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 이펙트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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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자 얘기나 평소 직원들의 말을 잘 곱씹어 보세요. "OO님 때문에", "그 사람 있으면 숨 막혀서." 세 번, 네 번 반복되면 그건 직원들 성향 문제가 아니에요. 병원 직원 후기에서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궁금해집니다. 한 사람 때문에 다른 직원이 계속 나간다면, 원장은 왜 그 사람을 그대로 두는 걸까요?

그리고 원장님은 이미 알고 계세요.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죠.


왜 알면서도 방치할까요?

쉽게 손대지 못하는 사정은 있습니다. 

“말이 좀 세긴 해도 일은 잘하니까.”
“개원 때부터 함께한 사람인데.”
“그 사람까지 나가면 당장 병원이 안 돌아가요.”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공백을 피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의 공백을 반복해서 감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봐야 합니다.

남겨두는 이유는 구체적인데, 남겨둔 대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경력 많은 A가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쉽게 떠오릅니다. 상담과 매출, 환자 응대, 신규 직원 교육까지 당장 걱정됩니다.

반면 그 A 때문에 다른 직원이 한 명씩 나갈 때의 손실은 흩어져 나타납니다. A가 무능하면 진작 잘랐겠죠. 매출 잘 뽑고, 손 빠르고, 원장님하고 오래 일해서 편합니다. 그러니 머릿속에서는 "이 사람이 만드는 매출"과 "이 사람이 태우는 직원"이 계속 저울 위에서 비교돼요. 그런데 매번 매출 쪽이 이깁니다. 새 직원 뽑고 교육시키는 비용은 눈에 안 보이거든요.

 

원장님은 직접 안 당해보셨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괴롭힘은 진료실이 아니라 데스크나 탈의실, 단톡방에서 일어나요. 원장님 앞에서 그 사람은 멀쩡합니다. 그러니 직원이 힘들다고 해도 반신반의하게 돼요. "그럴 사람 아닌데."

 

증거를 내놓으라 하면 딱히 없어서?

직원이 힘들다고 말하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했는데?"라고 되묻게 되죠. 그 순간 대화는 끝나버려요. 매일의 무시, 은근한 따돌림을 녹음해두는 직원은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로 넘어가고, 지켜보는 사이 또 한 명이 나갑니다.

 

부딪칠 자신이 없어서.

새 직원 뽑는 건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오래 일한 직원 앉혀놓고 정색하고 이야기하는 건 처음 해보는 일이죠. 그러니 그 사람과 부딪치는 대신, 다음 신입이 버텨주길 속으로 바라게 됩니다.

 

방치하면 진짜 얼마가 샐까?

신입 한 명 뽑아서 내보내는 데 드는 시간과 돈, 한번 계산해보세요. 썩은 사과 한 명 방치하는 대가가 그 사람이 만드는 매출보다 큽니다. 공고비, 면접 시간, 교육 기간 생산성 손실은 시작일 뿐이에요. 진짜 비용은 따로 있습니다. "여기 원장님은 알면서도 안 바꾼다"는 인식이 남은 직원들 사이에 퍼지는 거예요. 이게 퍼지면 신입만 나가는 게 아니라, 참고 버티던 직원까지 같이 정리됩니다.

 

그럼 뭘 해야 할까요?

“이번 직원은 기본이 안 되어 있어요.”“제가 몇 번을 알려줬는데 못 알아들어요.”

새 직원은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매일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고, 교육도 근무표도 A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체적인 이야기는 퇴사할 때야 나오고, 그때는 이미 ‘적응하지 못한 직원의 불만’으로 처리되기 쉽습니다.

그러니 확인해야 합니다. 원장이 알고 있는 상황이 실제로 양쪽 이야기를 확인한 결과인지, 한 사람의 설명을 반복해서 들은 결과인지 말입니다.

A로 부터 원장이 듣기 쉬운 이유실제로 확인해야 할 행동
“교육을 좀 엄하게 해요.”잘못된 업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가, 환자와 동료 앞에서 사람을 깎아내리는가
“새 직원이 센스가 없어요.”업무 방법과 기준을 알려줬는가, 알려주지 않은 일을 못했다고 질책하는가
“팀워크가 안 맞아요.”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특정 직원에게만 늦게 주거나 빼놓는가
“근무표 짜다 보면 불만은 생겨요.”일정 배정 기준이 있는가,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게 불리한 배정이 반복되는가
“실장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거예요.”문제를 해결하는가, 원장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게 막는가

‘썩은 사과’를 찾아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모든 문제를 한 사람의 인성으로 설명하게 됩니다. 원장이 다뤄야 할 것은 반복되는 행동과 그 행동이 허용되는 운영 방식입니다.

 

첫 번째, 퇴사자를 붙잡기 전에 남아 있는 직원에게 사실을 물어보세요

여럿을 모아놓고 “불만 있으면 말해보세요”라고 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어렵습니다. 직원별로 따로, 최근 상황을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최근 업무를 배우거나 처리하면서 막혔던 상황 하나만 설명해 주세요.”“그때 어떤 안내를 받았고, 실제로 어떤 말을 들었나요?”“필요한 내용을 누구에게 물어봤고, 어떤 답을 받았나요?”

날짜, 상황, 실제 발언, 관련 기록을 확인하세요. 문제를 지적받은 직원의 설명도 별도로 들어야 합니다. 퇴사자가 여럿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관계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 “누가 원장님한테 일렀느냐”는 추궁이나 업무 배제 같은 추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살펴야 합니다. 작은 병원에서는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제보자가 짐작될 수 있습니다. 지킬 수 없는 완전한 익명을 약속하기보다, 확인한 내용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신중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두 번째, “잘 지내라”는 당부 대신 멈춰야 할 행동을 정하세요

사실을 확인했다면 “말을 조금 부드럽게 해주세요”로 끝내지 마세요. 당사자는 말투만 바꾸면 된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환자 앞에서 직원에게 ‘이것도 못 하냐’고 말하는 행동은 중단해야 합니다. 업무 수정이 필요하면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칠지 따로 설명해 주세요. 교육하지 않은 업무를 혼자 맡긴 뒤 질책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여기에 언제, 무엇을 확인할지까지 붙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 2주 동안 신규 직원 교육 내역과 업무 전달 상태를 확인하고, 직원들과 따로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위협이나 안전 문제가 있는 사안은 개선을 기다리기 전에 즉시 보호 조치를 판단해야 합니다.

사과했는지가 아니라, 같은 행동이 멈췄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세 번째, 그 사람을 건드릴 수 없게 만든 의존도를 줄이세요

교육도, 근무표도, 환자 정보도, 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도 한 사람이 독점하고 있다면 다른 직원은 그 사람과 문제가 생겨도 벗어날 곳이 없습니다. 원장 역시 그 사람의 설명에 의존하게 됩니다.

바꿔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 신규 직원 교육 항목과 완료 여부를 남겨, ‘가르쳤다’는 말을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 근무표와 업무 배정에 기준을 두고, 갈등 이후의 변경은 원장이 확인합니다.
  • 환자와의 약속과 미처리 업무를 병원 기록으로 남깁니다.
  • 실장과의 문제를 원장에게 직접 전달할 경로를 둡니다.
  • 핵심 업무는 다른 직원도 실제로 수행해보게 합니다.

이 장치들은 특정 직원을 견제하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일을 잘하는 실장에게도 모든 교육과 운영이 몰리지 않게 하고, 새 직원이 사람 눈치를 보며 업무를 배우는 상황을 줄여줍니다.

 

네 번째, 바뀌지 않을 때의 결정까지 해야 합니다

확인된 문제 행동이 반복되는데도 매번 “이번만 조심해 달라”고 하면, 직원들은 병원의 실제 기준을 알게 됩니다. 일을 잘하거나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선되지 않으면 관리·교육 역할을 계속 맡길 수 있는지, 권한과 업무를 어떻게 조정할지, 함께 일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실제 인사 조치는 확인된 사실과 적용 절차를 검토해 진행해야 하지만,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장의 문제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한 번 자리를 마련해 서로 사과하게 했다고 해결된 것도 아닙니다. 그 뒤 신규 직원이 질문할 수 있게 됐는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문제를 알린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원장에게 필요한 질문은 “그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처럼 일하는 동안, 우리는 누구를 계속 잃고 있는가?”

직원이 오래 남는 병원은 문제를 한 번도 겪지 않는 병원이 아닐 것입니다. 적어도 확인된 문제를 알렸을 때, 원장이 실제로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병원이어야 합니다. 그 경험이 있어야 직원도 퇴사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할 이유가 생깁니다.

 

원장님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당장의 매출과 익숙한 얼굴을 놓기 싫어서, 불편함이 싫어 미뤘을 뿐이죠. 그런데 그 미룸의 청구서는 한 사람이 아니라, 그 병원을 거쳐 간 여러 명의 퇴사로 돌아옵니다. 매출로 저울질하지 마세요. 행동으로 먼저 판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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