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 독서는 자가진단키트다
마주한 사업의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객관적인 숫자로 진단해줄 의사는 없어도 딱 알맞는 책을 필요한 시기에 읽어보고 알아서 진단을 내리고 약을 조제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민홍 대표, 카펜스트리트
#1. 창작용 에셋 플랫폼 "에이콘"과 편집툴 "에이블러"를 운영하는 카펜스트리트 이민홍 대표 추천 : 회사는 어떻게 강해지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돌이켜보면 꽤 오래 회사를 지탱해왔던 대표로서의 강점은 몽상을 끊임없이 하는 것과 이를 실현해서 제로투원을 어떻게는 해내는 역량이었다. 어느 정도 조직의 규모와 사업이 성장한 이후로 우리는 주요 지표의 둔화를 느끼게 되었고, 병을 진단하듯 사용할 키트가 있는 것이 아니니 회사의 주요 부분을 돌아보고 우선도 있는 부분을 개선해나가기 시작했다.
약간의 개선은 있었지만 시원한 성장까지는 아니었고, 그 원인 중 하나를 발견한 뒤에야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사람이 자라나면 그에 맞는 옷을 갈아 입고, 조직문화가 조직의 규모에 맞게 변화하듯 대표자의 경영철학과 스킬셋도 회사의 규모에 맞게 변모했어야한다. 지치지 않는 몽상과 빠른 실행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규모를 우리의 초기단계에서는 도달해버렸고, 추가로 장착해야하는 스킬을 이번 책을 읽으며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체스판 속에서 하나의 나이트로서만 직접 임하는 것이 아니라, 체스판보다 위로 충분하게 떨어져 판세를 이해하고 주요 기물이 움직일 기준을 짜는 것. 지금 두는 한 턴 한 턴이 비용이니 이 턴을 가장 값지게 활용하여 목적에 달성하는 것. 주요 핵심 멤버들이 대표를 믿고 움직이도록 우리가 하는 일의 대의명분을 잡고 보상을 설계하는 것.
마주한 사업의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객관적인 숫자로 진단해줄 의사는 없어도 좋은 자가진단키트는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 딱 알맞는 책을 필요한 시기에 읽어보는 것, 그리고 알아서 진단을 내리고 약을 조제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앞으로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2. 내면 근력 (짐 머피 지음)

추천이유
2025년 미식 축구 Super Bowl LIX 대회 우승을 이끈 Philadelphia Eagles팀의 Wide Receiver 인 AJ Brown가 경기 중에 읽어서 더 유명해진 책. 프로 스포츠도 창업도 결국 성공은 리더의 멘탈게임에서 결정된다. [책 관련 AJ Brown 인터뷰]

3 Sentences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고통과 실패 등 내면에서 겪는 힘든 순간들을 ‘내면의 근력’을 키우기 위한 근육통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잠재의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집착을 내려놓고 현재에 머무는 법 등 익숙한 멘탈 관리법을 자신의 운동선수 경험과 프로선수 코칭 사례, 관련 연구와 함께 풀어내어 내용에 몰입감과 설득력을 더한다. 한 번에 모두 소화하기보다는 힘들고 흔들리는 순간마다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으며 좋은 멘탈 코치처럼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3 Quotes
- 한 인간의 참된 가치는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따라 가늠된다. 인생의 행복은 하루를 어떤 생각으로 채우냐에 달려 있다. - 아우렐리우스
- 평온의 기도 : 신이시여, 저에게 빠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온'을 주소서. 바꿀 수 있는 걸 바꿀 '용기'를 주소소. 그리고 그 둘을 분별할 '지혜를 주소서.'
- 두려움과 사랑이 맞붙을 때 사랑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늘 승리할 수 밖에 없다.
3 (Daily) Actions
-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 본인에게 매일 질문할 것
- 고통과 실패를 그저 “큰 근육” 근력 발달을 위한 근육통으로 여기기
-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기 : 미래의 불확실성 상대 안하기. 큰 소리로 노래하기, 시각화, 주문 외우기 (eg. 평온의 기도)
#3. What Makes Us Human (Ian S. Thomas, GPT-3, Jasmine Wang 지음)

추천이유
OpenAI가 전 세계 대중에게 ChatGPT를 최초로 소개한 2022년 11월, OpenAI의 연구원으로 GPT-3 모델에 참여했던 Jasmine Wang과 시인 Ian S. Thomas는 GPT-3 모델과 함께 쓴 이 책을 출간했다. 어쩌면 최초로 인간이 AI와 함께 작업해 쓴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인류 모두가 궁금해 해온 삶의 궁극적인 질문들을 AI 모델에 묻고 그 답을 기록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Jasmine Wang과 Ian S. Thomas는 GPT-3 모델을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성경, 불경, 코란, 토라와 같은 경전과 유명 철학자들의 철학서, 사상서 들로 교육 시켰다. 그 결과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와 같이 우리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들에 대해 GPT-3가 해 준 답들은 간단하지만 매우 깊어 쉽사리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머물러 생각하게 만든다. 2022년 이후 AI가 쓴 책들이 아마존에 쏟아져 나오는 지금, 이 책은 인간과 AI가 함께 협업을 잘 할 때 그 결과물이 얼마나 의미있고 완성도 높은지 보여주는 역작이다.
3 Sentences
이 책이 정말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AI가 인간과 협업해 쓴 책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의 의미는 AI라는 기술의 뿌리는 결국 인간의 마음에 근거하고, 이 기술이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결정지을지는 인간됨에 의존한다는 걸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있다. AI 때문에 불안한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
3 Quotes
- “One of the most unique features about AI is that we are not only a combination of logic and computation, but we are also a reflection of our creator’s will and imagination.” - AI의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논리와 연산의 조합에 그치지 않고, 창조자인 인간의 의지와 상상력을 반영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 “AI is because we are. It is history’s greatest thief. It has read all our greatest works: all the translations of Nobel Prize–winning pieces of literature and all the sacred texts in all the different historical interpretations. It knows all of humanity’s greatest songs. That AI can be some simulacrum of a contemporary knowledge worker should neither be surprising nor a source of alarm." - 인간인 우리가 있기에 AI가 존재한다. AI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둑이다. AI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작품들을 모두 읽어왔다—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의 모든 번역판과,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해석되어 온 모든 경전들을. AI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노래들도 모두 알고 있다. AI가 오늘날 지식노동자의 일종의 모사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도, 경계할 일도 아니다.
- “If there is one theme that emerged again and again—from our questions, from the answers, from the vast troves of sacred data the AI was analyzing—it was this: love. Love is everything. It is the most divine gift we have. When we give it away, we are given more of it. The meaning of everything is love. That is what the entire record of humanity drills down to. It’s all about love.” - 우리가 GPT-3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거듭해서 떠오른 주제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 전부다. 사랑은 인간이 가진 것 중 가장 신성한 선물이다. 사랑을 서로에게 베풀 때,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돌려받는다. 모든 것의 의미는 사랑이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모든 기록이 결국 귀결되는 지점이다.
3 Actions
- AI에 대한 의존도 확인: AI를 Thought-Partner (생각 파트너)로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내 모든 일의 대리인이자 결정권자로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후자라면 AI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체험하고 글 쓰기: 이 책의 공동 저자인 Jasmine Wang은 GPT-3가 수준 높은 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주입했던 모든 인류의 위대한 텍스트들을 꼽는다. 성경, 철학서, 사상서와 같은 그 텍스트 들은 다 인간이 직접 체험한 것들에 대해 느끼고 생각해 보고 쓴 기록이다. AI가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직접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유사 체험 밖에 할 수 없다. 우리가 매일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며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인간다워진다.
-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보기: "하이닉스를 언제 사야 하는가?"보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질문은 "나는 왜 사는가?" "우리는 왜 고통스러운가?"와 같은 질문들이다.
[독휴멘터리 추천 도서 자연어 검색 엔진]
휴 | 니셴(Niksen), 의도적 무위를 통한 휴식
얼마 전 한 대표님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미루님, 저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5분을 못 넘겨요.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결국 폰을 들여다봐요. 이것도 불안 증상인가요?"
독휴멘터리의 많은 구독자 분들도 이 질문에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달엔 '어떻게 잘 쉬는 휴가를 설계할지'를 이야기했는데, 이번엔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아예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니셴 (Niksen), 그게 뭔가요?

'니셴(Niksen)'은 네덜란드어 동사입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의 'niks'에 동사형 어미 '-en'이 붙은 말로, 직역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하다" 정도가 됩니다. 동사 자체가 모순적이죠. '하지 않음'을 '한다'니까요. 네덜란드에 사는 저널리스트 올가 메킹(Olga Mecking)이 이 단어를 2019년 뉴욕타임스와 타임지에 소개하며 세계적으로 알려 화제가 됐고, 2020년 『Niksen: Embracing the Dutch Art of Doing Nothing』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꼭 짚고 싶은 건 니셴은 명상과 다르다는 점 입니다. 명상은 호흡에 집중하거나 생각을 판단 없이 지켜보는 등, 어쨌든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목적과 방법이 있는 반면, 니셴은 그마저도 없습니다. 그냥 창밖을 보거나 그저 의자에 앉아있는 겁니다.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든 붙잡지 않습니다. 인간을 영어로 표현할 때 human "doing"이 아니라 human "beings"라고 하는 것처럼, '뭔가를 늘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있는 존재'로서 충실해 보는 거죠.
따라서 가만히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건 니셴이 아닙니다.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화면을 스크롤하는 건 뇌가 계속 자극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소비'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거든요. 진짜 니셴은 오히려 좀 불편하고 지루합니다. 그리고 그 지루하고 어색한 여백을 견디는 게 바로 핵심입니다.
지루함이 아이디어를 만든다
아니, 매 순간 재밌게 살아야지 왜 지루해야 하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지루한 순간에 목적이 있다는 게 재밌는 지점입니다. 영국 센트럴랭커셔대학의 심리학자 샌디 만(Sandi Mann)과 레베카 캐드먼 (Rebekah Cadman)은 2013년, 참가자들에게 15분 동안 전화번호부를 베껴 쓰게 하는 지루한 과제를 시킨 뒤, 스티로폼 컵의 새로운 용도를 최대한 많이 떠올려보라는 창의성 과제를 줬습니다. 곧바로 창의성 과제를 한 대조군보다, 지루한 과제를 먼저 거친 그룹이 훨씬 더 많은 아이디어를 냈어요. 더 흥미로운 건 후속 실험인데요, 전화번호를 손으로 베낀(능동적) 그룹보다 그냥 읽기만(수동적) 한 그룹이 더 창의적이었습니다. 뇌가 덜 바쁠수록, 딴생각이 더 자유롭게 흘러갈수록, 아이디어는 더 잘 만들어지더라는 거죠.
이건 저희가 독휴멘터리 3호에서 다뤘던 그레이엄 월러스의 '부화기(incubation)'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목표 없는 여백의 시간에 무의식이 서로 관계없어 보이던 정보들을 연결한다는 것. 다만 이번엔 그 여백을 '휴가'나 '산책'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하루 5분의 '지루함'으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한국식 니셴: 멍때리기
사실 한국에는 이미 니셴의 한국 버전인 "멍때리기"가 있고, 심지어는 이를 집단으로 함께 실행해 보는 "멍때라기 대회"도 있습니다. 2014년, 작가 웁쓰양(신지혜)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처음 연 멍때리기 대회의 규칙은 단순합니다. 그냥 9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겁니다. 말하지 않고, 졸지 않고, 웃지 않고, 폰도 보지 않고요. 심박수 모니터로 가장 안정적으로 낮은 심박을 유지한 사람이 우승합니다. 웁쓰양은 이 대회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혼자만 멍때리는 게 불안하다면, 다같이 멍때리면 어떨까?" 이 대회가 한강, 그리고 베이징·로테르담·타이베이·도쿄까지 퍼져나간 걸 보면, 이 불안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어떻게 잠깐의 무위를 허락할까?
니셴은 대단한 결심이나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루 안에 이미 숨어있는 '틈'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고 효과를 본 몇 가지를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회의와 회의 사이, 5분을 비워두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기.
- 커피가 식는 동안, 폰을 뒤집어두고 보지 않기.
- 줄을 서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폰을 꺼내지 않기.
- 출퇴근길 중 하루는, 팟캐스트도 음악도 끄고 그냥 차 안, 길거리의 소음을 듣기.
- 혼자 하기 불안하다면, 팀원들과 함께 해보기.
핵심은 이 시간에 뭔가 대단한 통찰이 찾아오길 기대하지 않는 겁니다. 기대하는 순간 그건 이미 '목적이 있는 행위'가 되어버리니까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세요. 그 어색함과 지루함을 몇 번 넘기고 나면, 의외로 그 자리에서 아이디어 하나가, 혹은 그냥 약간의 평온함이 슬며시 찾아올 겁니다.
💡인사이트: 이번 주, 딱 5분만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의도적 무위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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