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아니라고 계약 시 서명했는데 퇴직금을 줘야 하나요?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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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의를 구할 때 변호사 자문을 받아 위탁진료계약서를 썼습니다. "의사 A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부당한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취업규칙도, 복무규정도, 연차 규정도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봉직의가 퇴사하며 퇴직금을 요구했을 때 원장은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계약서에 그렇게 써놨잖아요." 
실제 있던 일로 계약서 문구, 취업규칙 부재, 징계권 없음, 연차 규정 없음, 이 네 가지를 근거로 2심 법원은 봉직의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습니다.

봉직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병원에서 정한 시간에 출근해서 진료했고, 매달 정해진 급여를 받았잖아요.”

원장에게는 서로 합의한 계약이었고, 봉직의에게는 병원에 고용돼 일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안 문제없었던 계약서가, 헤어질 때는 서로 다른 주장의 근거가 됐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위탁진료계약서에 의사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의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병원 운영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판결 원문

 

“진료에 간섭하지 않았으니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생각

개원가에서는 봉직의를 다른 직원과 다르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같은 의사이고, 진료는 각자 판단하며, 급여 조건도 대등하게 협상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료의 전문적 자율성과 고용관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사건의 의사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병원이 제공한 장비로 진료했고, 매월 고정 보수를 받으며 업무 현황과 실적을 보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진료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의사 업무의 특성으로 봤습니다. 그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판결 원문

따라서 “진료는 알아서 하게 했다”는 설명만으로 계약의 성격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병원 운영 안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계약서를 보기 전에, 실제 근무 모습을 적어보세요.

봉직의를 채용하거나 계약을 갱신할 때는 다음 내용을 정리해 노무 검토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확인할 항목우리 병원에서 정리할 내용
근무시간과 장소누가 정하며, 변경하려면 어떤 협의나 승인이 필요한가?
보수 지급 방식고정액과 성과급은 각각 얼마이며, 무엇의 대가로 지급하는가?
업무 관리진료 일정·업무 현황·실적을 누구에게 어떻게 보고하는가?
장비와 운영 비용시설·장비·인력·소모품은 누가 제공하고 부담하는가?
독립적인 사업 운영 여부의사가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손익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인가?

이 항목들은 몇 개에 해당하면 근로자라고 결론 내리는 점수표가 아닙니다. 실제 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성과급이 있거나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다는 한 가지 사정만으로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자문을 받을 때 계약서만 보내면 중요한 부분이 빠집니다

“이 계약서면 문제없나요?”라고 물으면 검토도 문구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계약서와 함께 실제 근무표, 보수 지급 방식, 휴무 조정 과정, 업무 보고 방식까지 전달하셔야 해요.

 

질문도 구체적으로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이 조건으로 실제 근무하게 됩니다.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그렇다면 퇴직급여와 근로조건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확인해주세요.”

이미 위탁진료계약으로 일하는 봉직의가 있다면 다음 계약부터 문구만 고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기존 근무기간에 대해서도 정산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이 판결이 모든 봉직의를 예외 없이 근로자로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고용해 일하게 하면서 계약서에만 근로자가 아니라고 적는 방식은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봉직의 채용 비용을 계산할 때도 매달 지급할 금액만 봐서는 부족합니다. 실제 고용관계에 따라 부담할 비용까지 확인해야, 퇴사 시 정산이 ‘예상하지 못한 추가 요구’가 되지 않습니다.

좋은 계약은 실제 근무 방식을 정확히 담고, 함께 일할 때와 헤어질 때의 비용을 양쪽이 같은 뜻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계약입니다.

 

지금 우리 병원의 봉직의는 어떤가요?

병원이 갖춰둔 것대법원이 실제로 본 것
계약서에 "근로자 아님" 명시정해진 시간·장소에서 일했는가
취업규칙·복무규정 없음실적과 근무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했는가
징계 권한 없음환자 실적과 무관하게 매달 같은 금액을 받았는가
연차 규정 없음진료 장비와 사무기기를 병원이 제공했는가

위 질문에 "병원이 정한다", "고정급이다"라는 답이 많을수록, 계약서 명칭과 무관하게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약서를 손보기 전에 운영 방식부터 다시 살펴 보세요

문구를 더 강하게 쓰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위탁 관계로 운영하려면 근무 시간과 장소를 봉직의가 재량껏 정하고, 급여도 진료 실적에 연동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시간과 장소를 관리하고 고정급을 지급하고 있다면, 그 봉직의는 계약서 명칭과 무관하게 근로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퇴직금과 4대보험을 함께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사건은 퇴직금 1438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형사 기소까지 이어졌습니다. 계약서 문구 하나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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