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장인 대학원생, CVPR로 출근했습니다

2회 연속 세계 최고 학회에서 발표한 또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025.07.02 | 조회 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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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

20대 또래들의 커리어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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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권미경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제 이름은 권미경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AI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인공지능 기술의 사회적 적용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전자공학과에서 학업을 시작해, 컴퓨터 비전에 흥미를 느끼고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리고 대학원 과정 중 3D 휴먼 메시 리컨스트럭션 연구로 CVPR 국제학회 발표를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좋아하는 걸 해야 잘하게 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어요.

 

CVPR 2024에서 학회 참여자들에게 연구 발표를 하는 또래 권미경
CVPR 2024에서 학회 참여자들에게 연구 발표를 하는 또래 권미경

컴퓨터 비전, 그게 뭐예요?


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컴퓨터 비전 쪽으로 석사를 했어요. 원래부터 컴퓨터 비전에 관심이 있었나요?

사실 처음부터 컴퓨터 비전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전자공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대부분 친구들이 반도체 쪽으로 진로를 정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관련 수업들을 들어봤는데, 저랑은 전혀 안 맞는다는 걸 빨리 알게 됐어요. 그러다 영상처리 수업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내가 코드를 넣었을 때 결과가 바로바로 출력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입력이 있고, 출력이 있고, 그게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된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컸어요. 거기서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컴퓨터 비전 쪽으로 진로를 바꾸게 됐고, 그때부터 계속 이 분야를 파고들게 됐죠.

컴퓨터 비전이란
컴퓨터 비전이란

컴퓨터 비전이란 정확히 어떤 건가요?

쉽게 말하면, 컴퓨터가 ‘이미지를 이해하게 만드는 기술’이에요. 사람은 사진을 보면 이게 사람인지, 자동차인지, 배경인지 직관적으로 구분하잖아요. 컴퓨터 비전은 그런 시각적 이해를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분야예요.

좀 더 와닿는 예를 들면, 갤럭시 AI에 있는 ‘지우개’ 기능 아세요? 사진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쓱 드래그하면 주변 배경이랑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지워지잖아요. 이게 전형적인 컴퓨터 비전 기술이에요. 어떤 게 ‘지워질 대상’이고, 그 자리를 어떤 배경으로 채워야 자연스러울지를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고 만들어내는 거죠.

이해가 확 되네요. 석사 과정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셨어요?

사실 석사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짧으니까 어떤 연구를 했다고 하기 애매한데요(웃음), 3D 휴먼 메시 리컨스트럭션이라는 주제로 연구했어요. 쉽게 말하면, 2D 이미지 한 장만 보고도 사람의 3D 형태를 예측해내는 모델을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진 한 장만 있어도 그 사람의 몸의 볼륨이나 형태를 재구성할 수 있게 하는 거죠.

 

CVPR 2024에 참여한 또래 권미경
CVPR 2024에 참여한 또래 권미경

세계 최고 학회에서 발표하다


세계적인 학회에서 2번이나 발표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학회인가요?

석사 과정 중이던 2023년, 그리고 2024년에 CVPR이라는 국제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가졌어요. CVPR은 ‘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의 약자인데,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회 중 하나예요. 매년 전 세계 연구자들이 이 분야의 최신 기술을 들고 나와서 공유하는 장이고요.

어떤 주제로, 어떻게 발표하셨나요?

아까 말씀드렸던 3D 휴먼 메시 리컨스트럭션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어요(자세한 연구 내용은 하단의 자료 참고). CVPR에는 되게 다양한 세션이 있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포스터 세션에서 발표했어요. 커다란 보드에 연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고,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질문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돼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장이 잘 마련돼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CVPR에서 생긴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나요?

그럼요! 3D 휴먼 메시 리컨스트럭션 분야에서 정말 유명한 막스플랑크 연구실의 지도교수님을 만난 일이에요. 이 분이 이쪽 분야에서는 정말 대가로 칭송받는 인물인데요, 23년도에 학회에 참석했을 때 일행과 함께 길을 걷다 우연히 그 지도교수님을 만난거예요. 반가운 마음에 ‘우리 팀도 3D 연구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그 자리에서 갑자기 우리의 연구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리의 연구를 설명드리고 그 자리에서 뜻깊은 피드백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실제로 이튿날 저희 팀 부스에 오셔서 그분께 더 깊은 설명을 해드렸죠.

본인이 연구했던 분야의 대가와 이야기를 나누다니, 더없이 멋진 일이군요.

맞아요. 그러고보니 24년도에도 CVPR에서 흥미로운 일이 있었어요. 보통 연구는 ‘이전에 있던 걸 디벨롭’하거나, ‘아예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방향 중 하나로 진행이 돼요. 24년도에 CVPR에서 발표한 연구는 이전에 있던 것을 디벨롭한 연구였는데요, 제 연구의 기반이 되는 논문의 저자가 제 설명을 들으러 온 거에요. 그러면서 그분과 함께 심도있는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어요.

 

또래 권미경의 CVPR 2024 연구 내용
또래 권미경의 CVPR 2023 연구 내용

 

대학원 생활을 함께한 요가 타올
대학원 생활을 함께한 요가 타올

대학원생의 절친은... 요가?


석사 과정을 해나가며 빛나는 성과를 얻으셨는데요, 힘든 적은 없었나요?

당연히 힘들죠(웃음). 모든 부분이 힘들었어요.

일단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해야 되잖아요. 근데 그 연구라는 게 단순히 결과를 내는 게 아니라, 기존 논문보다 성능이 더 좋아야 의미가 있어요. 그걸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논리 구조도 설계하고, 실제로 모델을 구현해서 내가 의도한 대로 동작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다 했어도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해도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진짜 좌절감이 크죠.

게다가 논문을 쓰는 과정도 고역이에요. 영어로 8페이지를 꽉 채워서 써야 되는데,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구조가 정말 빡빡하거든요. 요약, 본문, 토론 각각의 목적이 다르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해야 하니까요. 기술적인 내용은 애매하거나 모호하면 안 되고, 그림도 정확하게 골라서 설득력을 높여야 하고요. 무엇보다도, 원어민도 아닌 입장에서 이걸 영어로 쓰는 건 정말 큰 스트레스였어요.

그래도 많이 쓰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긴 해요. 마지막에 CVPR 24년도 논문 쓸 땐 전보다 수월하게 느껴졌거든요. 결국 ‘논문은 쓰면서 느는 것’ 같아요. 고생은 많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정말 많았어요.

그럴 때에는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저는 요가를 했어요. 근데 요가를 운동으로서 한게 아니라, 수행의 일부분으로서 한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사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요, 저는 자주 요가를 하면서 한시간 정도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연구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않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내가 어떤 상태인지 집중하고, 제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요. 그런 면에서 요가가 참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대학원의 추억이 담긴 자리
대학원의 추억이 담긴 자리

대학원 선택, 저는 ‘이것’을 고려했어요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저는 학부 3학년 말쯤부터 이미 ‘아, 나는 컴퓨터 비전 쪽으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때가 마침 AI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학부 커리큘럼만으로는 제가 실무에서 써야 할 기술을 제대로 배우기엔 좀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AI나 컴퓨터 비전은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인데, 학교 수업은 그 속도를 다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됐죠.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교수님 덕분이 컸어요. 제가 3학년 때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이후에는 휴학과 복학 기간을 포함해 2년 정도 학부연구생으로 함께 일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 교수님이 저랑 정말 잘 맞는다는 걸 확신하게 됐어요. 단순히 지도력이 뛰어난 걸 넘어서, 저를 잘 몰아주고 제가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더 노력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케미가 잘 맞았던 거죠. 그래서 다른 조건보다도 ‘이 교수님 밑에서라면 확실히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뭐예요?

아마 2023년 초, 학회 논문을 준비하던 시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저 포함해서 공동 1저자, 2저자까지 총 세 명이서 하나의 논문을 같이 준비했는데,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몰입했었거든요. 마감 직전 몇 주는 거의 매일 새벽 2~3시까지 연구실에 남아서 실험하고 글 쓰고 토론하고… 그렇게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편의점 가서 라면이랑 맥주 먹고 다시 돌아와서 조금 자고, 아침에 또 출근하고.

그게 단순히 고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건 아니에요. 그때 학교에 축제도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가수 공연 보러 가고 뒤풀이도 다니고 있었는데, 저희는 새벽까지 연구하다가 술집 들러서 조용히 한잔하고, 또 아침에 출근하고… 그런 소소한 일탈 같은 순간들이 오히려 되게 짙게 남아 있더라고요.

앞으로의 커리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구체적인 커리어 플랜을 세운 건 없어요. 지금은 그냥 회사 잘 다니고,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하나씩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연구실에 있다가 산업계로 넘어왔잖아요. 근데 막상 와 보니까 연구의 결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대학원 때는 ‘내가 재밌는 거, 하고 싶은 거’ 위주로 연구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회사니까 결국 돈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잖아요. 그래서 회사가 원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처음엔 꽤 낯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내가 지금 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역량을 이쪽 방식에 맞게 잘 전환해보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목표예요. 이게 장기적인 커리어 계획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지금은 이 흐름 안에서 잘 배우고 성장하는 게 제일 현실적인 방향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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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또래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좋아하는 걸 해야 잘하게도 되고, 잘하게 되니까 또 재미있어지고요.

저도 대학원 생활하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논문 쓰고 연구하고 매일 새벽까지 붙잡고 있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게 재미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중간에 지치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에 대해 “그래도 내가 좋아하니까”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게 저를 지탱해줬어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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