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계약 끝냈는데 병원이 이겼습니다

하지만 병원이 이긴 이유는 기간제여서가 아닙니다

2026.09.14
from.
애프터닥
첨부 이미지

기간제 근로자 A와의 계약이 2020년 3월 17일 기간 만료로 끝났습니다. 병원은 서면 없이 구두로만 종료를 통지했습니다. A는 근로기준법 27조의 서면통지 의무를 어겼으니 계약 종료가 무효라며 미지급 임금·퇴직금 8,700만 원을 청구했고,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으니 병원 직원들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더했습니다. 결과는  A 패소, 항소 기각.

"기간제니까 통보만 하면 끝 아닌가요?"

결론만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이 판단이 성립하는 조건을 정확히 봐야 합니다.

 

병원이 승소한 이유는 소명을 잘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적용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근로기준법 27조는 "해고"에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기간제 계약은 기간이 차면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지 병원이 결단해서 자르는 "해고"가 아닙니다. 그래서 갱신 거절이나 기간 만료 종료에는 27조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이미 정리해뒀습니다(2021두45114). 병원이 정당한 사유를 잘 소명해서 이긴 게 아니라, 이 사안이 애초에 서면통지가 필요한 영역 밖에 있었던 겁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우리도 정당한 이유 있으니 서면 안 해도 되겠지"로 오독하면 방향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이유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의 성격 문제입니다.

 

기간제라고 다 같은 기간제가 아닙니다.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한데요, 계약서상 기간의 정함이 있는지, 실제 그 기간이 만료했는지. 
만약 같은 직원과 동일한 계약을 여러 번 반복해 갱신해 왔다면, "갱신기대권"이라는 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우리도 기간제니까 서면 없이 끝내도 무방해!"라고 생각하시기 전에 특정인과 우리 병원 간 계약이 몇 번 갱신되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해요. 이건 노무사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괴롭힘이 있었으니 진술은 못 믿는다"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A는 별도 입증 없이, "괴롭힘이 있었으니 병원 측 직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방식으로 다퉜습니다. 법원은 괴롭힘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고, 그 결과 직원 진술의 신빙성을 깎을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이 원장님께 주는 메시지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병원 쪽 직원들의 진술이 법원에서 힘을 가지려면, 그 진술이 막연한 인상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반대로 "그 사람 원래 좀 이상해요" 같은 인물평 위주의 진술이었다면, 신빙성 다툼에서 더 쉽게 흔들렸을 수 있습니다.

 

병원이라서 다르지 않은 지점, 다른 지점

기간제 계약과 서면통지 의무의 관계는 병원이라서 특별한 게 아닙니다. 업종 불문하고 적용되는 법리입니다. 다만 병원에서 더 신경 써야 할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간호·보조 인력을 기간제로 여러 차례 재계약해온 병원이 적지 않은데, 이 반복 갱신 이력이 쌓이면 "이제는 사실상 계속고용을 기대할 만하다"는 갱신 기대권 판단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계약서만 "기간제"라고 되어 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실제 갱신 횟수와 운영 방식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것만은 기억하고 실행해 주세요

  • 우리 병원의 "기간제" 계약이 진짜 기간제인지 확인한다. 몇 번 갱신됐는지, 반복 갱신이 관행처럼 굳어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한다.
  • 갱신을 안 할 계획이면, 계약 만료 훨씬 전에 그 뜻을 분명히 전달해둔다. 서면 의무가 없더라도 미리 알리는 편이 분쟁 소지를 줄인다.
  • 직원 관련 진술이나 기록은 인물평이 아니라 사건 중심으로 남긴다. "이상하다"가 아니라 "몇 월 며칠 무슨 일이 있었다"로 적어야 나중에 힘을 갖는다.

 

이 판례가 주는 메시지

"기간제라서 서면 안 해도 된다"가 아니라 "기간제의 성격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서면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가 정확한 결론입니다. 그리고 병원을 지킨 두 번째 힘은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한 직원들의 진술이었습니다. 계약의 성격을 매년 다시 확인하는 것 & 사건을 인물평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 두 가지가 이번에도 같은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계속 강조드리는 건 바로 '기록'입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닥터오너스클럽레터

개원하는 순간 경영자가 되셔야 하는 원장님의 사람 고민을 나눕니다

뉴스레터 문의dr_ownersclub@medipal.co.kr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