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관리는 저보고 하라면서, 정작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실장이나 중간관리자가 원장님에게 가장 자주 하는 불만 중 하나입니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직원 교육도 맡겼고, 근무표도 짜게 했고, 직원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먼저 해결해달라고 했습니다. 나름대로 충분히 권한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장은 계속 말합니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
이럴 때 정말 권한을 더 줘야 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권한의 크기보다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가 서로 합의되어 있지 않은 것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알아서 해주세요”는 생각보다 애매한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직원 한 명이 또 지각했습니다. 실장이 직원에게 말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예요. 다음에 또 지각하면 스케줄에서 빼겠습니다.”
며칠 뒤 원장님이 이 얘기를 듣고 말합니다. “근데 스케줄에서 빼는 건 실장님이 마음대로 결정하면 안 되죠.”
실장은 억울합니다. “원장님이 직원관리 저한테 맡기셨잖아요.”
원장님도 답답합니다. “관리하라는 거지, 근무조건까지 실장님이 결정하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둘 다 자기 기준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직원관리’가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정한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일은 휴가에서도 자주 생깁니다.
직원이 실장에게 말합니다. “다음 주 토요일 하루 쉬고 싶습니다.”
실장이 예약 상황을 보고 답합니다. “그날은 안 될 것 같아요.”
직원은 원장에게 직접 찾아갑니다. “실장님이 휴가를 못 쓰게 하세요.”
원장은 별생각 없이 말합니다. “그냥 하루 쉬라고 하세요.”
직원 입장에서는 이제 압니다. 실장이 안 된다고 해도 원장에게 가면 바뀔 수 있다는 것.
실장 입장에서는 또 다르게 느낍니다.
“결정하라고 해놓고 원장님이 직원 앞에서 계속 뒤집으면 제가 왜 관리하죠?”
여기서 갈등은 성격 때문이 아닙니다.
휴가를 누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퇴사나 징계처럼 무거운 상황에서 생깁니다.
직원과 실장이 크게 다퉜습니다. 실장이 감정이 올라온 상태에서 말합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같이 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달까지만 하세요.”
직원은 이것을 병원의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장은 나중에 알게 됩니다.
“누가 그만두라고 했어요? 저는 그런 결정한 적 없는데요.”
이때부터는 단순한 내부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실장에게 권한을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닙니다. 어떤 일은 실장이 혼자 결정할 수 있고, 어떤 일부터는 반드시 원장과 협의해야 하는지를 미리 정하는 것입니다.
책임을 맡길 때는 결정권도 같이 정해야 합니다
“직원관리를 책임져주세요.”
이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소한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1. 실장이 혼자 결정해도 되는 것
일상적인 운영에 관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 근무표 조정
- 직원 간 업무 배치
- 정해진 기준 안에서의 휴가 조율
- 신입 직원 교육
- 일상적인 업무 피드백
이런 것까지 전부 원장님에게 확인하게 하면 관리자를 둔 의미가 없습니다.
이 영역은 실장이 직접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실장이 의견을 내고, 원장과 협의해야 하는 것
직원의 근로조건이나 중요한 인사에 영향을 주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 신규 채용
- 급여·인센티브 조정
- 직책 변경
- 반복되는 근태 문제
- 공식적인 경고나 징계
실장이 직원과 가장 가까이 일하니 의견은 충분히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누가 최종 결정하는지는 별도로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3. 실장이 단독으로 결론내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특히 퇴사와 관련된 일입니다.
- 권고사직
- 해고
- 중징계
- 중요한 근로조건 변경
이런 사안은 실장이 혼자 판단하고 직원에게 확정적으로 전달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책임만 주고 권한은 안 줬다”는 말이 나오면 먼저 이것부터 물어보세요
실장이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제가 직원들 관리하라고 해서 하고 있는데, 뭐 하나 결정하려고 하면 다 원장님한테 물어봐야 하잖아요.”
이때 바로
“그럼 앞으로는 알아서 하세요.”
라고 권한을 넓혀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실장님은 지금 어떤 부분까지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여기서 서로 생각이 꽤 다를 수 있습니다.
실장은 휴가 승인, 근태 경고, 채용 여부까지 자기 권한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원장은 근무표와 업무 배치 정도만 맡겼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 장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거창한 인사규정이 없어도 됩니다.
실장과 한번 앉아서 주요 업무를 나눠보세요.
| 업무 | 실장 결정 | 원장과 협의 | 원장 최종 결정 |
|---|---|---|---|
| 근무표 조정 | O | ||
| 직원 업무 배치 | O | ||
| 휴가 조율 | O | 필요 시 | |
| 신규 채용 | O | O | |
| 급여·인센티브 변경 | O | O | |
| 반복 근태 문제 | O | O | |
| 공식 징계 | O | O | |
| 권고사직·해고 | O | O |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가면 좋습니다.
단순히 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 상황을 놓고 맞춰보는 겁니다.
“직원이 이번 달에 세 번째 지각하면 실장님은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토요일 휴가 요청이 들어오면 실장님이 거절할 수 있나요?”
“급여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이 있으면 누가 답변하나요?”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직원이 있으면 누가 먼저 이야기하나요?”
이 질문에 원장과 실장이 같은 답을 한다면 권한의 경계가 비교적 잘 맞아 있는 겁니다.
답이 다르다면, 바로 그 부분이 앞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입니다.
좋은 위임은 많이 맡기는 게 아니라, 경계를 맞추는 것입니다
원장님이 모든 걸 직접 결정하면 병원이 커질수록 원장님이 병목이 됩니다.
반대로 실장에게 “알아서 해주세요”라고만 해놓으면 실장은 어디까지 결정해도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한쪽에서는
“책임만 주고 권한은 안 준다.”
고 느끼고,
다른 한쪽에서는
“왜 자꾸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지?”
라고 느끼게 됩니다.
둘 다 사람의 성격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할과 권한의 경계가 맞지 않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장에게 직원관리를 맡기고 있다면 한 번쯤은 이 대화를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실장님은 어떤 건 혼자 결정해도 되고, 어떤 건 저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원장님 생각도 같이 이야기해보세요.
직원관리에서 생기는 갈등 중 상당수는 권한이 너무 적어서가 아니라,서로 다른 권한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서 생깁니다.
좋은 위임은 책임을 넘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책임과 함께 결정권의 범위까지 합의하는 것.
그게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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