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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하면 대표적으로 오더블(Audible)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오더블은 12~15시간짜리 완결된 책 한 권을 크레딧 하나로 듣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오디오 앱 중 하나는 이 모델과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인도 벵갈루루와 LA에 본사를 둔 포켓FM(Pocket FM)은 8~15분짜리 클리프행어 오디오 에피소드를 하루에 하나씩 풀고, 다음 화를 듣고 싶으면 코인을 결제하는 구조입니다. 히트작 인스타 밀리어네어(Insta Millionaire)는 1,440에피소드(약 360시간), 세이빙 노라(Saving Nora)는 1,884에피소드입니다. 팟캐스트도, 오디오북도, 라디오 드라마도 아닌 겁니다. 카카오웹툰에서 적용했던 '기다리면 무료' 모델과, 릴숏(ReelShort)이 숏드라마에 적용한 코인 잠금 해제 모델을 오디오에 이식한 거죠.
그리고 이 회사가 미국에서 1억 달러 이상의 마이크로트랜잭션 매출을 달성한 유일한 시리얼 오디오 앱입니다. 창업자 로한 나야크는 2026년 4월 ARR이 4억 달러를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죠.

오디오북이 아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수익화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팟캐스트는 무료이고 CPM 광고로 먹고삽니다. 오디오북은 연 108~275달러짜리 구독으로 ARPU가 제한되죠. 포켓FM은 둘 다 아닙니다. F2P(무료 플레이) 콘텐츠 플라이휠인 겁니다. 이론적으로 한 시리즈에 수백~수천 달러를 쓸 수 있고, 안 듣히는 에피소드는 레브쉐어(수익 배분)라 플랫폼 비용이 거의 안 듭니다. FY24 매출의 88.8%가 마이크로트랜잭션, 11.2%가 광고였죠.
핵심은 이겁니다. 포켓FM의 경쟁 시장은 22억 달러 규모의 (미국)오디오북 시장이 아닙니다. 릴숏, 드라마박스(DramaBox), 드리미(Dreame), 굿노벨(GoodNovel), 그리고 모바일 F2P 게임이 싸우고 있는 수십억 달러짜리 어텐션/인앱결제(IAP) 시장이 본 무대인 거죠. 실제로 릴숏과 드라마박스는 2025년 합산 약 15억 달러의 미국 소비자 지출을 기록했는데, 거의 동일한 코인 메카닉을 쓰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먼저 된 이유
포켓FM이 인도에서 먼저 작동한 건 다섯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약 5억 명의 인도어 인터넷 사용자 중 73%가 영어가 아닌 언어를 주로 씁니다. 넷플릭스나 오더블이 건드리지 못한 수요죠. 높은 인도의 문맹률에서 약 3억 명의 성인에게 오디오가 유일한 서사 매체라는 뜻이기도 하죠. 2억 명의 이륜차 통근자와 가사노동(손과 눈이 바쁜)자에게 소구되는 틈새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40년간 이어져 온 인도의 연속극 문화가 수천 에피소드 소비에 대한 면역력을 만들어놨죠.
인도 경쟁 구도는 포켓FM과 쿠쿠FM(Kuku FM)의 양강 체제로 정리됐습니다. 차이는 확실한데요. 포켓FM은 대중 장르소설(신화, 로맨스, 스릴러)에 코인 과금, 쿠쿠FM은 자기계발/인포테인먼트에 연간 구독 모델이죠. 아마존의 인도 무료 오디오 서비스 오더블 수노(Audible Suno)는 2022년 초 조용히 접었고, 스토리텔 인도는 모회사가 비핵심으로 분류했습니다.
경쟁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판이 깨끗해진 셈이죠.

미국
하지만 의외일 수 있지만 사실 미국이 포켓FM의 최대 시장입니다. 2023년부터 미국이 최대 매출국이 됐고, FY24 기준 글로벌 매출의 약 70%(마이크로트랜잭션만 8,800만 달러 이상)가 미국에서 나옵니다. LA 사무실이 2025년 실질적 본사로 격상됐고, 미국 리스너의 70% 이상이 인도 디아스포라가 아닌 일반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미국 콘텐츠는 영어 오리지널 제작물로, 장르가 좀 독특합니다. 알파/늑대인간/운명의 짝 초자연 로맨스, 억만장자/CEO 로맨스, 복수극, 릿RPG/수련 판타지 같은 것들이죠. 유저 획득(UA)은 틱톡, 메타, 유튜브 유료 퍼포먼스에 집중되어 있고,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100%가 AI로 생성된다고 합니다. 제작 시간 50%, 비용 80% 절감에 CTR은 20~30% 개선이라는데, 실제 월간 UA 지출은 비공개죠. 릴숏이나 드라마박스 같은 동종 업체들이 매출의 30~70%를 유료 UA에 쓰는 걸 감안하면, 포켓FM의 유닛 이코노믹도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겁니다.
AI 콘텐츠 머신?
포켓FM의 콘텐츠 파이프라인 숫자는 이렇습니다. 30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월 8만 시간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누적 카탈로그는 약 42만 5,000시간, 7만 5,000개 시리즈입니다. 크리에이터의 90%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고, 글쓰기 플랫폼 포켓 노벨(Pocket Novel)을 통해 유입됩니다. 소설이 약 1만 5,000단어를 넘기면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죠.
더 중요한 이야기는 AI 레이어입니다. 일레븐랩스(ElevenLabs)와의 파트너십(2024년 6월)으로 50개의 AI 음성을 제공받아 오디오 제작 비용을 최대 90% 절감하고 있고, AI 글쓰기 도구 포켓 코파일럿은 작가 생산성을 50%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독일 시장에서는 일부 타이틀에서 AI가 인간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쓰고 있다고 하죠. AI 생성 시리즈는 4만 개를 넘겼고, FY24에 25크로르(약 300만 달러), 2025년 중반 기준 ARR 1,2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 재생 시간의 약 10%를 차지합니다.
다만 여기서 객관적이 될 필요는 있습니다.
ARR 4억 달러라는건 창업자가 링크드인에 올린 자기 보고 수치이지, 감사받은 매출이 아닙니다. 인도 감사 기록을 보면 FY24 글로벌 매출은 약 1억 2,700만 달러, FY25는 약 2억 1,000만 달러입니다. 4억 달러 ARR이 되려면 월 매출 약 3,600만 달러가 지속되어야 하는데, FY25 감사 매출과는 괴리가 있죠. 코인 매출의 이연 인식이나 신규시장 성장분이 있을 수 있지만, FY26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할인해서 봐야 합니다.
EBITDA 흑자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감사받은 FY24 손실은 약 2,000만 달러였죠. 2024년 7월~2025년 1월 사이 세 차례 구조조정으로 총 325명 이상을 내보냈는데(미국 계약 작가 200명 포함), 유닛 이코노믹을 풀어낸 회사의 행보라기엔 어색합니다. 아부다비 투자청(ADIA) 주도의 유니콘 라운드 시도도 목표 미달과 높은 번율, 미국 계약자 소송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확인 밸류에이션은 2024년 3월의 7.5억 달러에서 움직이지 않았죠.
래디시, 네웹이 못한 것
그럼에도 포켓FM이 해낸 걸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시리얼 오디오 마이크로트랜잭션으로 1억 달러를 넘긴 건 이 회사뿐이거든요. 래디쉬(카카오가 4.4억 달러에 인수 후 2025년 12월 종료), 킨들 벨라(Kindle Vella, 종료), 왓패드 유료 스토리(방향 전환)는 모두 텍스트 기반에서 실패한 사례라 오디오 포맷의 차이가 결과를 갈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드라마타이즈된 오디오가 숏폼 비디오의 감정적 대역폭과 텍스트의 서사 깊이 사이에 위치한다는 포켓FM의 베팅에 2년치 매출 데이터가 쌓이긴 했지만, 아직 확정적으로 증명된 건 아닙니다.
결국 이 회사의 가치를 가르는 변수는 품질 붕괴, FTC 조치, 앱스토어 정책 변경 없이 ARR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겠죠. 상장 비교 기업들의 멀티플을 보면 웹툰 엔터테인먼트(WBTN)가 매출의 0.81배, 스토리텔이 1.5~1.7배에 거래되고 있어서, 사적 시장의 기대치와는 온도 차가 상당하죠.
코인 모델 자체는 독점도 아니고, 콘텐츠 라이브러리는 커머디티 수준의 장르물입니다. 카테고리를 선점한 자산이라는 건 맞지만, 그 취약성이 제대로 가격에 반영됐는지는 다른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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