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면접에서 사용해도 될까?

참고만, 평가엔 X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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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한 분이 제목과 같은 질문을 주셨습니다. 

워낙 요즘 흔하게 언급되는 MBTI이고, 얼추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을 때도 있으니 어떠냐 생각하실 수 있어요. 제 의견은 명확합니다. MBTI를 면접에서 물어보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채용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MBTI를 오용할 때 흔한 실수가 “E니까 환자 응대를 잘하겠다”, “I니까 설명이 부족할 수 있다”, “T니까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J니까 꼼꼼하고 시간관리를 잘할 것이다”처럼 MBTI의 알파벳을 실제 업무 역량으로 바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이 환자 설명을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내향적인 의사가 오히려 환자의 말을 더 세심하게 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꼼꼼함, 책임감, 진료 속도, 컴플레인 대응력은 MBTI 한 글자로 확인할 수 있는 특성이 아닙니다.

대화의 문을 여는 용도로만 쓰시는 건 괜찮습니다.

다만 왜 안 되는가에 대해서는 좀 설명이 필요할 거 같네요. 

 

■  유리한 답변으로 결과를 조정하기 쉽습니다

MBTI는 본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답한 결과입니다. 검사가 그 사람을 측정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싶은지를 반영합니다. 게다가 같은 사람이 몇 주 뒤에 다시 하면 절반 가까이가 네 글자 중 한 글자 이상이 바뀌기도 하지요. 특히 각 축의 중간쯤에 있는 사람들은 그날 기분이나 직전에 겪은 일에 따라 E가 되기도 I가 되기도 합니다. 체중계가 잴 때마다 5kg씩 다르게 나오면 그 체중계로 누굴 뽑지는 않을 겁니다. MBTI가 딱 그런 상태입니다.

 

지원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원장이 MBTI를 묻는 순간 "이 원장은 어떤 유형을 원하는구나"를 읽고, 거기에 맞춰 답합니다. 요즘 의사들은 선배나 커뮤니티에서 "어디 원장은 E 좋아한다더라"는 정보까지 미리 듣고 옵니다. 그러면 원장이 얻는 건 그 의사의 성향이 아니라 그 의사의 눈치와 준비성입니다. 그리고 더 문제는, 원장이 그 답을 듣고 나면 이후 면접 내내 그 네 글자라는 색안경을 끼고 상대를 보게 된다는 겁니다. "역시 T라서 딱딱하네", "P라서 좀 산만한가"처럼 원래 있던 편견을 확인하는 도구가 되어버립니다.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판단이 오염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 측정이 정확하다 해도 직무와 연결이 안 됩니다

"외향적인 의사가 환자 응대를 더 잘한다"는 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근거가 없습니다. MBTI 유형과 업무 성과의 상관관계를 본 연구들은 거의 예외 없이 "관계 없음"으로 나옵니다. 조용하고 내향적인데 환자 앞에서는 차분하고 신뢰감 있게 설명하는 의사가 얼마든지 있고, 반대로 활달한데 환자 말을 끊고 자기 말만 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성향과 행동은 다른 문제인데, MBTI는 성향만 묻고 행동은 안 봅니다. 그래서 MBTI를 만든 재단 스스로도 "채용이나 선발에 쓰지 말라"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만든 사람이 하지 말라는 용도로 쓰는 셈입니다.

 

■ 면접에서 봐야할 걸 놓칠 수 있습니다

채용에서 원장이 정말 알아야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시술 설명을 어떻게 하는가, 컴플레인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우리 원의 프로토콜과 상담 흐름을 따를 사람인가, 실장이나 간호 인력과는 어떻게 지내는가. 이건 네 글자로 안 나옵니다. "환자한테 설명이 안 통해서 힘들었던 경우 하나만 얘기해 주세요", "전 병원에서 원장이랑 의견이 달랐던 적은요?" 같은 질문 하나가 MBTI 열 개보다 훨씬 많은 걸 보여줍니다. 면접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정보량이 거의 없는 질문에 그 시간을 쓰는 게 손해입니다. 그리고 "우리 원은 I형은 안 맞아"식으로 걸러내기 시작하면 실제로 잘 맞았을 직원을 놓치게 되고, 그 얘기가 커뮤니티에 돌면 다음 채용부터 좋은 지원자가 안 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직무와 무관한 걸로 사람을 거른다는 인상은 채용 브랜드에 분명히 손해입니다.

 

■ 대신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하지만 대기 환자가 계속 쌓이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이전 병원에서 원장과 진료 기준이나 환자 응대 방식이 달랐던 경험이 있습니까? 그때 어떻게 조정했습니까?”
  • “본인의 설명 방식 때문에 환자가 불만을 제기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후 무엇을 바꿨습니까?”

이런 질문은 지원자가 실제로 어떤 상황을 겪었고, 그때 무엇을 판단하고 행동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은 답변처럼 들리더라도 구체적인 사례, 본인의 행동, 결과, 이후의 변화까지 물어봐야 진짜 경험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면접 초반에 "MBTI 뭐예요?" 정도 묻는 건 무해합니다. 긴장을 풀기 위한 가벼운 대화나, 지원자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확인하는 출발점으로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기서 끝내지 말고 답을 들은 후 "그게 진료실에서는 어떻게 드러나요? 예를 들면요?" 같은 행동 사례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쓰면 MBTI가 아니라 그 뒤에 나오는 사례가 판단 근거가 되니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그 유형의 어떤 특성이 본인과 가장 맞고, 어떤 부분은 맞지 않습니까?”라고 묻고, 이어서 실제 경험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MBTI 결과가 아니라 지원자가 자기 강점과 약점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알고 있고, 업무에서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입니다.

정리하면, MBTI는 면접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대화 소재는 될 수 있지만, 사람을 분류하거나 합불을 결정하는 도구로 쓰면 안 됩니다. 채용에서는 성격 유형보다 진료 기준, 환자 커뮤니케이션, 책임 범위, 협업 방식, 갈등 대응을 실제 사례로 확인하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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