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토크 후기 |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매주 월요일 밤에 진행하는 멤버십 오픈 토크의 요약본입니다. 지난 주에는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라는 주제로 커리어 토크를 진행했는데요, 이번에는 10명 남짓한 분들이 모였습니다. 원래는 제가 준비한 자료를 얘기하려고 했는데, 제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간단하게 각자 하는 일을 소개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이디는 생략하고 대화 중 몇 개를 발췌합니다. 

첫 번째 질문: 나의 일을 어떻게 정의할까?

- 저는 '돌멩이 관찰가'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길에 놓인 돌멩이는 아무 가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각각은 나름대로의 매력과 장점이 있거든요. 저는 돌멩이를 관찰하면서 그 돌멩이가 가진 매력과 장점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람일 때도 있고 회사일 때도 있고 다른 뭔가가 될 수도 있어요.

- 저는 현상을 보고 분석하는 일을 하는데, 제가 하는 일을 정의하면 '숫자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늘 제가 하는 일이 '가치를 생산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고, 동료들과도 자조적으로 '자본주의의 좀벌레'같다는 얘기도 자주 해요.

- 저는 오랫동안 '남들이 만든 것에 한 마디 말을 얹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매우 괴로워서 없애거나 도망치고 싶었는데 '누군가를 돕기 위한 일'로 정의하면서 조금 나아졌네요.

- 어쩌다보니 전공도 아닌데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영화 스코어나 광고 음악 등 기능적인 음악을 주로 만들었고, 얼마 전부터 가요 쪽 일도 맡으면서 조금씩 넓히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은 주로 '의뢰'를 받아서 하는 일이고 제가 직접 뭘 해보기가 어려워요. 그런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있어요.  

- 저는 사업을 하는데, '다음 세대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기술을 전공했고 음악을 만들지는 않지만, 청취자가 음악 생태계에 개입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드는데 기여하려고 합니다. 

- 건축업계에 있는데 건축사무실이나 설계사는 아니에요. 저는 독창성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창의성이 탁월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힙한 걸 좋아하지만 힙한 걸 직접 하지는 않아요. 이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웹3에 관심이 많아요.

-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요. 동료들과 창업을 준비 중이고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관심이 많은데, 우연히 이 레터를 보고 생각하는 바가 비슷해서 구독하고 있어요. 만화와 웹툰을 좋아해서 작가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어요. 꾸준하게 자기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익화를 돕고 싶어요.

두번째 질문: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

- 사업을 하는 이유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생태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요. 돈을 목적으로 했다면 회사를 더 열심히 다니면 될테고, 굳이 리스크를 질 필요도 없겠죠.

- 제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있어도 직업 특성 상 큰 기업의 대표나 임원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저는 지역에서 학교를 다녀서 졸업 후에 서울에 왔는데, 30대의 나이에 그런 기회를 얻었다는 건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 덕분에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디자이너를 위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요. 겉에서 보면 디자이너를 위한 소재를 제안하는 서비스인데, 궁극적으로는 디자인 실무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너무 훌륭한데, 이 친구들과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 밖에 없구나... 그래서 지금 제 고민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고 지속가능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는 거에요.  

느낀 것: 일의 재정의는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두 시간 동안 나눈 얘기를 여기에 다 정리할 수는 없을 겁니다. 또 그렇게 하지도 않을 거고요. 다만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한 지 3년 차든, 10년 차든, 20년 차든 상관없이요.  

우리는 보통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방향이 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눈에 저는 주도적으로 일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저는 '내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걸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년의 제 커리어는 실패의 연속이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당연히, 거기서 매우 많은 것들을 계속 계속 배웠던 것 같아요. 앞으로 20년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때에도 뭔가를 배웠다는 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한편, 이렇게 일을 재정의하는 게 필요한 이유는 일종의 시대 흐름 때문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2013~15년 무렵부터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그 용어나 개념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진짜 중요한 건 좀 더 근본적이고 거대한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거니까요. 이런 걸 '소용돌이'라고 표현한다면 그 직접적인 영향은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직업 분야에 미칠 겁니다. (2003년의 저는 'IT 서비스 기획자'로 불리기도 했는데, 2013년이 되자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종이 아예 사라지다시피 했더군요)

아무튼, 그런 이유로 우리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여러분과 만나는 2시간이 정말로 소중해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뭔가를 나누는 시간으로서 말이죠. 

※ 2022 가을 '오픈 토크' 일정 안내

오늘 저녁에 진행하는 오픈 토크는 '게스트 토크'입니다. 엔터, 테크, 팬덤이라는 주제로 네모즈랩의 전수진 대표와 주상식 전 SM 엔터테인먼트 CTO님을 초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오늘 밤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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