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어송라이터라는 단어에 갇히고 싶진 않다, 요즘 나는 ‘큐레이터’에 가까운 것 같다"

내일의 음악 산업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의 음악 산업이 테크, 게임, 애니메이션, 극장, 패션, 공간 등 다른 산업과 뒤섞이는 건 분명합니다. 리서치 콘텐츠는 이런 관점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이슈를 다양하게 다룹니다.

<b>이미지 출처: Recording Academy</b> — **이미지 출처: Recording Academy**

지난 10월 2일, SWEAT 투어를 진행한 찰리 XCX(Charli XCX)와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그래미 U 2024 기조연설자로 섰다. 그래미 U는 2006년부터 취업을 희망하거나, 음악 산업계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등용문 역할을 해 왔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여러 지역에 챕터(Chapter)를 운영 중이며, 네트워킹과 전문가 멘토링, 아티스트 세션 등을 운영 중이다.

올해 가을 내슈빌에서 열린 2024 Fall Summit에서는 찰리 XCX, 트로이 시반이 진행한 스웨트 투어(SWEAT TOUR) 비하인드 스토리와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과정이 주제로 다뤄졌다. 스웨트 투어는 버라이어티(Variety), 빌보드(Billboard) 등에서 “올해 최고의 팝 투어”, “공연장 전체가 클럽이 된 신선한 경험” 등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싱어송라이터 릴랜드(Leland)가 모더레이터를 맡은 토크에서 두 아티스트는 투어 이외에도 음악 AI의 등장, 대중과 자기다움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최진수

🔄️ ‘하면 안 된다는 것들’을 몽땅 해버리자는 마음으로 준비

Q. SWEAT 투어는 영화 속 클럽 같은 컨셉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도전을 하게 됐는지 말해달라.

찰리: SWEAT 투어는 나에게 있어 크리에이티브의 한계를 뚫고 나가는 과정이었다. 나에게 팝 음악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이전에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해 볼지 고민하는 게 즐거웠다. 특히 라이브 밴드 없이 공연하는 걸 밀어붙인 게 포인트였다. 트로이는 항상 밴드하고 같이 공연하는데,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웃음).
트로이: 사실 찰리와 나는 같은 매니저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함께 일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고, 찰리의 의견도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찰리와 협업하며 ‘기존 밴드 편곡을 어떻게 망쳐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찰리의 파격적이고 강렬한 음악 세계와 내 음악을 충돌시키고 싶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전혀 예상이 안 돼서 더 좋았다. 내가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시도이기도 했고.

Q. 아티스트가 물을 마시거나 의상을 갈아입는 등 막간(Interlude)이 없는 것도 강렬했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구성이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찰리: 헤드라이너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관객들이 전혀 예상 못 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난 예전부터 내 작업물의 테마를 비트는 게 즐거웠고, 그런 도전을 반긴다. 팬들도 그런 경험을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투어를 준비할 때도 별 걱정은 없었다.
트로이: 관중석과 객석도 무대 만큼이나 조명을 많이 설치했다. 정말 나이트클럽에 온 것 같은,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동시에 세트 디자인 등은 미니멀하게 마감해서, 공간을 추상적으로 활용했다. 그랬기에 더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 내가 구리게 느껴지는 순간을 반드시 지나와야 하더라

Q. 둘 모두 오랫동안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작곡 과정에 변화가 있었는지, 만약 그랬다면 어떤 것이 변했는지 알고 싶다.

트로: 사실 곡을 쓴 지는 10년쯤 됐는데… 나를 오래 봐서 알겠지만, 그 시간 동안 가장 크게 변한 건 내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마음대로 곡이 안 써지면 1주일 내내 우울했다. 프로듀서와 어떻게 대화할지도 몰랐고, 기술적 지식도 없어서 항상 내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음악을 만드는 정석적인 방법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곡을 쓰거나 막혀도, 생각한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도 과정의 일부라는 걸 온전히 이해한다. 그래서 요즘엔 산책도 하고, 좋아하는 초밥도 먹으면서 쉬는 시간도 가진다. 그러다 보면, 내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도 생긴다.

찰리: 정말 동의한다. 나의 예술성에 대한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더라. 솔직히 커리어 초반엔 자신감 ‘만’ 있었다(웃음). 그러다 처음 만든 몇 곡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나를 따라하는 사람들, 비슷한 걸 계속해달라는 목소리들에 포위됐다. 그러면서 소위 ‘터지는 곡을 써야 한다’라는 강박감에 시달렸고, 도저히 곡이 안 써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brat]을 작업할 때는 음반사에 대놓고 말했다. “내가 원하는 식으로만 하겠다”고. 이전에 배운 음악적 지식을 지우고, 내가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brat으로 말하고 싶은 선언(manifesto)도 명확해졌다. 싫은 것에 싫다고 말하는 것. 그게 곧 brat이었고, 핵심 메시지가 명확해지자 앨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예전에도 내 메시지를 넣으려는 시도는 했지만, brat만큼 강렬하진 않았던 것 같다.

Q. 코로나19도 음악 작업이나 가치관에 있어 큰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 어땠는지 궁금하다.

트로이: 그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사건을 겪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 공연장에서 팬들과 신나게 노는 것, 음악으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 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으로 느껴졌고, 그게 이후 작업에도 영향을 크게 줬다.
찰리: 음악을 만들 때 정해진 단계를 따르는 것보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느꼈다. 난 솔직히 음악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그랬기에 내가 어떤 순간에 느낀 점이나 감상을 솔직하게 음악에 담으려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사람들을 이어준다고 믿는다. ‘코러스 앞에는 이런 코드가 나와야 함’ 같은 규칙의 시대는 끝난 느낌이랄까.

Q. 송라이팅 과정도 얘기해 보고 싶다. 항상 작업이 잘 되진 않을 텐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돌파구를 찾는지 궁금하다.

트로이: 작년 10월 정규 3집 [One of You Girls]을 작업하면서 느낀 건, 수많은 크고 작은 경험들이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길을 보여준다는 거였다. 앨범 프로듀서가 스튜디오에서 들려준 가족 이야기, 전 연인과의 이별 경험, 우연히 유튜브에서 찾은 귀에 꽂히는 리듬… 그런 것들을 가사와 리듬으로 쭉 풀어놓는다. 좀 횡설수설한 답변 같은데(웃음), 그런 경험들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고 생각했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답이 보이더라.

찰리: 을 만들면서, 내 친구나 지인들과 메신저로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가사를 썼다. 그러면서 정말 니치한 취향을 언급하거나, 몇몇 사람들만 아는 지명을 집어주거나 하는 식으로 노랫말을 만들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색다르고 캐치하게 다가갔던 것 같다.

⏏️ 아티스트가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Q. 둘은 정말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곡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열린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찰리: 나는 어떤 아티스트가 곡을 받는 걸 이상하게 느낀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본다. 난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척할 생각도 애초에 없다. 휘트니 휴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거장들도 좋은 작곡가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지 않나. 그만큼 자기 퍼포먼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가능한 것 아닐까.
트로이: 찰리 말에 공감하는 게, 나는 물론 싱어송라이터지만 그 단어에 갇히지는 않으려고 한다. 요즘 들어서 나는 ‘큐레이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명할 수 있는 감성이나 느낌을 포착하면, 정말 뛰어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그게 진짜 쿨한 거고. [Rush]를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좋은 음악 있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올렸는데, 알렉스 채프먼(Alex Chapman)이 DM으로 협업을 제안해서 같이 만들게 됐다.

Q. AI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미 인공지능이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찰리: 새로운 도구는 언제나 환영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있는 업계도 그렇고, 다른 업계도 이런 ‘시스템 전복자(system toppler)’는 계속 나오지 않았나. 스트리밍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슷했다. 모두가 당황스러워했고, 업계가 어떻게 유지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콘텐츠의 세계도 열렸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음악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AI를 잘 몰라서 이렇게 얘기하는 걸 수도 있지만, 나는 AI도 스트리밍처럼 창작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도록 유도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티스트와 업계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 마련은 꼭 필요한 일이다. 다만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AI가 그 자체로 하나의 악기가 될 거로 생각한다.
트로이: 나는 앞으로가 아주 기대된다. 만약 내가 호주에 있는 11살 꼬마였을 때, 음악에 관한 질문을 입력했을 때 코드 진행이나 연습법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다면 나의 행보도 많이 달랐을 것 같다. AI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전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상상만 했던 음악도 가능해질 거라고 본다.

쉽게 만들어지는 파격은 없다. brat이라는 문화 신드롬을 만들어낸 찰리 XCX도, 2023년 빌보드 최고의 노래 7위를 기록하는 등 착실하게 성장 중인 트로이 시반도 자신에 대한 의심과 불확실성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 과정이 있어서 두 아티스트 모두 자신의 예술성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온 결과물일 뿐이었다. 두 아티스트는 AI의 시대이기에 오히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더 깊게 고민하고, 시행착오의 바다를 헤엄쳐야 빛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 최진수

👉 그래미 U 2024 가을 서밋 영상 (풀 버전)

GRAMMY U Fall Summit Featuring Charli XCX and Troye Si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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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am behind Sweat reveal how the joint Charli XCX and Troye Sivan tour became the season's hottest ticket.

www.billboard.com

“(이 투어는)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요. 사람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춥니다.” 슈트라우스가 덧붙였다. “경기장을 클럽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는데, 경기장이 말 그대로 흔들리기 시작하자 저는 ‘좋아, 성공이야.’라고 생각했어요.”
빌보드 매거진

Charli XCX and Troye Sivan Bring the Party (and Star-Studded Afterp...

Charli XCX and Troye Sivan reached the peak of their pop prowess during the Los Angeles stop on their co-headlining Sweat tour.

variety.com

찰리와 트로이는 그들이 항상 제안했던 방식으로 시대 정신을 포착했습니다. 그런 태연함은 당신의 주의를 요하는 무형의 특성입니다. Sweat 투어를 통해 두 팝 스타의 많은 것이 분명해졌고, 계속 성장하는 그들은 팬들을 자신의 궤도로 끌어들였습니다.
버라이어티

Charli xcx and Troye Sivan’s Sweat tour review – a pop triumph

The duo hit the stage, along with some special guests, for a high-energy stadium party that was hard to resist

www.theguardian.com

시반의 카탈로그와 찰리의 난폭한 음악이 고르게 배치된 Sweat의 상호 연결된 챕터는, 각각의 스타일(느긋함, 관능적, 따뜻함; 삐죽삐죽함, 고동침, 황홀함)이 고르지 않게 짝을 이루며, 일종의 팝 승리 파티로 바뀌었다.
가디언

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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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수 | 찰리 XCX와 트로이 시반의 [그래미U 2024] 토크 세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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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미 U 2024 가을 서밋 영상 (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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