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경제연구소 | 크리에이터가 오래 가려면?

TMI.FM의 DJ 차우진 | 말 많고 고독한 뉴스레터 대량 발행인. 

지난 주,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에서 크리에이터 경제 리포트를 발행했습니다.

내용은 크게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크리에이터의 수익 상황을 먼저 짚고, 브랜드와 플랫폼과 웹3 관점에서 크리에이터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네, 당연히 미국을 기준으로 하는 보고서인데 나름 참고할 지점이 있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 크리에이터의 수익

전체 크리에이터 중 58%가 연봉 5만 달러(=6천5백만원) 미만입니다. 2021년 미국 가구의 실질 중위소득은 7만784달러(=9840만원)였는데요, 이 기준으로 보면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중위 소득 아래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 소득 20만달러(2억7800만원) 이상은 고소득자로 분류합니다)

또한 절반 이상의 크리에이터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브랜드 파트너십으로 얻고 있는데, 브랜드 스폰서십을 줄이고 다른 곳에서 수익을 얻고 싶어 합니다. 광고 의존도를 줄이고 싶다는 것이죠. 크리에이터의 83%가 브랜드, 플랫폼 및 팔로워를 포함하는 여러 수익원을 원한다고 합니다.

2.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들은 브랜드 스폰서십을 진행할 때 자신의 채널과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고 싶어 합니다. 비용보다 이런 핏(fit)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단순 광고보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이 비용 지급 프로세스의 개선을 원하기도 합니다. 표준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안정성 또한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는 콘텐츠의 적합성을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독점적인 접근을 허용하는 걸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브랜드가 매우 탁월한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길 원한다면, 그 스스로가 신뢰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할 가능성이 늘어납니다.

3.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4명 중 3명의 크리에이터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중 40%만이 현재의 플랫폼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89%의 크리에이터는 2개 이상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에게 기술적 지원과 비즈니스적 지원을 병행해야 합니다. 콘텐츠의 성과 지표를 분석하는 툴,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서로 원하는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 사이버 불링이나 저작권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단순한 결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4. 웹3와 크리에이터

메타버스 및 NFT에 대한 크리에이터의 입장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물론 신기술에 대해서는 대부분 잠재성을 기대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자신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27%의 크리에이터만 2023년에 메타버스가 비즈니스와 연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마저도 패션, 뷰디, 헬스,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만 비즈니스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NFT는 조금 낫습니다. 크리에이터 2명 중 1명은 NFT가 자신의 비즈니스에 조금은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6명 중 1명의 크리에이터 만이 NFT를 수익원으로 사용합니다. 이를 위해 크리에이터는 NFT 자체보다는 커뮤니티에 집중하고 독점적인 콘텐츠와 지적재산권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5.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속가능성?

리포트의 원본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거기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요약한 내용만 봐도 사실상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최근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위기로도 짐작할 수 있는, 어쩌면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얘기들일 테니까요. 다만 이 리포트를 보면서 제가 생각한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딱 하나만 얘기해보겠습니다.

수익구조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특히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는 게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럴려면 크리에이터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의 정의는 각양각색이겠지만, 저는 바로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소재로 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콘텐츠의 포맷이나 방향을 수정하고 수정하면서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을 수 있고, 그러는는 동안 지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거듭 반복하는 말이지만)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당장의 수익도 맞추기 어렵겠지만,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PMF(Product/market fit)가 콘텐츠엔 적용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회사에서 이 개념을 함부로 쓰면 안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 개념은 소비자들의 니즈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콘텐츠도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단계로 이끄는데 기여하겠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콘텐츠의 경쟁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다루는 건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니까요. 

콘텐츠는 시장에 맞춰지고, 잠재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시장에 역행할 때 강력한 영향력을 얻기도 합니다. 다수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소수가 열광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을 만들기도 합니다. (뉴진스를 예로 들 수도 있겠네요) 물론 크리에이티브로 승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콘텐츠의 전략은 제품의 전략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숫자에 휘둘리지 말고 감정에 주목하세요.

어쩌면,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속가능성이란 무난한 데이터와 안전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불확실함에 몸을 던질 때에야 발견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해볼 만 하다고 봅니다. 다만 목표와 방향을 정확하게 다듬을 필요는 있을 겁니다. 크리에이터라면, 자신에게 더 많이 집중하세요. 말많고 고독한 DJ, 차우진이었습니다. 🚀

📻 뉴진스 - Ditto (2022)

뉴진스의 새 싱글이 나왔습니다. 이전처럼 250이 작곡과 편곡을 맡았는데요, 스웨덴의 작곡가 일바 딤베르그(Ylva Dimberg)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작사에는 일바 딤베르그 외에 조휴일(검정치마)과 우효(Oohyo), 민지(MINJI)가 참여했네요. 뮤직비디오는 '돌고래 유괴단'(이상한 광고로 유명한 스튜디오)의 신우석 감독이 맡았습니다. 

뉴진스는 밀레니엄의 향수를 건드린다는 이유로 살짝 타깃이 높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그보다는 보편적인 낯섦과 동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젊은 세대의 '이상한 노스탤지어'에 관심이 많은데, 그걸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f(x)의 '핑크 테이프' 같은 것, 데뷔 초기 장기하가 탐구했던 70년대 사운드, 혹은 60년대 빈티지 디자인 같은 것들이요. (제가 75년 생인데, 산울림과 송골매와 미드센츄리 등등이 제 세대의 것은 아니죠... 하지만 저 시대의 것들은 뭔가 오리지널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처럼요.)

여기에 뉴진스는 '아이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메시지도 집어넣습니다. 막연한 슬픔 혹은 분노 같은 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슬픔이나 공포 같은 감각이요. 아이돌 뮤직비디오가 서늘하다는 게 또 거참 이상하지만서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뉴진스의 프로덕션은 아이돌이라면 이.래.야.한.다.저.래.야.한.다.라고 가이드를 친 것, 요컨대 '터부'를 작정하고 넘어가려는 것 같네요. 

덕분에 저는 낯선 것과 매력적인 것,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등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Ditto"의 비디오는 사이드 A와 B가 있습니다. 앞면/뒷면 같은 것이죠. 차례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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