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편지

[보통의 이야기] 삶의 이유, 장예지 작가

9월 1주 차, <거창하지 않아도>

2026.09.07
from.
독서관, 장예지 작가
첨부 이미지

오늘의 에세이

장예지 작가, <거창하지 않아도>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 그 구름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햇빛을 본다. 넓디 넓은 하늘 아래 자신의 온몸을 작은 발로 비비며 씻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본다. 감히 누군가의 생애를 엿보는 느낌이다.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일상이라는 단어에는 무거움이 없는데, ‘인생’이라는 단어는 괜스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거대한 이유가 있어야만 할 것 같고. 삶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모두가 우연 속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운명을 믿고 싶어한다. 자신의 존재만큼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래야만 소중해 지는 것 같아서. 이런저런 이유들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삶의 이유를 찾으면 찾을수록 자꾸만 넘어지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거창함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다리 하나를 밟으며 탁-하고 퍼지는 둔탁한 소리를 듣는다. 이 돌다리는 누군가의 밟을 지탱하기 위해 존재한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들을 본다. 저들은 푸른 하늘에서 자유로이 날기 위해 존재한다. 높이 솟아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바라본다. 넓은 세상을 누비는 새와 달리 한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 이 나무는 자신이 서 있는 곳에 뿌리를 내리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너는 왜 존재하는가? 왜 살아가는가? 

  지금까지의 나는 삶의 이유를 거창한 곳에서 찾았다. 때론 사랑에서, 때론 꿈에서, 때론 평화에서. 그리고 그것들을 얻지 못할 때마다 좌절하곤 했다. 거창한 것들은 쉽게 나의 것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물들을 보며 나는 깨닫는다. 그들의 삶의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을 낳기 위해, 누군가는 날기 위해, 누군가는 밟히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거창하지 않은 삶의 이유들 모두 고귀하다는 것을. 

  나는 왜 살아가는가. 이 질문 앞에 다시 선다. 그리고 답한다. 살며시 웃기 위해, 누군가의 등을 잠잠히 안아주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노래하기 위해, 몰래 무언가를 좋아하기 위해… 그런 단순한 것들이 삶의 이유라는 자리에 서서히 맺힌다. 

 

  그리고 결국이 이 삶은 점점 더 가볍게, 점점 더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오늘의 한 권 

<연어>, 안도현 작가.

  오늘의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책으로는 안도현 작가의 <연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놓지 못하고 있었던 거창한 삶의 이유를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존재가 고귀하다는 것, 더불어 모든 인생의 이유는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책입니다.

첨부 이미지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중략)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야.”
“너는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희망이란 것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 140~141쪽 중에서


오늘의 질문

  1.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 ‘소소한’ 삶의 이유를 찾아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3.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가 있나요?

*오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소중한 답장을 기다립니다. 이 답장은 이후 독서관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업로드 될 수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장예지 작가 @ alone_two12

 

글쓰기를 통해 생각과 마음을 풀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나가는 것과 일상 속 통찰을 즐겨합니다. 시·에세이 『벽돌 사이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지극히 평범한 나날들』 등 독립출판을 했습니다.  

현재 독서관 뉴스레터 「보통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나누고, 독자들과 생각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독서관은 읽고, 쓰고, 만드는 사람들을 연결합니다.
독서관 뉴스레터는 독립출판 작가의 글과 독서관 소식을 전합니다.  

독서관 Instagram / Newsletter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독서관 뉴스레터

독립서점 <독서관>의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