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자율주행차가 그랬듯 드론 배송도 오랫동안 곧 된다는 얘기만 반복되던 분야였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60분(60 Minutes)에 나와 드론 배송 시제품을 보여준 게 2013년이니 13년이 지났죠.
그런데 약속이라도 한듯 이번에 관련 발표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아마존
아마존이 수요일에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2026년 말까지 미국 500개 가까운 도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 규모의 여섯 배죠. 현재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캔자스, 루이지애나, 미시간, 네브래스카, 텍사스 7개 주 10개 대도시권에 11개 거점이 있습니다. 곧 시카고, 시러큐스, 클리블랜드, 애틀랜타, 보이시가 추가됩니다.
조건은 5파운드(약 2.3킬로그램) 이하 물건만 되는데, 아마존은 이게 가장 자주 팔리는 품목의 60% 이상을 커버한다고 합니다. 빠르면 30분, 보통은 한 시간쯤 걸립니다. 프라임 회원은 50달러 이상 주문이면 무료, 그 아래는 2.99달러, 비회원은 4.99달러죠.
그런데 500이라는 숫자를 측정하는 방식을 보면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데요. 프라임 에어 거점 하나가 반경으로 약 175제곱마일을 담당하는데, 아마존은 그 원 안에 들어가는 모든 지자체를 숫자에 넣습니다. 드론 기지 500개가 생긴다는 얘기가 아니라 거점 몇 개를 늘리면서 그 안에 들어오는 마을을 다 센 결과라는 뜻입니다.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올해 이미 수십만 건을 배송했고 매일 수천 건이 나가고 있습니다. 프라임 에어 부문장 데이비드 카본(David Carbon)이 지난 3월 사내 회의에서 올해 100만 건을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죠. 아마존 CEO 앤디 재시(Andy Jassy)는 주주 서한에서 연말까지 3,000만 명이 사는 지역, 2030년까지 연 5억 개를 내걸었습니다.
사고 이력도 같이 볼까요? 2025년 초에 두 달간 전국 운항이 중단됐고, 10월에 애리조나 톨레슨에서 드론 두 대가 크레인 붐에 부딪혔고, 11월에는 웨이코에서 인터넷 케이블을 끊었습니다. 아파트 건물에 추락한 적도 있고 영국에서는 별도 조사가 진행 중이죠. 이번 확대 대상에 톨레슨이 다시 포함됐다는 게 눈에 띕니다.
우버
또 월요일에는 우버가 집라인(Zipline)과 손잡고 전략적 투자까지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목표가 상당히 큰데, 2029년 말까지 하루 100만 건 배송입니다. 연내에 댈러스-포트워스와 휴스턴에서 우버이츠 주문을 집라인 드론으로 받기 시작합니다.

집라인은 르완다에서 의료품을 나르며 시작한 회사입니다(한번 다룬 바 있죠). 지금까지 270만 건 넘게 배송했고 자율 비행 거리가 1억 3,500만 마일을 넘습니다. 4개 대륙에서 20초에 한 번씩 배송이 나가고 병원 5,000곳 이상을 담당하죠. 올해 1월에 76억 달러 밸류로 6억 달러 넘게 조달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100만 건이라는 목표를 지금 실적과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집라인의 현재 처리량이 하루 4,320건입니다. 231배를 늘려야 하는 숫자죠.
그리고 이번 제휴에서 실질적으로 바뀌는 건 유통 방식입니다. 지금까지는 집라인 드론으로 받으려면 집라인 앱을 따로 깔아야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다른 회사 앱에 통합됩니다. 우버이츠에서 결제할 때 배송 옵션으로 드론이 뜨는 방식이죠.

우버는 또 중개자
여기서 회사마다 접근이 다르다는걸 알 수 있는데요.
아마존은 드론을 직접 만들고 직접 띄웁니다. 도어대시도 같은 길을 골랐는데, 지난달 도어대시 에어(DoorDash Air)를 공개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한다고 밝혔죠. 인도 로봇 닷(Dot)을 직접 만든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우버는 반대입니다. 자기가 만들지 않고 남의 드론을 자기 플랫폼에 올립니다. 이미 플라이트렉스(Flytrex)와 댈러스에서 배송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아일랜드 만나(Manna)와 협업 중이고, 여기에 집라인이 추가됐습니다. 우버는 모빌리티·배송·화물을 합쳐 자율주행 파트너를 30곳 넘게 두고 있죠.
우버가 포스트메이츠를 인수한 뒤 서브 로보틱스(Serve Robotics)를 분사시키고 최근 지분까지 정리한 것도 같은 방식입니다. 기술은 남이 만들고 우버는 수요를 모으는 판을 깔겠다는 구조인데, 로보택시에서 쓰는 방식을 그대로 옮긴 셈입니다.
병목은?
자율주행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계획에서 실제로 발목을 잡는 건 기술이 아니라 규제입니다. 특히 BVLOS라는 조건이 그렇습니다.
BVLOS는 조종사 시야 밖 비행(Beyond Visual Line of Sight)을 뜻합니다. 이 승인이 없으면 드론 한 대가 날 때마다 사람이 눈으로 지켜봐야 하죠. 그러면 배송 한 건당 인건비가 붙으니 규모를 키울수록 손해가 납니다.
집라인은 댈러스-포트워스에서 BVLOS 면제를 받아뒀습니다. 미국 주거 지역 상공 상업 배송으로는 초기 승인 사례에 속하죠. 드론 배송용 공역 관리 시스템으로는 연방항공청(FAA) 최초 승인이라고 회사가 밝히고 있습니다.
반면 도어대시는 7월 29일에 파트 135 항공운송사업자 인증을 받았지만 아직 특정 지역 BVLOS 승인은 없습니다. 초기 운항에 사람이 따라붙어야 한다는 뜻이라 지역 범위와 채산성이 다 제한됩니다. 아마존은 파트 135 인증에 시야 밖 비행 면제까지 확보한 상태입니다.
결국 500개 도시니 하루 100만 건이니 하는 숫자들이 FAA가 승인을 얼마나 풀어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이 실제로 확보 되는지는 아일랜드 회사 만나 사례가 참고가 됩니다.
만나는 7월 초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미국 영업을 시작하면서 이 도시를 제조 거점이자 고객 지원 본부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12개월간 운영 인력을 200~300명으로 늘리고, 미국 내 다른 6개 도시를 검토 중이며 순조로우면 2027년 말부터 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만나 CEO 보비 힐리(Bobby Healy)는 자기 회사를 저가 항공사에 비유했는데요. 미국에서 도로 배송은 기사 인건비만 주문당 10달러쯤 듭니다. 만나는 이걸 전기료 몇 센트로 처리하죠. 드론이 시속 50~60마일로 직선 비행해서 3분 안에 배송하고 60초 안에 재출발합니다. 항공기 한 대가 시간당 8건을 처리하는데 업계 평균이 1.2건입니다.
만나는 비행 한 건마다 이익이 나는 유일한 드론 배송 회사로 꼽힙니다. 지난 4월 캐시 우드의 ARK 인베스트가 참여한 시리즈 B로 5,000만 달러를 받아 총 조달액이 1억 1,000만 달러가 됐습니다.
변곡점일까
아마존과 도어대시는 직접 만들고, 우버와 월마트는 남의 드론을 올리고, 집라인과 만나와 플라이트렉스와 윙(Wing)은 그 드론을 만듭니다. 월마트는 윙과의 제휴를 2027년까지 270개 매장으로 늘려 4,000만 명을 덮겠다고 했고, 윙은 이미 상업 배송 100만 건을 넘겼습니다.
드론 배송이 특정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한 구경거리에서 전국 어디서나 고를 수 있는 선택지로 넘어가는 국면인 건 맞아 보입니다. 내년 말쯤이면 인도로 음식을 실어 나르는 바퀴 달린 로봇만큼이나 심심한 존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다만 그 전에 답이 나와야 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FAA가 시야 밖 비행 승인을 얼마나 빨리 풀어주느냐, 그리고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정원 위로 내려오는 기계를 실제로 반기느냐.
집라인이 자기 드론의 조용함과 정밀함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걸 보면,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애물이 기술이 아니라는 걸 회사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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