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어제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애리조나 대학에서 AI의 미래를 이야기했더니 야유가 쏟아졌다는 이야기를 드렸죠.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71%가 AI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고, 64%가 AI가 향후 20년간 일자리를 줄일 거라고 봅니다. AI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5%뿐이죠. AI 전문가의 73%가 AI가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거라고 보는 것과 50%포인트 차이입니다. 만드는 사람과 영향 받는 사람의 인식이 완전히 갈라져 있는 거죠.

일단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전환을 실행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서 올해 중반에 약 8,000개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발표하면서 한 말도 충격적입니다.
"비용 절감이 아니다. 일부 경우에서 저가치 인적 자본을 우리가 투입하는 금융 자본과 투자 자본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저가치 인적 자본이라고 부른 거죠. 내부 반발이 일어나니까 해명 이메일을 보냈지만, 경제적 실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만 그러고 있는게 아니죠. 가트너가 얼마전에 자율 비즈니스 역량을 시범 운영 중인 글로벌 경영진 350명을 조사했더니, 약 80%가 그에 상응하는 인력 감축을 보고했습니다. 메타는 비AI 인력 1만 6,000명을 자르면서 AI 엔지니어 2,000명을 채용했고, 오라클, 아마존, 블록, 세일즈포스 모두 AI 자원 재배치를 이유로 수천 명을 해고했죠.
기존 업무 제거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와 데이비드 오토르의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기술 변화는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노동 보강(기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자본 보강(기계 성능 개선), 자동화(인간 업무를 기계가 대체), 전문성 평준화(비전문가도 전문 업무 가능), 새로운 업무 창출(인간에게만 가능한 새 역할 생성). 이 중 유일하게 노동자에게 확실하게 이득이되는건 마지막, 새로운 업무 창출뿐입니다.
문제는 지금 기업들이 쏟아붓는 수천억 달러가 압도적으로 자동화와 전문성 평준화에 집중돼 있다는 겁니다. 새로운 업무 창출이 아니라 기존 업무 제거구요. AI 생태계 안에서 생기는 새 역할(LLM 안전 연구자, 프롬프트 엔지니어, 하이퍼스케일 하드웨어 설계자)은 초전문적인 엘리트 기술을 요구해서, 대체되는 수백만 명의 중간 숙련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흡수할 수가 없습니다.
이 결과로 나타나는 게 경제학자들이 바벨 경제라고 부르는 구조입니다. 아령 양쪽 끝처럼, 한쪽에는 소수의 고임금 AI 엘리트가, 반대쪽에는 AI가 아직 대체하지 못하는 저임금 대면 서비스직이 늘어납니다. 가운데, 그러니까 중산층의 안정적인 화이트칼라 직업은 구조적으로 비어가는 거죠.
1인 유니콘은 환상
반론으로 자주 나오는 게 "AI가 누구나 창업자가 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샘 알트먼이 말한 미래의 스타트업은 한 사람과 GPU 1만 대라는 비전이죠. AI 에이전트가 마케팅, 고객 서비스, 코딩, 재무 관리를 전부 해주면 한 명이 10억 달러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인데, 경제학의 완전경쟁 이론을 적용하면 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사실 AI 도구가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디자인, 운영을 전부 범용화 해버리면, 창업의 진입 장벽이 0에 수렴합니다. 수백만 명의 1인 창업자가 동일한 AI 도구로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면, 완전경쟁 상태에서 이윤은 한계비용(AI 추론 비용)까지 떨어집니다. 실업자가 빈곤한 창업자로 재분류될 뿐, 경제적 실체는 바뀌지 않는 거죠. 수익은 수백만 명의 1인 창업자에게 가는 게 아니라, 그들이 돈을 내고 쓰는 컴퓨팅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소유한 회사들에게 올라갑니다.
우리가 보여줬다
재밌는건 이런 담론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또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는거죠. 10년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수저계급론이 있었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가 있었고, 이런 경직된 경제에서 경제적 이동성이 사라지면 청년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헬조선이라는 단어 기억나나요? 2026년은? 쉬었음입니다. 경제적 기반이 없으면 사회 참여 자체를 포기하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앵거스 디턴과 앤 케이스가 절망사(Deaths of Despair)라는 개념으로 같은 현상을 기록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 학위 없는 백인 성인의 사망률이 자살, 약물 과다복용,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급등한 건데, 원인은 세계화와 자동화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체계적으로 파괴한 겁니다. AI가 만드는 중산층 공동화가 현실이 되면, 이 절망의 패턴이 대학 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노동자 계층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S&P 500이 답일까
AI에 일자리를 빼앗기기 전에 AI 회사 주식을 사면 되지 않냐고 말하기도 하죠. S&P 500 인덱스 펀드를 사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셈이니까, 노동소득을 자본소득으로 전환하라는 거죠.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이것도 또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현재 S&P 500에서 AI 및 AI 인접 종목이 약 45%를 차지합니다. 분산 투자가 아니라 AI 테마에 대한 집중 베팅인 거죠. AI가 성공해서 대규모 노동 대체가 일어나면? 나머지 55%(소비재, 부동산, 헬스케어)가 무너집니다. 실업자가 된 수백만 명이 소비를 줄이니까요. AI가 실패하면? 45%를 차지하는 AI 종목이 폭락합니다. 어느 쪽이든 적은 포트폴리오를 긁어모은 노동자의 자본소득은 잃어버린 노동소득을 대체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솔직히 이런 변화와 담론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이 개념이 과장일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명은 항상 파괴보다 더 많은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왔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가 다릅니다. 과거 산업혁명은 육체 노동을 자동화하면서 인지 노동의 수요를 만들어냈는데, AI는 인지 노동 자체를 자동화합니다. 대체된 노동자가 올라갈 다음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핵심적인 차이이죠.
누군가들은 이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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