜 네트워크>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Paypal’을 창업했고 ‘제로 투 원’의 저자로 유명한 피터 틸 등도 잠시 배역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페이스북’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21세기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2시간 만에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창업의 출발부터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공개하는 과정, 투자를 받기 위한 여정과 지분 관계로 인한 팀원들의 갈등도 적나라하게 다룬다. 그리고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잇단 소송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 관계의 허무함도 영화로 다룰 수 있는 최대한의 스킬로 표현해주고 있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그냥 닥치고 재미있으니 꼭 보기를 권한다. 쿠팡플레이나 왓챠를 구독하고 있으면 지금 바로 감상할 수 있고, 유튜브에서도 새우깡보다 싼 1,200원에 대여해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플레이리스트 The Playlist> 포스터
넷플릭스 시리즈 <플레이리스트 The Playlist> 포스터

창업자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 바쁜 창업자들이 2시간 정도만 투자하여 좋은 간접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영화들은 아주 많다.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제국을 만든 레이 크록을 다룬 <파운더 The Founder>. 미국 최고의 여성 창업가로 평가되는 ‘조이 망가노’의 창업을 극화한 <조이 Joy>.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 생애 중요했던 세 번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연출한 <스티브 잡스 Steve Jobs>도 한 번쯤 시간을 내서 볼만한 영화로 추천한다.

그리고, 곧 다가오는 여름 휴가 동안 긴 시간을 할애해 스타트업의 본질을 알고 싶다면? 구독하고 있는 OTT 플랫폼을 뒤지면 스타트업을 다루지만 재미도 놓치지 않고 예술적인 감성까지 느낄 수 있는 수작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아래 추전작 중에서 하나만 골라서 보다보면 소파에 누워서도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TV 리모컨을 들어 검색 버튼을 눌러보자!

넷플릭스 : <플레이리스트 The Playlist>

‘스포티파이’를 창업한 다니엘 에크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웨덴의 볼품 없었던 너드가 애플 뮤직 같은 글로벌 기업의 공격을 견디고 어떻게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창업하고 성장시켰는지를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주고 있다. 다니엘 에크 말고도 스포티파이와 관련된 여러 인문들의 시선을 교차하며 시리즈가 진행되며 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디즈니플러스 : <드롭아웃 The Dropout>

세상을 흔들었지만 결국 모든게 사기로 판명된 ‘테라노스 사건’을 다룬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피 한방울로 수 백가지 질병을 찾는다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테라노스는 9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지지만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의 거짓말이 드러나며 무너지는 모래성을 건조하지만 흥미있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광기어린 열연이 돋보인다.

애플TV플러스 : <우린폭망했다 WeCrashed>

제목처럼 폭망해버린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위워크’를 다룬 애플TV플러스 제공 드라마. 한때 470억 달러의 가치까지 평가되었던 최고의 스타트업이었지만 2023년 11월 파산 신청으로 그 신화가 무너저버린 위워크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자레드 레토와 앤 헤서웨이 등 한 가닥하는 헐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고 위워크로 큰 손해를 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설립자 손정의 역할로 김의성 배우가 출연하는 잔재미도 있다.

글쓴이 : 코어피칭연구회 김경덕 코치/경일대학교 교수, ㈜경일대기술지주 본부장

1999년 영화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하여 다음커뮤니케이션㈜에 M&A한 창업가 출신으로 영화기자와 평론가, 언론사 PM을 경험한 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경북대학교에서 유망 스타트업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CVC와 콘텐츠진흥기관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경일대학교 교수와 ㈜경일대학교기술지주에서 본부장을 역임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을 찾기위해 창업의 바다를 떠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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