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이야기] 진짜 나의 모습, 장예지 작가

9월 3주 차, <정말 중요한 건>

2026.09.21
from.
독서관, 장예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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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에세이

장예지 작가, <정말 중요한 건>

하니는 골똘히 천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진은 그런 하니를 바라보다 말을 건넨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해? 꼭 세상 고민 다 끌어안고 있는 사람처럼."

"... 내 진짜 모습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너도 알잖아. 나 자의식 과잉인 거."

"알긴 알지.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질문해 봐. 나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니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서는 자신의 고민을 진에게 털어놓는다. 진의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지만, 계속 끄덕여지는 고개를 보아하니 귀만큼은 하니를 향해 열려 있는 듯하다.

 

"너는 가짜의 모습으로도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니? 그게 가능한 건가?"

". 가능하지. 뭔가 그런 척해야 할 것만 같고. 그래야 사랑받을 것만 같고. 연기하는 내가 가끔은 너무 가증스러울 때가 있어."

"연기하는 네가 가증스러운 이유가 뭔데?"

"진솔하지 않잖아. 거짓말하는 거. 그건 역겨운 거잖아."

 

그 말을 하는 지금에도 하니는 매스꺼움을 느끼는 사람처럼 헛구역질을 하는 입모양을 지었다. 그런 하니를 보며 진은 살며시 웃었다.

 

"그런가... 진솔함이 상처가 될 때도 있는 법이야. 네가 연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연기하는 이유일 거야."

"너도 연기를 해?"

"그럼. 당연하지.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삶에는 무대가 있는 법이야. 모두에게 말이야."

 

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 무언가를 떠올리듯 천장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

"어떤?"

"어느새 무대 위에 올라서 있는 거야. 객석은 어두컴컴하고, 조명은 온전히 나만 비추고 있지. 누가 나를 보고 있는지는 몰라. 다만 지금은 내가 모든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만은 느껴져."

 

하니는 말없이 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말이야. 그 무대 위의 나는 가짜야. 진짜 내가 아니라, 가상의 무언가를 연기하고 있는 거지. 말도 하고 행동도 하지만 그건 현재일 뿐 현실은 아니야. 거짓말을 진짜처럼 연기하는 것. 그게 배우잖아."

 

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느 정도는 배우로 살아. 모두에게는 그런 무대가 있어. 나를 가장하기도 하고, 나를 과장하기도 하고, 나를 축소하기도 하고, 나를 감추기도 하는 무대."

 

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반대로 무대 뒤편의 삶도 있는 거야. 시선을 받지 않는 나. 나만 아는, 진솔하고도 내밀한 나. 가짜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나."

"그럼 넌 어느 쪽이 더 좋아?"

 

진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무대 위에서의 나를 즐겨. 그런데 또 쉬기도 해. 무대 뒤편에서. 우리에겐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대도, 뒤편도. 각자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다르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니, 너는 어때?"

"뭐가?"

"너의 무대 위의 삶은 어떤 삶이야? 그리고 무대 뒤편의 삶은?"

 

하니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진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난 사람마다 그 모양이 다 궁금해. 각자의 역할도 궁금하고."

 

진은 다시 한번 하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많은 시간을 무대에만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뒤편에만 있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하니는 말없이 진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진은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중요한 건 충실함이야. 그 순간의 자신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 그게 가장 중요하지."


오늘의 한 권 

<헬렌 켈러의 3일만 볼 수 있다면>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오늘의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책으로는 헬렌 켈러의 <헬렌 켈러의 3일만 볼 수 있다면>을 추천하고 싶습니다이 책을 읽으며 인생의 양면, 모든 면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삶의 다채로움을 사랑하게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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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5번가에서 나온 나는 파크 애비뉴로 갑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슬럼가도 보고요. 연기를 뿜어 내는 공장도 보겠죠. 또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공원을 둘러볼 거예요. 한마디로 시내 관광을 하는 거죠. 그 다음에 외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도 갈 거예요. 그래서 외국에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잠자는 것 같은 기분도 맛보고 싶어요.

  내 눈은 어느 한쪽만 보는 게 아니랍니다. 행복한 쪽도 보고, 불행한 쪽도 볼 거예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려면 언제나 행복한 쪽과 불행한 쪽을 다 살펴봐야 해요. 내 마음속에 사람들과 물건들을 직접 본 기억을 가득 담겠어요. 또 아무리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붙잡을 거예요. 그러려고 무척 애를 쓸 거랍니다.

  그러다 보면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광경도 있을 거고, 반대로 불행하거나 비참하게 만드는 광경도 있겠죠. 그렇지만 불행하고 비참한 광경에 눈감고 외면하지 않겠어요. 그것도 삶의 일부니까요.

 

  • <헬렌 켈러의 3일만 볼 수 있다면> 중에서 

오늘의 질문

  1. 여러분의 무대 위는 어떤 모습인가요?
  2. 여러분의 무대 뒤편의 모습은 어떤가요?
  3. 여러분이 사랑하는 곳은 무대 위인가요, 뒤편인가요?

*오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소중한 답장을 기다립니다. 이 답장은 이후 독서관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업로드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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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작가 @ alone_two12

 

글쓰기를 통해 생각과 마음을 풀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나가는 것과 일상 속 통찰을 즐겨합니다. 시·에세이 『벽돌 사이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지극히 평범한 나날들』 등 독립출판을 했습니다.  

현재 독서관 뉴스레터 「보통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나누고, 독자들과 생각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독서관은 읽고, 쓰고, 만드는 사람들을 연결합니다.
독서관 뉴스레터는 독립출판 작가의 글과 독서관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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