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레터#43 | 당신이 혼자일까봐 걱정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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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아(밴드 도마)님의 명복을 빕니다.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요. 수아님의 부고를 듣고 지인들이 떠오른 건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도마라는 밴드와 관련되어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그 친구들 중 일부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거나 회복하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적어도 제 친구들 중 1/3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친구도 있고요. 저 역시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아직도 가끔 공황장애와 수면장애를 겪을 때가 있어요. 그러는 동안 저는 정신 건강이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관계의 문제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이 문제가 극복의 영역이 아니라 수긍의 영역이라는 것도요. 

주변 사람들이 중요하죠. 그러나 이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작습니다. 어쩌면 그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중요할 수도 있어요. 이런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지금의 괴로움이나 공포, 불안 혹은 만사귀찮음, 정말 한없이 하찮은 감정들을 끌어안고 있는 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도 그럭저럭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인 존재들이니까요. 종종 나를 위해서 이타적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일,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나를 살게 하기도 하니까요.

3년 전,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인이 메시지를 보냈어요. 오랫동안 문제를 겪었다고 말하며 이제는 병원에도 정기적으로 가고, 사람들도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요. 날이 따뜻해지면 맛있는 커피와 단 것을 먹자고 말했어요. 그렇게 틈이 날 때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낄낄대기도 하고 진지한 얘기도 나누면서 만날 날을 기다렸는데, 어느 새벽에 갑자기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동생이 경찰이 그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지옥을 견디고 있어요. 그래요. 하지만 저는 더이상 가까운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아마도 그런 마음일 겁니다. 1년 가까이 밤레터를 쓰면서, 크리에이터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는. 

달라지는 환경과 방법적인 문제들 뿐 아니라 고독감과 고립감 같은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조금 다른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게 붙은 이 낯설고 이상한 감정을 버리지 않고, 잘 끌어안을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적절한 방법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방법을 찾고 싶어서 지인들과 얘기하고 고민을 나누고 있어요.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 좀 막막하지만, 그래도 지금 그 고민을 함께 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이 있다면 답장을 보내도 좋고, 이 링크에 글을 남겨주셔도 좋겠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그 문제를 해결한 방법에 대해서, 혹은 함께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든, 뭐든 좋아요.

저는 제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모두들, 오늘은 부디 깊은 잠을 잘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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