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review | 악동뮤지션 [Next Episode]

장점과 단점이 순환하는 앨범 / 차우진

[Next Episode]는 장점과 단점이 매우 선명한 앨범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양가적인 감상, 일종의 아이러니를 전달하기에 이 프로젝트는 그 야심만만함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선희("전쟁터")부터 아이유("낙하"), 자이언티("BENCH"), 빈지노("째깍 째깍 째깍"), 크러쉬("Stupid love song"), 최정훈(잔나비, "맞짱"), 샘킴("EVEREST")에 이르는 조력자를 섭외한 기획, 그리고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각각 제작하겠다는 계획은 그 자체로 이 프로젝트가 구성이나 형식만큼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직 장점과 단점을 말할 때는 아니다. 일단 음악적 특징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 앨범 곳곳에 묻은 익숙한 흔적들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갈라진다. 하나는 90년대 한국 팝(그 당시에 '고급' 가요라고 불리던 토이, 유희열, 김광진, 김현철 등의 퓨전재즈/AOL/훵크 배리에이션)의 잔상이다. "BENCH", "째깍 째깍 째깍", "Stupid love song"에 슬쩍 묻어 있다. 다른 하나는 레퍼런스의 향연이라고 해도 좋을 무언가다. 펫샵보이스, 파슬스, 마이클 잭슨, 에드 시런의 흔적은 "전쟁터"와 "낙하", "BENCH", "EVEREST" 같은 곡에 슬며시 남겨진다. 

여기서 이 앨범의 장점은 이찬혁의 작곡 방향이 협업하는 음악가들의 스타일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한 역할을 맡는다. 다시 말해 협업의 형태를 띄지만 이찬혁의 역량은 협업하는 음악가들의 오리지널리티와 그들에게 영향을 준 롤모델의 흔적을 존중하는 쪽을 향한다. 특히 "낙하", "BENCH", "맞짱", "EVEREST"에서 이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컬래버레이션이라기보다는 오마주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악동뮤지션이라는 팀은 최근까지 이찬혁의 프로듀싱을 이수현이 완성시키는 모양새였다. 어느 쪽이 더 우위라고 할 수 없는 조합, 딱 맞아떨어지는 역할의 결과였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오직 설계자로서의 이찬혁이 부각되고, 결과적으로 '악동뮤지션'이라는 팀의 방향성과 헤게모니를 재인식하게 된다. 나로서는 '넥스트 에피소드'를 위한 과도기로 보인다.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다. 수록곡은 모두 아이러니의 구조 위에 스토리를 쌓는다. 모순과 대립이라는 외형 아래 핵심 메시지가 숨겨진다. 내게 그것은 '남의 말에 바보가 되는 길을 택하지 마세요'("째깍 째깍 째깍")라는 가사다. "전쟁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 앨범이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욕망의 합이라고 봤지만, 전곡을 들으면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생각을 고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우리는, 바로 그런 이유로 그 어느 때보다 '바보'가 될 가능성도, 안 될 가능성도 높은 타임라인에 놓여 있다. 

이 역시 장점이자 단점이다. 세계는 대칭의 아이러니가 아니라 상호적이고 다층적인 레이어로 구성된다. 갈수록 주체성, 자기결정권, 관점이 중요해지는 까닭은 동시대가 2D보다는 3D에 가깝기 때문이다.

창작자는 결국 자신에게 보이는 세계를 구현하는 존재다. 이 앨범의 장점과 단점은 데칼코마니처럼 맞붙어 있다.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순환된다. 듣는 동안 이것저것을 생각하게 되는 재미가 있지만 자칫 이 세계관이 납작해지는 순간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쉽고 그러므로 기대하게 된다. 결국 창작의 힘이란 '넥스트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 차우진

※ 넥스트 에피소드 전곡 듣기

두 사람의 긴장으로 구성된 절제미 / 랜디 서

악동뮤지션(이하 악뮤)를 리뷰하기에 앞서 항상 고민한다. 이들이 남매 관계임을 얼마만큼 의식해야 하나 하고 말이다. 우리가 남을 이해할 때 관계를 중심으로 무심코 역할을 부여함을 생각하면, 이런 선정보가 프로듀서 이찬혁과 보컬리스트 이수현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에서다.

보통 프로듀서-보컬리스트가 이루는 관계에는 대개 긴장에서 오는 다이내믹이 있다. 밴드의 작곡 멤버 - 프론트퍼슨 같은 경우 말이다. 악뮤라는 팀은 그 긴장이 남매 간의 티격태격 정도로만 조명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이번 EP는 이찬혁의 입김이 좀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풀렝스 앨범 [항해] 때도 느꼈던 점이다. 이찬혁이 가는 길은 조규찬이나 토이에 가까워보인다.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도구와 방식을 갈아입는 폭넓음, 거기에 변칙적인 구성이나 설득력 있는 멜로디를 어우러내는 솜씨 등이 그렇다.

이찬혁은 연달은 [항해]와 [Next Episode]를 통해 창작자로서 자의식을 좀 더 드러내고 자신의 증명을 공고히 해냈다. 악뮤는 과거에도 프로듀서 이찬혁의 미래를 말하며 토이의 방식을 자주 언급했다. 일명 ‘콜라보레이션 앨범’이라는 형태는 그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콜라보레이션 앨범’이니 당연히 전 트랙에 콜라보 아티스트가 있다. 5번 트랙 '맞짱' 같은 곡은 아예 악뮤의 보컬이 없다. 자연히 보컬 퍼포먼스가 주가 되는 이수현의 영역이 조금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팀으로 출연한 유튜브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이수현이 말하길, 이번에는 이찬혁에게 많이 양보했다며 [Next Episode]의 작업이 끝난 현재는 이수현의 색깔이 더 많이 반영된 다음 앨범을 작업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EP [Next Episode]에 이수현의 존재감이 희박하냐 하면 결코 아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악뮤의 음악을 이루어온 것은 이찬혁의 작사 작곡 뿐만 아니라 이수현의 보컬이기도 했고, [Next Episode] 역시 그 기반에 세워져있다.

이수현의 보컬은 부드러운 동시에 베이스가 꽉 찬 알토 음역대다. 어렵기로 소문난 이찬혁표 스킵비트 리듬을 자유자재로 불러내면서도 음감은 잠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알앤비식 벤딩이나 끝음처리로 트렌디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가사 전달은 또렷하며, 전체적으로는 지극히 절제돼있다. 선량하지만 억지로 웃지는 않는, 바운더리가 분명한 성숙한 개인의 느낌을 준다.

악뮤 음악의 주된 소재인 자아 성찰이나 휴머니즘 등은 자칫 신파로 흐를 위험이 있지만, 악뮤는 이수현 보컬의 애티튜드를 동력 삼아 이 함정에 빠지지 않고 때로는 천진하게, 때로는 무디하게 그 사이를 헤엄쳐나간다. 이선희, 아이유 등 이번 콜라보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제껏 악뮤가 만들어온 음악에 자연스럽게 묻을 만한 이들임을 알 수 있다. 모두 절제미의 화신들이다.

[아이유의 팔레트] 진행자 아이유가 두 사람의 친구로서 짚었듯, 이수현과 이찬혁의 서로 다른 성향이 악뮤라는 팀의 긴장(‘텐션’)을 만든다. 일상이나 가수 활동에 대한 시각 뿐 아니라 음악에 역시 그렇다. 두 탁월한 뮤지션 사이의 긴장감이 이 팀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앞으로 굴려나가는 원동력이다. 악뮤가 슈퍼그룹인 이유다. | 랜디 서 (대중음악해설가, bulletproof delivery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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