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원장님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전제부터 짚어야 합니다. "급여 태도로 사람 됨됨이를 가늠할 수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데, 그 가정이 틀렸습니다. 급여에 대한 태도는 그 사람의 성실함이나 실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장 위치와 협상 습관을 보여줄 뿐이거든요.
"얼마 이하면 안 한다"는 사람
이건 협상에서 흔한 방식이고,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습니다. 병원 시장은 급여가 투명한 편이죠. 과별로, 지역별로, 주 몇 일에 넷 얼마인지 다들 압니다. 그래서 자기 기준선을 말하는 건 시장을 알고 자기 가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지 건방진 게 아닙니다. 원장이 봐야 할 건 그 숫자를 말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숫자가 시장 대비 합리적인가, 그리고 그 숫자를 뒷받침할 실력이 있는가입니다.
시장가보다 한참 높게 부르면서 근거가 없으면 문제고, 시장가 수준을 분명하게 말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기 기준이 명확한 사람은 그 조건이 맞아서 들어오면 조건 때문에 흔들릴 이유가 적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고, 입사 후 불만이 생길 가능성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별다른 근거 없이 “나는 무조건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하거나, 업무 내용보다 급여만 강조한다면 경계해야 합니다.
"주는 대로 받겠다"는 사람
원장 입장에서는 이쪽이 편해 보이지만, 주의해야 할 필요도 있어요.
페이가 투명한 시장에서 자기 기준이 없다는 건 셋 중 하나입니다.
다른 데서 오퍼를 못 받고 있거나, 지금 빨리 자리가 필요한 사정이 있거나, 면접에서 좋게 보이려고 하는 말이거나. 어느 쪽이든 입사 후에 문제가 됩니다. 시장가보다 낮게 받고 들어온 사람은 몇 달 안에 동기들 페이를 듣게 되고, 그때부터 "나 손해 보고 있다"는 생각이 언행으로 나옵니다. 그러다 조금 더 주는 데가 나오면 미련 없이 갑니다. 원장은 싸게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년 뒤 다시 채용하는 비용을 치르는 겁니다. "주는 대로"라는 말은 순응이 아니라 유보에 가깝습니다. 지금 결정을 안 하고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 뒤에는 "말 잘 듣는 사람이 좋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급여에 순순한 사람이 진료나 프로토콜에도 순순할 거라는 보장은 없고, 급여에 분명한 사람이 진료에서 뻣뻣할 거라는 근거도 없습니다. 둘은 다른 문제입니다. 원장이 정말 원하는 게 "협업 잘 되는 의사"라면 급여 태도가 아니라 이전 병원에서 원장이나 실장과 의견이 갈렸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면접에서는 이렇게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씀하신 최소 급여는 어떤 기준으로 정하셨나요?”
“급여 외에 근무시간, 진료 범위, 인센티브 중 중요하게 보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생각한 금액보다 낮다면 어떤 조건이 보완되면 검토할 수 있나요?”
주는 대로 받겠다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래도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입사 후 급여가 기대보다 낮다고 느끼게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어느 쪽이 더 괜찮은 사람인지는 이 정보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굳이 고르라면, 시장가 수준의 기준을 분명히 말하고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주는 대로"라는 사람보다 예측 가능하고 오래 갑니다. 원장이 해야 할 일은 태도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숫자가 합리적인지 판단하고, 합리적이면 그 돈 값을 할 실력인지를 면접에서 확인하는 겁니다.
급여는 협상 항목이지 인성 검사가 아니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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