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남소장 부동산뉴스레터 제48호
안녕하세요. 돌남소장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려보려 합니다.
부동산 뉴스레터인데, 부동산 이야기를 바로 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부동산의 본질은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그 공간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죠.
그래서 오늘은
‘사람이 만든 공간의 가치’,
‘사람이 쌓은 관계가 지역의 자산이 되는 과정’을
한 가지 실제 사례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제가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웃나라 일본, 오이타현의 작은 도시 분고오노시(豊後大野市)입니다.
이 두 지역이 지난 30년 동안 어떤 관계를 이어왔는지를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숫자와 그래프로 보는 ‘부동산 가치’의 이면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통역을 맡으며 떠올린 질문]
2025년 11월18일~11월20일, 2박3일 일정의 일본 오이타현 분고오노시(豊後大野市) 교류방문단이 부산 기장군을 찾았습니다.
28명의 교류방문단(분고오노시장, 시의회 의장, 시의회 의원, 관계공무원 등)에 대한 환영식, 군수ㆍ군의회 의장 면담, 홈스테이 교류단 대면식, 산업시찰, 만찬, 환송식 등의 교류행사는 기장군한일민간교류협의회(회장 임성희) 주관 하에 거행되고, 저는 기장군 장안읍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서, 통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행사 진행을 책임지는 자리도 아니었고, 대단한 의전을 맡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양쪽의 말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전해질 수 있도록 조용히 옆에서 돕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반가운 친구처럼 맞이하게 되기까지, 도대체 어떤 인연과 시간이 쌓여 있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부산 기장군 장안읍과 일본 분고오노시(옛 기요카와촌)의 30년 교류 역사를 차분하게 정리한 글은 거의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가 찾은 자료와 들은 이야기, 그리고 직접 통역으로 참여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두 지역의 우정을 블로그 글로 정리해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문: https://blog.naver.com/snam1223/224093625756
1️⃣ 이야기의 시작 – 검도 한 자루에서 피어난 인연
기장군 장안읍과 일본 분고오노시의 인연은
놀랍게도 스포츠, 그것도 검도(劍道)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 일본의 작은 마을 기요카와촌(현재 분고오노시의 일부)은
자신들의 청소년이 외국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검도였습니다.
검도는 일본 전통 무도이지만,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죠.
그렇게 두 마을 사이에 “한 번 만나보자”는 제안이 오갔습니다.
검도라는 공통 관심사가 작은 다리가 되어,
기요카와촌과 장안읍은 첫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교류가 단순히 운동 경기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곧바로 중학생 홈스테이 교류로 발전했다는 사실입니다.
검도는 인연의 문을 열어 준 계기였을 뿐,
진짜 관계는 아이들과 주민이 함께 생활을 나누는 홈스테이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교류는 행정이 아닌 주민들이 먼저 시작한 국제교류였습니다.
공문서도, 외교 의전도 없이,
그저 “우리 아이를 맡길게요. 당신 아이도 보내주세요.”
이런 신뢰에서 출발한 일입니다.
부산일보의 과거 2004년 11월 22일자 기사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장안중학교와 기요카와촌 중학교 학생 540명이,
양 마을 주민과 공무원 275명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생활을 함께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미 중요한 인사이트가 나옵니다.
“부동산의 진짜 가치는 토지 위의 건물이 아니라,
그 건물 안에서 관계를 만드는 사람에게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종종 교통, 입지, 가격만 계산합니다.
하지만 도시를 움직이는 진짜 자본은 ‘관계 자본(Social Capital)’입니다.
장안읍의 30년 교류는 그 관계 자본이
얼마나 오래가고,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를 보여 줍니다.

2️⃣ 식탁 위에서 피어난 경제의 씨앗 – 김치 한 통이 만든 산업
이 교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로 스며듭니다.
장안중학교 어머니회가 일본 기요카와촌 어머니들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합니다.
그 단순한 ‘김치 교류’가 생각보다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부산일보 2004.11.22 보도에 따르면, 장안중학교 어머니회가 김치 담그는 법을 전수한 일을 계기로
일본 기요카와촌에는 ‘어머니김치’ 공장과 한국 전통음식점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음식 교류가 아닙니다.
‘생활문화의 공유’가 소규모 로컬 비즈니스 창업으로 연결된 사례입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인사이트는 이것입니다.
“지역 교류는 곧 지역 창업의 토양이 된다.”
외국과의 교류가 거창한 수출입 사업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만남, 작은 경험이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결국 로컬 비즈니스의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

3️⃣ 재해 속에서 드러난 관계의 힘 – 2003년과 2011년의 두 장면
2003년, 태풍 ‘매미’가 남부 지역을 덮쳤습니다.
기장군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일본 기요카와촌 주민들은
즉시 성금을 모아 장안읍으로 보냈습니다.
그냥 형식적인 외교적 성금이 아니라,
“우리 친구 마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1년 3월,
이번에는 일본이 큰 재난을 겪었습니다.
동일본대지진이 일본을 뒤흔들었죠.
그때는 반대로 기장군 주민들이 의연금을 모아 일본으로 전달했습니다.
그 사실은 2011년 5월호 분고오노시 시보(市報) 8쪽에
정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부산 기장군에서 모금한 성금을 분고오노시를 통해 일본 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이 문장 한 줄이 얼마나 깊은 신뢰의 상징인지 모릅니다.
2003년에는 일본이 한국을 도왔고,
2011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도왔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여긴 것이죠.
이 장면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신뢰는 위기 속에서 증명된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같습니다.
평소에 거래를 잘해도,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진짜 신뢰를 결정합니다.
장안읍과 분고오노시는 위기 속에서 신뢰를 보여 준 지역이었습니다.

4️⃣ 행정이 뒤따른 우정 – 2003년 우호협력 선언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 온 교류는
2003년 9월 19일, 공식적으로 우호협력 선언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때 기요카와촌과 장안읍은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 발전을 도모한다’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선언이 주민들이 먼저 만들어 놓은 관계를
행정이 “뒤늦게 제도화한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보통은 정부가 먼저 MOU를 맺고
그 다음에 주민 교류가 이어지지만,
여기서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이건 지역개발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행정이 주도한 개발보다, 주민이 먼저 만든 관계망이 더 오래간다.”
부동산이나 도시정비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도시가 10년 만에 활기를 잃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사람의 관계가 먼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장안읍과 분고오노시는
주민 관계가 먼저였기에 30년이 지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5️⃣ 2005년 이후 – 이름은 바뀌었지만 관계는 그대로
2005년, 일본에서는 대규모 행정 통합이 있었습니다.
기요카와촌은 주변 6개 마을과 합쳐져
지금의 분고오노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바뀌었을 뿐,
기장군과의 교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홈스테이, 주민 교류, 전통문화 공연,
특산물 교류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이건 마치 부동산에서 ‘주소는 바뀌어도, 지역의 정체성은 남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행정구역이 바뀌고 건물이 새로 들어서도
사람이 쌓은 관계와 기억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게 바로 도시의 ‘보이지 않는 가치’입니다.

6️⃣ 그리고 2024년, 군과 시로 확장된 우정
30년의 시간은 한 지역의 산업 구조를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2024년 10월, 부산광역시 기장군과 일본 분고오노시는
공식적으로 ‘우호교류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이제는 ‘장안읍–기요카와촌’이라는 작은 마을 단위를 넘어
‘군–시’ 단위의 지방정부가 직접 교류하는 단계로 올라선 것입니다.
이 의향서에는 교육, 문화, 관광, 스포츠,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행정, 의회, 민간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즉, 교류가 하나의 지속 가능한 지역 네트워크로 진화한 것입니다.

7️⃣ 이 교류에서 얻는 첫 번째 인사이트
“관계가 쌓이면, 어느 순간 ‘잠재 수요’가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눈을 좁혀 보면 부동산 시장과 로컬 비즈니스에 직접 연결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인사이트는 아주 단순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지역의 잠재 수요로 돌아온다.”
조금 풀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1) 30년 동안 쌓인 ‘보이지 않는 단골 손님들’
장안읍과 분고오노시의 교류를 곰곰이 떠올려 보면,
30년 동안 이 관계를 거쳐 간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ㆍ중학생 교류 참가자
ㆍ홈스테이를 제공한 가정
ㆍ방문단을 맞이했던 주민
ㆍ공무원, 교사, 통역, 관계자들
정확한 숫자는 모두 합산하기 어렵지만,
중학생과 주민만 합쳐도 이미 수백 명 단위입니다.
이 사람들은 “지도상의 장안읍”을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골목을 걸어 보고, 집 안에 들어가 보고, 밥을 먹어 본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한 번 실제로 와 본 사람은
언젠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ㆍ“다음에 가족 여행을 간다면, 기장 쪽에도 한 번 가 볼까?”
ㆍ“아이 유학 보내는데, 부산 근처에 아는 곳이 있으니 마음이 좀 편하네.”
ㆍ“한국 제품을 들여오고 싶은데, 기장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한번 물어볼까?”
이게 바로 관계가 잠재 수요로 바뀌는 지점입니다.
지금 당장 집을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지역을 “두 번째 고향”처럼 느끼는 사람.
이 사람들은 언제든 관광 수요, 장기체류 수요, 비즈니스 수요로 변할 수 있습니다.

2) 일본에서 먼저 쓰는 개념, ‘관계 인구(関係人口)’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관계 인구(関係人口)라는 개념입니다.
ㆍ그 지역에 살지는 않지만
ㆍ그 지역에 반복적으로 방문하거나
ㆍ그 지역과 정서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관계 인구는 거주 인구도 아니고, 단순 관광객도 아닙니다.
중간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장안읍과 분고오노시의 교류는
30년 동안 서로에게 관계 인구를 꾸준히 만들어 온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관점에서 보면,
관계 인구는 “숫자로 잘 보이지 않는 수요의 풀(pool)”입니다.
ㆍ이들은 지금은 집을 안 사더라도
ㆍ향후 세컨드 하우스 수요가 될 수 있고
ㆍ은퇴 후 귀촌·귀향 수요가 될 수 있고
ㆍ장기 임대 수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종종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당장 집을 사는 사람”만 보지 말고,
그 지역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관계 인구가 쌓이는 구조가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3) 우리 동네에도 이런 ‘관계 인구 시스템’이 있는가?
그러면 우리 동네는 어떨까요?
여기서 한 번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기장군–분고오노시처럼
꾸준히 관계 인구를 만들어 내는 구조가 있는가?”
예를 들어,
ㆍ자매결연 도시가 실제로 방문을 자주 하는지
ㆍ외국인 학생·연수단이 정기적으로 오는지
ㆍ특정 지역과 매년 행사·축제를 같이 하는지
이런 것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그 지역이 단순히 “지도 위의 점”이 아니라
다른 도시와 연결된 네트워크의 노드(node)인지 알 수 있습니다.
도시가 네트워크 허브가 될수록,
그곳에는 사람과 정보와 자본이 함께 움직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도시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수요가 유입되는 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8️⃣ 두 번째 인사이트
“행정구역보다 강한 것은 스토리다 – 지역 브랜드의 힘”
두 번째 인사이트는 지역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장안읍과 분고오노시는
사실 널리 알려진 대도시는 아닙니다.
서울이나 도쿄처럼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형성된 곳은 아니죠.
그런데 이 두 지역은
30년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는 매우 선명한 브랜드를 갖게 되었습니다.
1) “우리는 30년 친구입니다”라는 한 문장
분고오노시의 주민에게
“한국에서 어떤 지역을 알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아마 서울이나 부산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기장군·장안읍과 교류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그들에게 한국은
“뉴스에서 보던 나라”가 아니라,
ㆍ홈스테이로 지냈던 기장군의 집,
ㆍ함께 밥을 먹었던 장안읍의 식탁,
ㆍ바다 바람을 맡았던 해안가 풍경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 기억의 중심에는
한 줄로 요약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30년 넘게 이어진 친구입니다.”
이 짧은 한 문장이
기장군과 분고오노시 사이의 브랜드 슬로건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는 로고나 슬로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공유된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2) 부동산에서 ‘지역 브랜드’는 무엇을 바꾸는가?
부동산 시장에서 지역 브랜드의 힘은 꽤 큽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도
ㆍ어떤 도시는 “관광 도시” 이미지가 강하고
ㆍ어떤 도시는 “조용한 주거 도시” 이미지가 강하며
ㆍ어떤 도시는 “노후에 살고 싶은 도시”로 인식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사람들이 집을 선택할 때의 심리에 큰 영향을 줍니다.
장안읍의 경우,
분고오노시와의 30년 교류는
“국제 교류를 꾸준히 이어 온 열린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쌓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티가 잘 안 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부드러운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ㆍ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우리 동네가 외국과 교류를 꾸준히 하는 곳이다”라는 사실은
교육·문화 환경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ㆍ 로컬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외국 손님이 가끔이라도 찾아오는 동네”라는 인식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장기적인 도시 이미지를 관리하는 행정 입장에서는
이런 교류가 “국제 감각 있는 지방도시”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자산이 됩니다.
3) 브랜드가 있는 동네와 없는 동네의 차이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동네는 앞으로
어떤 스토리로 사람들 머릿속에 기억될 것인가?”
ㆍ “교통 좋은 베드타운”으로만 기억될 것인지,
ㆍ“예술인과 창업가가 모이는 동네”로 기억될 것인지,
ㆍ“외국과 꾸준히 교류하는 국제적인 작은 도시”로 기억될 것인지에 따라
10년, 20년 뒤에 똑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인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안읍–분고오노시 사례는
브랜드를 화려하게 포장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학교·주민·지자체가 함께 30년 동안 쌓아 올린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장기적인 스토리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9️⃣ 세 번째 인사이트
“작은 교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복리 효과”
세 번째 인사이트는 조금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큰 투자, 큰 개발, 대규모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사업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안읍과 분고오노시 사례를 보면
아주 작은 교류도 시간이 지나면 복리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작은 만남이 반복될 때 생기는 구조
예를 들어 이런 장면들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ㆍ매년 몇 명의 중학생이 서로의 마을을 방문합니다.
ㆍ그 아이들을 맞이하는 홈스테이 가정이 있습니다.
ㆍ마을 상점에서 간식, 기념품, 생필품을 조금씩 더 많이 판매합니다.
ㆍ방문단을 위한 식당·관광·체험 프로그램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이 모든 것은
연 단위로 보면 아주 작은 경제 효과에 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10년, 20년, 30년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ㆍ누군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업이나 숙박업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ㆍ누군가는 한·일을 잇는
작은 무역·통역·교육 비즈니스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ㆍ누군가는 은퇴 후에
“예전에 홈스테이 했던 그 동네 근처에서 살아볼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통계 표에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 상권, 상가 공실률, 임대 수요 같은 지표에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반영됩니다.
2) 복리의 법칙은 사람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는 금융 투자에서
“복리의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ㆍ5% 수익률이 1년차에는 별 것 아니지만
ㆍ20년, 30년 누적되면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사람 관계도 그렇습니다.
장안읍–분고오노시 교류를
“연간 행사”로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간 행사가 30번 반복되면
그때는 전혀 다른 그림이 됩니다.
ㆍ서로의 도시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 수백 명
ㆍ양 지역에 관한 추억과 호감을 가진 사람도 수백 명
ㆍ그 중 일부는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들
이렇게 누적된 관계는 결국
도시 간 신뢰 자본이라는 이름 없는 자산이 됩니다.
부동산이나 지역경제를 볼 때,
우리는 종종 “올해 얼마나 올랐냐”만 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도시는 지난 30년 동안
관계 자본을 얼마나 쌓아왔는가?”
이 질문도 꼭 함께 던져봐야 합니다.
🔟 네 번째 인사이트
“국제교류를 보면, 그 도시의 태도가 보인다”
네 번째 인사이트는
조금 더 도시 분석 관점에 가깝습니다.
부동산 투자자, 특히 지역 기반 투자자에게
도시의 국제 교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보 신호가 됩니다.
1) 국제교류는 ‘도시의 성격’을 보여주는 지표
한 도시가 국제교류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국과 친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조금 더 풀어보면 다음과 같은 태도가 숨어 있습니다.
1. 외부에 대한 개방성
ㆍ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지
ㆍ외부 사람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는지
2. 행정의 실행력
ㆍ1~2년만 번쩍하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ㆍ10년, 20년, 30년을 이어갈 수 있는지
3. 교육과 청소년에 대한 관심
ㆍ중학생·청소년을 해외에 보내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장안읍–분고오노시 사례는
이 세 가지 모두를 보여 줍니다.
ㆍ주민·학부모가 먼저 나섰고
ㆍ행정이 이를 제도화하여 꾸준히 지원했고
ㆍ지금은 군·시 단위로 규모를 넓혔습니다.
이런 도시라면
앞으로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외부와 연결되는 능력이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2) 투자자의 시선에서 보면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를 고민할 때
이런 질문을 추가해 보면 좋습니다.
“이 도시는 외부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체크 포인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
ㆍ자매도시·우호도시가 실제로 상호 방문을 하는가?
ㆍ청소년 국제교류가 일회성이 아니라 정례화되어 있는가?
ㆍ재난·위기 때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가?
ㆍ이 교류가 지역 언론과 주민의 기억 속에 긍정적으로 남아 있는가?
이 네 가지가 “예”에 가깝다면
그 도시는 안으로만 갇힌 도시가 아니라,
밖과 연결된 도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밖과 연결된 도시는
언제나 새로운 수요와 기회를
차분히, 그러나 계속해서 끌어당깁니다.
1️⃣1️⃣ 다섯 번째 인사이트
“지역 부동산 사업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서,
지역에서 부동산·로컬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장안읍–분고오노시 교류 사례에서
지역 사업자가 참고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국제 교류’를 내 사업 아이템과 연결하기
예를 들어, 이런 아이디어들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여부가 아니라, “이런 방향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소규모 숙박·홈스테이 연계
ㆍ정기적으로 해외 방문단이 온다면,
작은 게스트하우스·한옥스테이·농가민박 같은 상품을 연계할 수 있습니다.
ㆍ 이미 장안읍에는 홈스테이 문화가 있으니,
이를 조금만 사업적으로 정리해도
지역형 체류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2. 로컬 투어·체험 프로그램
ㆍ일본 방문단이 오면 꼭 들르는 장소,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ㆍ이것을 조금 더 체계화해서
‘장안–분고오노 우정 투어 코스’처럼 기획해 볼 수도 있습니다.
ㆍ부동산 현장에서도 이 코스를 소개하며,
“우리 동네가 어떤 교류를 해왔는지”를 이야기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언어·문화 교류를 겸한 교육 상품
ㆍ청소년·학부모를 대상으로
일본어·한국어 교류, 문화 수업, 온라인 만남 등을 연계하면
단순한 어학이 아니라 관계 기반 교육 서비스가 됩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지금 당장 실행하라는 뜻이 아니라,
지역 교류를 “나와 상관없는 공공사업”이 아니라
“내 사업과 연결될 수 있는 토양”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입니다.
2) 상가 투자자에게 주는 힌트
상가·상가주택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이런 관점도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ㆍ국제교류가 있는 동네는
완전히 닫힌 내수 상권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외부 수요가 섞여 들어오는 상권입니다.
ㆍ 이때,
외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간판·메뉴판·결제 시스템을 갖춘 가게는
작지만 꾸준한 추가 매출을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ㆍ또,
교류 행사가 열리는 시기와 동선을 파악해서
행사와 상권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낸다면
다른 상가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국제 교류는 내 상가에 들어올 수 있는
‘추가 손님’의 가능성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가능성을 얼마나 섬세하게 포착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수익률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1️⃣2️⃣ 여섯 번째 인사이트
“기록하는 사람이 결국, 지역의 자산을 만든다”
지금 이 뉴스레터를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이미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기록의 힘”에 대해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 30년 교류, 그런데 기록은 놀라울 만큼 적었다
이번에 기장군–분고오노시 교류 역사를 정리하면서
저도 깜짝 놀랐던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각보다 자료가 너무 적다.”
30년이나 된 국제교류라면
책 한 권쯤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신문 기사 몇 편,
지자체 홈페이지의 짤막한 기사,
그리고 분고오노시 시보 몇 장이 전부에 가까웠습니다.
그나마 이번에 제가
장안읍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통역을 맡게 된 계기로
이렇게 역사를 정리해 보고 싶다고 마음먹고,
조금씩 내용을 조사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간단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류도,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게는 없는 일과 같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동네가 왜 인기 있는지,
어떤 상권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어떤 건물이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이런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는 “그냥 가격만 남은 동네”가 됩니다.
2) 기록은 곧 ‘비가시적 자산’을 숫자로 바꾸는 작업
사업 관점에서 보면
기록은 보이지 않는 자산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ㆍ“우리 가게는 10년 동안
외국 손님이 얼마나 다녀갔는지”
ㆍ“우리 동네는 20년 동안
어느 나라와 어떤 교류를 해왔는지”
ㆍ“우리 아파트 단지는
어떤 커뮤니티 활동을 해왔는지”
이런 것들을 정리해 두면,
나중에 브랜딩 자료, 투자 설명, 상권 분석 리포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장안읍–분고오노시 30년 교류가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정리된다면,
이것은 단순한 미담집을 넘어
기장군의 지역 브랜드 자산이 됩니다.
3)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기록자가 될 수 있다
뉴스레터를 읽고 계신 분들도
각자 위치에서 작은 기록자가 될 수 있습니다.
ㆍ부동산 중개업을 하신다면,
“이 동네 손님들이 왜 이곳을 선택하는지”
메모를 조금씩 남기는 것만으로도 훗날 큰 자산이 됩니다.
ㆍ건물주라면,
“건물의 변천사, 입주했던 업종,
잘 됐던 이유와 아쉬웠던 점”을 적어두면
나중에 리모델링·재개발 방향을 잡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ㆍ로컬 비즈니스를 하신다면,
“어떤 손님이 좋아했는지,
어떤 계절에 어떤 나라 사람이 왔는지”를 정리하면
다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됩니다.
장안읍과 분고오노시의 30년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쓰이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누군가 정리하는 순간,
그것은 지역의 집단 기억이자,
장기적인 비즈니스 자산으로 거듭납니다.
1️⃣3️⃣ 마무리 – 돌남소장이 이번 사례에서 정리한 핵심 요약
마지막으로,
이번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1. 관계는 결국 잠재 수요가 된다.
ㆍ장안읍–분고오노시 교류는
수많은 “관계 인구”를 만들어 냈습니다.
ㆍ이들은 언젠가 관광, 체류, 투자, 사업의 수요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2. 지역 브랜드는 스토리에서 나온다.
ㆍ30년 교류는
“우리 동네는 오래된 국제 친구가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ㆍ이런 이미지는
중·장기적으로 주거 선택과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줍니다.
3. 작은 교류도 오래 하면 복리가 된다.
ㆍ매년 작은 교류라도
10년, 20년, 30년 쌓이면
사람과 비즈니스와 신뢰가 복리로 쌓입니다.
4. 국제교류는 도시의 태도를 보여준다.
ㆍ외부에 대해 열려 있는지,
ㆍ청소년과 미래 세대에 투자하는지,
ㆍ행정이 일관된 실행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5. 기록하는 사람이 지역의 자산을 만든다.
ㆍ장안읍–분고오노시 사례도
누군가 기록하지 않았다면
“어렴풋이 좋았던 그때”로만 남았을 것입니다.
ㆍ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정리한다면
이것은 기장군과 분고오노시의
중요한 무형 자산이 됩니다.
이제 이 뉴스레터를 읽고 계신 여러분께
조심스럽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투자하고 있는 동네,
내가 사업을 하고 있는 동네에도
이런 스토리가 있는지,
또 어떤 스토리를 앞으로 만들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부동산은
단지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ㆍ어떤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지,
ㆍ어떤 도시와 함께 늙어가고 싶은지,
ㆍ어떤 이야기를 가진 장소에 내 시간과 돈을 맡기고 싶은지.
이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깊고, 더 지속 가능한 투자 인사이트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돌남소장은 앞으로도
이런 “사람과 관계, 그리고 스토리로 보는 부동산” 이야기를
계속 전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뉴스레터 제48호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호에서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인사이트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돌남소장 드림
️📞문의: 010-3574-8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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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뉴스레터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부동산 거래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주택 청약이나 계약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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