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업을 크리에이터 경제의 관점으로 보기

안녕, 오늘은 '크리에이터 경제', 흔히 '열정 경제(Passion Economy)'라고 불리는 영역에 대해서 얘기해볼 생각이야. 일전에 곰사장님이 쓴 3편의 글과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 또한 내가 티엠아이 에프엠을 운영하면서 정리한 '크리에이티브 오너십'이라는 개념과 방향에 대한 보충 설명이기도 해.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1. 유료 구독모델 운영자로서 배우고 있는 것들

티엠아이 에프엠 뉴스레터를 유료로 운영한지 4개월이 지났다. 알다시피 월 구독료 1만원, 그 중 (원천징수를 제외하고) 80%가 수익이 되는 구조다. 총 구독자는 2021년 6월 14일 기준으로 2600명을 넘긴 상황.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신기하고 고맙게도 매일 같이 적은 수가 꾸준하게 늘어나는 중이다. (운영자로서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때, 유료구독자는 몇 명일까? 

월간/연간 유료 구독자를 합해서 전체 구독자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료구독의 전환율이 5%라는 뜻. 누군가 이 정도면 엄청난 리텐션이라고도 했는데(보통 쇼핑몰의 전환율은 1~2% 수준이다) 글쎄, 나로서는 유료 구독모델은 전환율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므로 참고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추후에 더 얘기해볼 생각)

아무튼 핵심은 내가 외부에 글을 쓰는 노력과 비교할 때 유료 구독모델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는지의 문제다. 신문이나 웹진, 매거진 같은 레거시 미디어 칼럼을 기준으로 보면, 보통 주 1회 A4 1매~1.5매 정도 분량의 원고료는 대체로 15~25만원 정도다. 편차는 있지만, 시장 가격은 이 정도 수준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최고 수준의 원고료를 기준으로, 매주 연재를 하면 월 단위 100~120만원 수준의 수입을 얻는다.

그렇다면 내가 뉴스레터에 '몰빵'을 해야 하는 타이밍은 이 수입의 격차가 없어질 때일 것이다. 이 얘기를 비교적 자세히 공개하는 이유는, 앞으로 할 이야기-크리에이터 경제의 생태계-에 대한 얘기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자체 미디어와 콘텐츠를 가지고 수익 구조를 만들려고 할 때 필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혹은 이유는 무엇일까?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2. 음악 산업의 역사와 인터넷의 등장

음악 산업의 역사에서 맨 첫 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음악의 대량 생산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음반을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음악의 대량 생산은 악보를 통해서 이뤄졌다. 독일인 요하네스 구텐베르그가 활판인쇄술을 발명한 15세기 중반, 음악도 악보화되어 대량 생산 및 소비가 이뤄졌다. 그리고 1710년 영국의 앤(Anne, 1665~1714)여왕은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을 만들었다. 출판물 보호를 위한 '개인'의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로, 현재 저작권법의 기초가 되었는데, 당시에는 저작권물의 대상은 책에 한정되었다. 그리고 20세기가 시작되면서 '틴 팬 앨리'로 대변되는 음악 출판업자와 작곡가의 사업 관계가 레코드 시대로 확장되었다. 

매우 거칠게 정리하자면 음악 산업의 역사는 출판업을 토대로 시작되었고, 여기에는 음악을 만든 사람과 음악을 상품화한 결과물-악보, 음반, 음원 등을 제작한 사람의 헤게모니 투쟁의 역사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에게 유리하거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악보 시장의 헤게모니는 작곡가가 아닌 출판업자가 갖고 있었다. 지금도 음원 및 음반의 발매를 '퍼블리싱(publishing)'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남아 있는 이 개념은 작곡가보다 인쇄업자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갔다. 음반의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음반 제작자는 아티스트에게 음반을 제작해주는 대신, 음악의 원소스가 담긴 제작물인 '마스터 테잎'의 권리를 가졌다. 

그런데 21세기에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을 때, 냅스터나 소리바다가 제시한 p2p(Peer To Peer) 방식은 저작권을 침해한 사례로 인용되지만, 사실은 음악 산업에서 '음반 제작자' 혹은 '음반 유통자'라는 중간 거래자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가졌다. 사실 음악의 저작권자에게 중간 유통자는 음반을 제작하고 유통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권리를 가져가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말해 법적/경제적으로) 보호받는 대상이 '저작물'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음악 시장에서 이 중간자들이 없다면 음악가가 사실상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음악의 유통업자들의 권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는 모두 아는 이야기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포맷이 바뀌면서 음반 제작사가 음원 유통사와 결합되거나 음원 서비스가 음악 플랫폼으로 전환되거나, 혹은 글로벌 시장을 토대로 스트리밍 기반의 대량 소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것은 개별적으로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라는 '로컬'에서 각각 벌어진 사례처럼 보이지만, 사실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동일한 흐름이었다. 서울음반과 SK텔레콤이 결합해서 로엔 엔터테인먼트로, 다시 카카오M으로 전환된 것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가 아이튠즈로, 애플뮤직으로 전환된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단지 음악 산업의 주도권이 출판업자, 제조업자, 서비스/플랫폼 사업자로 넘어간 변화일 뿐이다.  

핵심은 이 과정이 곧 음악의 '유통'을 둘러싼 헤게모니 투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하나는, 이 과정에서 음악가의 지분은 늘 적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크리에이터 경제'라는 이름의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구조가 등장한다. 이 '신'경제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경제 체제다. 자, 그런데 여기서 질문. 과연 이것이 정말로 '새로운' 경제 체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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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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