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는 골똘히 천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진은 그런 하니를 바라보다 말을 건넨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해? 꼭 세상 고민 다 끌어안고 있는 사람처럼."
"음... 내 진짜 모습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너도 알잖아. 나 자의식 과잉인 거."
"알긴 알지.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질문해 봐. 나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니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서는 자신의 고민을 진에게 털어놓는다. 진의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지만, 계속 끄덕여지는 고개를 보아하니 귀만큼은 하니를 향해 열려 있는 듯하다.
"너는 가짜의 모습으로도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니? 그게 가능한 건가?"
"응. 가능하지. 뭔가 그런 척해야 할 것만 같고. 그래야 사랑받을 것만 같고. 연기하는 내가 가끔은 너무 가증스러울 때가 있어."
"연기하는 네가 가증스러운 이유가 뭔데?"
"진솔하지 않잖아. 거짓말하는 거. 그건 역겨운 거잖아."
그 말을 하는 지금에도 하니는 매스꺼움을 느끼는 사람처럼 헛구역질을 하는 입모양을 지었다. 그런 하니를 보며 진은 살며시 웃었다.
"그런가... 진솔함이 상처가 될 때도 있는 법이야. 네가 연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연기하는 이유일 거야."
"너도 연기를 해?"
"그럼. 당연하지.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삶에는 무대가 있는 법이야. 모두에게 말이야."
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 무언가를 떠올리듯 천장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
"어떤?"
"어느새 무대 위에 올라서 있는 거야. 객석은 어두컴컴하고, 조명은 온전히 나만 비추고 있지. 누가 나를 보고 있는지는 몰라. 다만 지금은 내가 모든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만은 느껴져."
하니는 말없이 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말이야. 그 무대 위의 나는 가짜야. 진짜 내가 아니라, 가상의 무언가를 연기하고 있는 거지. 말도 하고 행동도 하지만 그건 현재일 뿐 현실은 아니야. 거짓말을 진짜처럼 연기하는 것. 그게 배우잖아."
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느 정도는 배우로 살아. 모두에게는 그런 무대가 있어. 나를 가장하기도 하고, 나를 과장하기도 하고, 나를 축소하기도 하고, 나를 감추기도 하는 무대."
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반대로 무대 뒤편의 삶도 있는 거야. 시선을 받지 않는 나. 나만 아는, 진솔하고도 내밀한 나. 가짜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나."
"그럼 넌 어느 쪽이 더 좋아?"
진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무대 위에서의 나를 즐겨. 그런데 또 쉬기도 해. 무대 뒤편에서. 우리에겐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대도, 뒤편도. 각자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다르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니, 너는 어때?"
"뭐가?"
"너의 무대 위의 삶은 어떤 삶이야? 그리고 무대 뒤편의 삶은?"
하니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진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난 사람마다 그 모양이 다 궁금해. 각자의 역할도 궁금하고."
진은 다시 한번 하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많은 시간을 무대에만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뒤편에만 있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하니는 말없이 진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진은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중요한 건 충실함이야. 그 순간의 자신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 그게 가장 중요하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