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독자들 앞에 섰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라고 한다. 인터뷰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고 하는 그녀는, 부끄럽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양가있는 이야기를 하고 갔다. 네이버 쇼핑에서 플랫폼 기획을 하는, 또래 김언디를 만났다.
세마디 요약
- 서비스/플랫폼 기획자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어요.
- "다양한 직군과 협력하다 보면 조율이 정말 중요한데요, 저는 ‘핵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서비스 기획에서는 사용자와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직접 듣고 반영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기획자인데, 개발도 할 줄 압니다
Q. 처음엔 서비스 기획자가 꿈이 아니었다고요. 원래 가려던 방향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고등학생 때 저는 컴퓨터와 IT에 큰 흥미를 느꼈어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다루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가졌죠. 하지만 제가 문과였기 때문에, 개발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어요.
그때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께서 해주신 조언이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모든 회사에는 마케팅이나 기획팀이 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IT 도메인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죠. 이 조언을 듣고 경영학과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하며 IT 지식을 보완할 계획이었죠.
대학교에 와서 실제로 복수 전공을 시작했는데, 깊게 파고드는 전공 과목들(컴퓨터 회로 설계, 시스템 프로그래밍 등)이 제게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전반적인 지식을 이해하고 싶었지, 코딩과 회로 설계 같은 세부적인 기술을 깊이 배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결국 교수님들의 조언을 듣고, 제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영역인 ‘서비스 기획’으로 방향을 정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해커톤과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제가 원하는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었죠.
Q. 그럼 어느 정도의 개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업무를 진행할 때 개발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나요?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개발 지식이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HTML 코드를 읽거나 개발자 모드를 열어서 실행 과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특히 개발자분들과 소통할 때 강점으로 작용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구현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미리 파악하거나, 어려운 점을 공감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에요. 개발자분들께 ‘개발 해보니까 정말 어렵더라’ 같은 말을 하면, 자연스럽게 친밀감도 형성되고 협업도 더 원활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API나 데이터 구조를 다룰 때도 기본적인 개발 지식이 있으면 소통이 훨씬 수월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깊은 수준의 개발 지식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전체적인 플로우와 구조를 이해하고, 그걸 기반으로 설계와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부분도 많아서,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기획자는 '같이' 일하는 사람입니다
Q. 다양한 직군 사이에서 업무 조율을 잘하는 언디님만의 팁이 있다면요?
다양한 직군과 협력하다 보면 조율이 정말 중요한데요, 저는 ‘핵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비스 기획자는 여러 사람들의 요구와 의견 속에서 서비스의 본질과 목표를 항상 중심에 두어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서 저는 먼저 MVP(Minimum Viable Product) 스펙을 정리해 두고, 불필요한 기능이나 과도한 요구 사항이 추가되지 않도록 조율하려고 노력해요.
조율을 잘하려면 몇 가지가 필요한데요. 먼저, 확신 있는 태도가 중요해요. 본인이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고, 왜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또, 단순히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감하면서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끈기 있는 협상도 필수예요. 초기에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절충점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만들 수 있거든요.
결국 기획자는 서비스의 핵심을 지키면서 팀의 다양한 직군이 하나의 목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서비스 기획 파트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역량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협업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직군과의 협업을 통해서 완성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넘어, 프로젝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맡은 일을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다른 역할들과 잘 어울릴 수 있으면서 나의 역할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회사는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믿어요. 그래서 유연한 태도와 학습 능력을 잘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식같은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Q. 해커톤 경험도 많으신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은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해커톤은 코로나 시기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였어요. 당시엔 모두가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저희 팀은 의료진과 병원들을 돕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죠. 구호 물품을 필요로 하는 병원과 기부하려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자고 했어요. 이 아이디어는 단순히 기술적인 구현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실제 병원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물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오히려 병원 운영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나, 기부가 몰리는 품목을 관리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있었죠. 그때 느꼈던 것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실제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실용성을 검증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은, 서비스 기획에서는 사용자와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직접 듣고 반영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 이후로도 기획을 할 때는 항상 ‘이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서비스기획 직무를 희망하는 분들께 해커톤을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팀원들과 함께 서로의 장기를 살려 협업할 수 있는 경험이고, 그 안에서 여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거든요.
Q. 맡은 프로덕트가 다 자식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특별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요?
음, 저는 아무래도 네이버 페이와 관련된 ‘결제 할인’ 서비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게 제가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맡았던 프로젝트였거든요. 당시에는 정말 몰랐던 것도 많았고, 카드마케팅 부서와의 협업부터 내부 어드민 작업까지 처음 경험하면서 배운 게 많았어요.
그 서비스는 지금 잘 운영되고 있고, 실제로 거래액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제가 그때 느꼈던 건 “내가 이걸 조금 더 체계적으로, 효율적으로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에요. 특히, 카드사의 빌링 구조라든지 관련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다 보니, 당시에는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도 많았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 프로젝트 덕분에 배운 점도 많았어요. 협업의 중요성, 도메인 지식의 필요성, 그리고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방법 등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었죠.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제게 있어 자랑스러운 동시에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예요.
지금은 고도화 작업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있지만, 초반에 제가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제게 가장 특별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Q. 취업 과정에서 멘탈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멘탈 관리를 할 때 되도록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취업 준비는 불확실성과 긴장감이 많은 과정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차피 결과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취업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찾아보거나, 불안감을 키우는 행동은 피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네이버 서류를 쓸 때도 면접 준비를 할 때도 카페나 포럼을 찾아보지 않았고, 오히려 단순하고 실질적인 준비에 더 초점을 맞췄어요. 불안한 시간에 자소서를 더 쓰자, 이런 식으로요.
또한, 당시 큰 힘이 되었던 조언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분이 ‘지금의 시간 하나하나가 나중에 당신을 이루는 조각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해주셨는데요. 이 말을 듣고 나서,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나를 더 나아가게 할 기회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더 편해지더라고요. 이런 단순한 마음가짐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3년 차인데, 앞으로의 커리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최근에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어요. 현재 네이버에서 커머스 분야의 특정 도메인을 맡고 있는데, 이 분야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제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당장은 커머스 안에서 새로운 도메인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상품 도메인이나 회원 도메인처럼 다른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커머스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특히 AI나 알고리즘 기획처럼 더 테크니컬한 분야로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런 기획은 특정 도메인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확장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지금은 쿠폰이나 카드 할인 같은 서비스를 다루고 있지만, 나중에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다 포괄적이고 확장성 있는 기획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적으로, 지금은 커머스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나중에는 보다 확장성 있는 분야로 도전하는 게 제 커리어 계획입니다.
Q. 또래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스스로의 세상을 넓히세요. 어떤 목표든, 취업이든, 여행이든, 인생의 방향성을 가질 때 세상을 넓게 보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 특정 길에 매몰되었던 적이 있었지만, 포기한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한계를 스스로 좁히지 않을 때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어요.
특히 취업이나 진로 고민이 크다면,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세상을 넓히고 개척해나가자’는 마인드로 임하길 바랍니다. 나만의 속도와 방향성을 믿고, 세상이 좁아지지 않도록 계속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렇게 하면서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았고, 여러분도 같은 길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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