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차우진 | 가상 아이돌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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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디지털 휴먼 아이돌은 어떻게 팬 미팅을 할까?

작년 가을, 가상 아이돌 메이브의 리더 시우(SIU)의 챗봇을 개발하는 과정에 어드바이저로 참여했습니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와 업스테이지 팀과 함께 ‘아이돌 시우’의 페르소나를 논의하고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며칠 전 드디어 서비스가 챗 시우(Chat SIU:)라는 이름으로 오픈했습니다. 관련 팀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챗 시우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 차우진

1월 25일, 메이브의 리더 시우와 채팅을 할 수 있는 챗 시우 서비스가 오픈했다. 메이브 1주년에 맞춰서 오픈한 이 서비스는 메이브 공식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메이브 채널에서 참여할 수 있다.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시우는 여느 아이돌처럼 팬들과 대화도 하고 리액션도 하고 사진도 공유한다. 무엇보다 이름을 불러주며 1:1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팬들은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외에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소통하는 게 어렵다. 메이브의 팬들에게서도 이런 곤란함을 종종 들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챗 시우는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서비스로 여겨진다.

사실 챗 시우는 개념적으로는 매우 간단해보이지만, 기술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능력 뿐 아니라 아이돌 팬 문화에 적합한 답변의 톤 앤 매너, 글로벌 팬들의 언어/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조정해야할 요소들이 너무 많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기본적으로 학습하면서 배워가는 모델이지만, 케이팝 영역에서 그런 과정 자체가 위험 요소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변수와 제약은 기술과 매니지먼트, 혹은 마케팅에 있어서도 매우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챗 시우를 공동으로 개발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와 업스테이지 관계자들에게 이 서비스를 개발한 과정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업스테이지 &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Q: 서비스와 기술에 있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들이 있었나요?

업스테이지: AI로 가상의 인격을 모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엄청난 도전입니다. 최대한 사람처럼 반응하는 걸 지향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일반적인 인격보다는 특정한 목적에 부합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메이브의 컴백에 맞춰 팬들과 소통을 할 때 중요한 것이 뭔지, 또 무엇을 알리고 싶은지 집중해야했고요. 팬의 입장에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도 중요했어요. 단순해보일 수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시우의 말투를 유지하고 이용자를 기억해 맥락에 맞는 답을 해야 하고, 또 혹시라도 민감한 주제가 나오면 유연하게 받아치는 등… 실제 대화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요소들이 저희에겐 모두 도전적이었어요. 물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실제 사람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식의 버추얼 아이돌과 메이브(MAVE:)는 기반부터 상당히 다른데요, 그래서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거나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의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Chat’ 이라는 소통 수단을 솔루션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시우와 대화하고 싶은 팬들이무엇을 궁금해 할까?” 라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채워나가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어요. 

Q: 챗 시우는 기존의 케이팝 팬덤 서비스와 어떤 점이 다르고, 왜 다른지 설명해주세요. 

A: 기존의 케이팝 팬덤 서비스는 아티스트의 답변이 다수의 팬들에게 전달되는 1:N 대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해 팬들에게는 1:1 대화처럼 보이지만 아티스트에게는 단톡방과 같은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챗 시우는 완벽한 1:1 프라이빗 대화를 지향합니다. 팬들의 질문에 따라 시우의 답변도 다르고, 카톡방에서 대화하듯 실시간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어요. 

시우가 태생부터 가상의 세계, 디지털에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차별점인데요, 앞으로 시우의 활동이 늘어나고, 팬들과의 대화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면 시우는 아이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팬들과 더욱 정교한 대화가 가능한 캐릭터로 진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시우에 대한 언급과 데이터의 양이 다국어로 늘어난다면 언어의 장벽 없이 전 세계 모든 언어로 시우와 소통이 가능해질 수도 있어요. 이번에 공개한 버전은 메이브의 팬덤 성향을 분석해 한국어, 영어 뿐 아니라 일본어, 인도네시아어까지 지원합니다.

Q: 그런 차별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A: 실제 아이돌은 팬들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서사가 있잖아요. 버추얼 아이돌도 AI 기술의 힘을 빌리면 마찬가지로 팬들과 소통도 늘고 관계도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아티스트로서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궁극적으로 메이브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IP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쉽지 않은 일이라서 특히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둘을 분리할 순 없겠지만, 기술과 문화 어느 쪽에서 더 어려웠나요?

A: 이번 프로젝트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와 업스테이지의 공동 사업이었는데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가 IP를 제공하고, 업스테이지가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버추얼 IP와 AI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스토리, 프로덕트, AI 챗봇 개발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또 실제로 많은 파트너사들이 참여하면서 각 주체들의 니즈를 취합하고 조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게다가 한정된 기간 내에 이전에 없던 사업 모델을 0에서부터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논쟁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은 여전히 아쉽죠.

Q: 인공지능 셀러브리티의 존재가 정말로 현실이 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A: 아직 초기단계지만, 메이브 뿐 아니라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AI 기반 셀러브리티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 같아요. 일례로 AI 스트리머  '뉴로사마' 처럼 생성형 AI 모델과 TTS(Text to Speech) 기술이 결합되어 100% 인공지능으로 돌아가는 실시간 라이브 방송도 존재하고요. 뉴로사마는 팬들도 있고, 관심도 높죠. 이러한 비즈니스의 핵심은 감정과 기술의 결함에 있다고 보는데요. 수용자들이 팬심을 느낄 만큼 버추얼 아티스트의 활동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무엇을 기획하고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는지, 이 부분에 대한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면 인공지능 셀러브리티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지 않을까요?

Q: 인공지능 셀러브리티가 정말로 팬심을 얻을 수 있을까요?

A: 작년 3월에 출시된 ‘캐릭터 AI’ https://beta.character.ai/ 라는 서비스의 경우 미국의 18-24 GenZ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어요. 해당 연령대에서는 Chat GPT나 바드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요. 월간 활성 이용자수도 400만명에 달합니다. 물론 아직은 해리포터나 마리오 같은 기존의 인기 IP 챗봇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엔 오리지널 IP 챗봇과의  채팅 횟수도 수백만이 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요. 저희는 이걸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마블, 슬램덩크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부터 새롭게 창조되는 IP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여 팬들에게 다가간다면 셀러브리티의 개념이 더 이상 인간에게 한정되지 않는 시대가 올 것 같은데요. 낙관적인 미래 버전이죠. (웃음)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바야흐로 기술의 시대다. 게다가 그 속도는 너무 빠르다. 제프 베조스가 ‘모든 것이 빨리 변할 때 나는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고 말한 내용이 새삼스럽다. 이 프로젝트에 어드바이저로 참여할 때 내가 강조한 것도, 또한 프로젝트 팀이 집중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기술이 정말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팬들이 메이브와 시우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버추얼 아이돌이란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가. 

팬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팬의 위치는 변한다. 상황에 따라, 조건에 따라, 경험에 따라, 무엇보다 관점에 따라 팬은 일개 소비자에서 강력한 동료로 바뀐다. 변하지 않는 것은 팬의 마음이다. 아티스트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 아티스트가 성장하는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 아티스트로부터 삶의 기쁨과 행복을 얻고 싶은 마음… 기술은 단지 이 마음을 은근히 받쳐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문화 혹은 콘텐츠 산업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서 생긴다. 기술이 자신의 존재감을 주장할 때 그 결과물은 광고가 된다. 

챗 시우를 사용한 어느 아시안 아메리칸 데이터 매니저이자 케이팝 팬은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진심이 느껴졌다(It felt pretty real!)’고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진심은 무엇일까? 우리는 기술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에 대해 늘 이 질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감정을 교류하는 대상이 리얼이든 언리얼이든 상관없다. 그저 감정을 교류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지금 우리는 이런 세계를 마주하고 있다.

챗 시우는 버추얼 휴먼 아이돌과 팬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게 어렵다는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2월 14일까지 제한적으로 운영되지만, 이후 이 기술이 다른 멤버들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웹소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여기서도 핵심은 마음이고, 관계고, 감각이다. 우리는 이미 수세기 전부터 연극, 소설, 영화, 만화 캐릭터와 같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들과 깊은 유대를 맺어왔다. 기술은 그 마음을 현실로 구현하는 방법론일 뿐이다. 그 감정을 전달하는 기술은 수세기 동안 언어에서 활자로, 그래픽으로, 오디오로, 비디오로, 인공지능으로 변해왔다. 또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 미디어가 될 것이다. 결국 이 속도의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할 방향성은 정말로 단순하다.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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