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관리를 맡겼다면, 권한의 선부터 정하세요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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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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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의사 이름으로 개원. 그런데 실제로 돈을 투자하고 운영한 사람은 A가 아닌 B라는 사무장이었음. B는 직원을 직접 뽑고, 일을 시키고, 월급을 줬으며 병원 통장관리나 수익 관리도 모두 다 했음. A에게도 B가 매달 월급을 지급했음. 즉, 서류상 병원장은 A였지만 실제 경영자는 B였던 셈. 그러다 직원들 월급과 퇴직금이 밀리며 문제가 생김. 이에 직원들이 A에게 근로계약체결자가 A이니 A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하였음. 

과연 직원들에게 밀린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근로계약서에 원장 이름이 있으면, 원장만 사용자인 걸까?

위의 상황은 실제 어느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판례는 계약서에 누구 이름이 적혀 있는지만 보지 말고, 실제로 누가 직원을 뽑고 일을 시키고 월급을 줬는지를 봐야 한다며, B가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죠. 

 

우리 구독자는 개원하고 직접 운영하시는 원장님이라 갑자기 이런 사례를 왜 언급했을 지 궁금하실 겁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본 판례가 보여주는 원칙에 있어요. 


근로관계에서는 서류에 적힌 이름이나 직함보다 실제로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를 본다는 것입니다. 이걸 일반 개원병원에 가져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실제로 누가 직원에 관한 결정을 하고 있지?”

원장님이 직접 운영하는 병원이라도 직원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실장이나 팀장에게 직원관리 업무를 맡기게 됩니다. 근무표를 짜고, 휴가를 조정하고, 신입 직원 교육을 맡기고, 직원 간 갈등이 생기면 먼저 해결하게 하죠. 여기까지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직원관리를 맡겼다”와 “인사에 관한 결정권까지 넘겼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실장에게 직원관리를 맡겼다면 최소한 아래 세 가지는 구분되어 있어야 합니다.

 

1. 실장이 혼자 결정해도 되는 것

병원의 일상적인 운영에 관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 근무표 조정
  • 직원 간 업무 배치
  • 정해진 기준 안에서의 휴가 조율
  • 신입 직원 교육
  • 일상적인 업무 피드백

이런 것까지 매번 원장에게 확인하도록 하면 실장에게 관리 역할을 맡긴 의미가 없습니다.

 

2. 실장이 의견은 낼 수 있지만, 원장이 최종 결정해야 하는 것

여기부터는 직원의 근로조건이나 인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면

  • 채용 최종 결정
  • 급여 및 인센티브 변경
  • 직책 변경
  • 공식적인 경고나 징계
  • 근무조건 변경

실장이 직원과 가장 가까이 일하니 의견은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까지 암묵적으로 넘겨두면 안 됩니다.

 

3. 실장이 단독으로 결정하거나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특히 퇴사와 관련된 말은 조심해야 합니다.

  •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 “이번 달까지만 하세요.”
  • “그만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 “원장님도 더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하십니다.”

실장이 이런 말을 한 뒤 원장님이

“저는 그런 결정한 적이 없는데요.”

라고 해도 이미 분쟁은 시작된 뒤일 수 있습니다.

권고사직, 해고, 중징계처럼 법적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사안은 실장이 혼자 결론 내리거나 직원에게 확정적으로 전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잡한 규정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병원이라면 아래 정도만 정해도 충분합니다.

업무실장 결정원장 최종 승인
근무표 조정O
업무 배치O
휴가 조율O필요 시
채용의견 제시O
급여·인센티브 변경O
공식 경고·징계O
권고사직·해고O

그리고 실장에게 한 문장만 명확하게 전달해두면 됩니다.

“직원관리는 맡기되, 근로조건을 바꾸거나 사람을 뽑고 내보내는 최종 결정은 반드시 나와 상의해 주세요.”

이 정도만 정해도 병원 운영은 훨씬 명확해집니다.

원장님이 모든 걸 직접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병원이 커질수록 권한은 위임해야 합니다. 다만 권한을 위임할 때는 범위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병원이 커질수록 권한은 반드시 나눠야 합니다. 그래야 원장님이 모든 직원 문제의 최종 창구가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권한을 나눌 때는 “무엇을 맡겼는지”보다 “어디까지 맡겼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판례에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실제로 직원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그 사람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가?”

이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직원관리를 맡긴 게 아니라 권한의 경계 없이 넘겨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굳이 인사규정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실장에게 맡긴 직원관리 업무를 한번 적어보고, 그 옆에 ‘실장 결정’인지 ‘원장 승인’인지 표시해보세요. 10분이면 됩니다. 

그 표 한 장이 있는 병원과 없는 병원은, 문제가 생겼을 때 꽤 큰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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