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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생산 변곡점?

2026.05.04 | 조회 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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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ce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4개월 전까지 피규어 AI(Figure AI)는 하루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한 대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한 시간에 한 대를 만듭니다. 24배. 일주일에 55대를 찍어내겠다고 발표했죠.

이게 왜 중요한 숫자일까요? 로봇 한 대의 성능이 갑자기 24배 좋아진 건 아닙니다. 사실 중요한 건 다른 데 있습니다.

출처: Figure AI
출처: Figure AI

GPT는 인터넷에 있는 글과 그림을 학습 데이터로 쓸 수 있었습니다. 인류가 쌓아놓은 텍스트가 이미 디지털로 존재했으니까요. 로봇은 이런 행운이 없습니다. 물건을 잡았을 때의 무게감, 미끄러운 표면에서 균형을 잃는 느낌, 부드러운 물체와 딱딱한 물체의 차이. 이런 건 아무리 많은 글을 읽어도 알 수 없습니다. 직접 부딪히고, 잡고, 넘어져봐야 합니다.

로봇이 인간 수준의 물리적 직관을 갖추려면 필요한 현실 세계 경험 데이터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로봇을 많이 만드는 것 자체가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됩니다. 로봇 한 대가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면 그날의 모든 움직임, 실수, 성공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중앙 서버에서 AI 모델을 업데이트하는 데 쓰이거든요. 로봇이 100대면 100배의 데이터, 1만 대면 1만 배의 데이터입니다.

피규어가 생산 속도를 24배로 끌어올리게 된건 그럼 이제 로봇 24대를 더 팔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AI 학습 데이터를 24배 빠르게 모으겠다는 이야기인 겁니다.

출처: Figure AI
출처: Figure AI

생산 속도가 곧 AI 능력의 속도가 되는 구조죠.

공장, 거실

이 로봇들이 어디로 가느냐를 보면 시장의 갈림길이 보입니다.

피규어 AI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조립 라인에 로봇을 보내고 있습니다(실도입은 아니고 테스트지만). 피규어 03의 목표 가격은 약 5만 달러인데, 미국에서 저숙련 공장 노동자 한 명의 연간 비용이 임금과 복리후생 합쳐서 약 6만 5,000달러입니다. 거의 비슷한 돈인데, 로봇은 3교대를 돌릴 수 있으니 사실상 사람 세 명 몫이 되죠.

반면 노르웨이계 미국 회사 1X 테크놀로지스는 아예 다른 곳을 노리고 있습니다. 가정이죠. 이 회사가 만든 NEO라는 로봇은 키 165cm에 무게 30kg으로 사람보다 가볍습니다. 관절이 전부 밀폐돼 있어서 아이 손가락이 끼일 위험이 없고,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딱딱한 기어 모터 대신 인간의 힘줄을 모방한 부드러운 모터를 씁니다. 거실에서 사람과 부딪혀도 멍이 드는 대신 로봇이 물러나는거죠.

출처: 1x Technologies
출처: 1x Technologies

가격은 2만 달러, 또는 월 499달러 구독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이 가격으로 사전 예약을 열었더니 5일 만에 1만 대가 찼죠. 모두 일시불로 전환되면 2억 달러의 매출 파이프라인인데, 이 예약금이 석 달 만에 5만 8,000평방피트 공장을 세우는 자금줄이 된겁니다. 소비자 가정용 휴머노이드에 대한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예약 숫자로 증명한 것이죠.

사실 이 두 방향은 물리적으로 양립이 안 됩니다. 자동차 부품을 들어 올리려면 50kg 이상에 강한 토크가 필요하고, 거실에서 사람과 함께 지내려면 가볍고 부드러워야 합니다. 산업용 로봇을 거실에 넣거나, 가정용 로봇에게 용접을 시키려는 시도는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죠.

중국

미국 회사들이 AI 모델 연구와 소비자 브랜드에서 앞서가는 동안, 사실 제조 쪽에서 가장 파괴적인 일을 벌이고 있는 건 중국입니다. 상하이의 아지봇(AgiBot)이 3월에 누적 생산 1만 대를 넘겼는데, 이 숫자까지 도달한 궤적이 좀 놀랍습니다. 첫 1,000대를 만드는 데 거의 2년이 걸렸는데요. 1,000대에서 5,000대까지는 약 1년이 걸렸고요. 그런데 5,000대에서 1만 대까지는 고작 3개월이었습니다. 생산이 가속되는 곡선이 지수적으로 가팔라지고 있는 거죠.

중국 로봇들은 가격도 상식 밖이긴합니다. 유니트리(Unitree)라는 항저우 회사가 만든 G1은 풀스펙 휴머노이드인데 가격이 1만 3,500달러입니다. 교육이나 개발용 R1은 4,900달러이고요. 항저우에서 부품 원가 약 8,000달러로 만들어서 미국에 1만 3,500달러에 팔면, 그 로봇이 대체하는 인간 노동 비용 연 6만 5,000달러 대비 몇 달이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겁니다. 작년 9월까지 중국 로봇 업계에 들어간 투자가 610건, 총 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0% 증가했는데요. 국가 차원에서 밀고 있다는 뜻이죠.

테슬라는?

물론 가장 유명한건 테슬라 옵티머스가 맞습니다. 테슬라는 아예 다른 규모로 접근하고 있고요.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 S와 모델 X의 생산을 공식 종료시키면서 라인을 완전히 해체하기 시작했고, 머스크는 4개월 안에 옵티머스(Optimus) 로봇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프리몬트는 시작일 뿐입니다. 텍사스 기가팩토리 옆에 500만 평방피트 이상의 옵티머스 전용 공장을 짓고 있는데, 투자 규모가 50억~100억 달러로 추정되고 궁극적인 목표 생산량은 연간 1,000만 대입니다. 이 공장 바로 옆에 H100 환산 23만 개 이상의 GPU로 구성된 AI 학습 클러스터가 있습니다. 공장에서 로봇이 만들어지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아 옆 건물에서 AI를 학습시키고, 업데이트된 AI를 다시 로봇에 넣는 순환 구조를 물리적으로 한 캠퍼스 안에 구현하겠다는 거죠. (옵티머스의 목표 소매가는 2만~3만 달러0

다만 머스크도 솔직하게 인정한 게 있습니다. 옵티머스는 부품이 1만 개가 넘는데, 이 부품들 중 자동차급 대량 생산을 거쳐본 게 하나도 없다고요. 초기 생산은 꽤 느리고 예측 불가능할 것이라죠.

결국 누가 이기나

이제 보면 하드웨어는 빠르게 범용화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산하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대당 약 20만 달러인데, 유니트리의 G1이 1만 3,500달러로 비슷한 기본 기능을 제공합니다. 가격 격차가 15배인 거죠.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소프트웨어, 구체적으로는 로봇이 보고(Vision), 듣고(Language), 움직이는(Action) 걸 통합 학습하는 VLA 모델이 됩니다.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하면서 시범을 보여주면, 로봇이 그 시범을 모방해서 스스로 같은 작업을 해내도록 학습하는 방식인데, 올해 신규 상업 배포의 40%가 이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18개월 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이죠.

흥미로운 지점도 있는데, 이 VLA 모델의 파라미터 수를 키우다 보면 약 70억 개 지점에서 갑자기 행동이 바뀝니다. 파라미터가 70억개 미만일때는 학습 데이터를 달달 외울 뿐 새로운 상황에 대응을 못하는데, 70억 개를 넘어가면 마치 스위치가 켜지듯 일반화 능력이 풀리면서, 데이터와 컴퓨팅을 넣을수록 예측 가능하게 성능이 올라갑니다. 언어 모델에서 관찰되던 스케일링 법칙이 로봇에서도 작동한다는 게 실증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결국 로봇을 가장 많이 만들어서 가장 많은 곳에 배치한 회사가 가장 많은 현실 세계 데이터를 모으고, 결국 가장 뛰어난 AI를 갖게 된다는겁니다. 미국이 AI 연구와 벤처 자본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이 제조 물량과 가격에서 압도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데이터에서 밀릴 수 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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