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는 무엇을 어떻게 파나요?

2005년, 당시 나는 네이버를 그만두고 광야를 떠돌던 입장이었는데, 회사 밖에서 접한 웹 2.0의 '공유와 개방'이란 개념이 썩 나쁘지 않았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말도 이때 처음 들었다. 나는 2003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썼고, 이런저런 이유로 블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직간접적으로 만났던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게 인터넷은 그야말로 '확장된 관계' 그 자체였다. 당시 나는 종종 블로그 댓글 이벤트를 열었고, 당첨자에게는 내가 블로그에서 소개한 음악의 mp3를 CD에 구워 우편으로 발송하곤 했다. 커버와 속지까지 만들고 손편지도 썼다. 뽁뽁이도 샀다. 적게는 5장, 많으면 10장도 넘었다. 배송비도 내가 부담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점심 시간을 쪼개어 우체국에 가서 일일이 그걸 보내는 게 진짜 즐거웠다. 답례로 선물을 보내주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과 그렇게 연결된다는 게 그저 신나고 즐거웠다.

내게 웹 2.0이란 이런 경험을 개념화한 용어였다. 그래서인지 웹 3.0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이 글은, 이런저런 정보를 취합해서 정교하게 정리했다기보다는 경험적으로 '지금'을 살펴보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모두가 (잠재적인)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

UGC: 사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없다면 인터넷도 없다

수년 전부터 나는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질 거라고 얘기하곤 했다. 팬덤 때문이었다. 기업이나 브랜드 뿐 아니라 개인들까지도 모두가 팬덤을 원하는 시대가 오고, 팬덤의 경험이나 사례가 비즈니스 구조에서도 더 중요해질 거라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 특히 비즈니스 사이드의 사람들이 팬 경험이나 팬 문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꽤 많은 사람들이 팬을 그저 '팔다리 달린 ATM'처럼 간주하곤 했다.

이런 오류를 피하려면 팬덤을 특이하거나 이상한 집단이 아닌 문화 공동체라는 관점으로 봐야한다. 이들은 나이, 성별, 학력이나 지역 같은 기준이 아니라 특정 관심사로 묶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특정 관심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인데, 이에 대해선 나중에 정리해보자) 이러한 특별한 관계성의 위계와 서열이 공동체적 경험을 만든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인터넷을 경험한 맥락과 동일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인터넷은, 적어도 내게는, 거대한 공동체의 다른 이름이다. 익명의 사람들이 특정한 관심사(=키워드)로 연결된 커뮤니티 그 자체다. 이런 관점에서, 사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인터넷을 작동시키고, 사용자 생산 콘텐츠가 커뮤니티(=인터넷)를 확장시킨다. 데이터가 중요하다, 메타데이터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과연 이 데이터란 무엇인가. 같은 맥락이다. 콘텐츠의 메타데이터는 결국 사용자의 메타데이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UGC(User Generated Content)는 PC 통신 시절부터 존재했는데, 흐름 상 게시판에서 블로그로, 블로그에서 SNS로, SNS에서 블록체인으로 이동했다고 본다. 그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NFT 등으로 포맷의 헤게모니가 변했을 뿐, UGC 자체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개인(=네트워크 사용자)은 모두 잠재적인 크리에이터라고 본다. 바로 이것이 문화를 바꾸고, 생태계를 바꾸고, 시장도 바꿀 것이다.

그러면 콘텐츠라는 기준으로 인터넷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무한히 확장하는 커뮤니티이자 콘텐츠 제너레이터(즉, 생산 기계)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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